"오빠.. 키스해줘..."
".............."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살며시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훔친다.
달콤한 체리향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오빠?"
"응?"
"내가 좋아.. 그 언니가 좋아?"
"응? 그언니? 누구?"
".... 아냐.."
다시.. 부드러운 키스를 한다..
나의 이성은 마비된지 오래고.. 본능에 자연스레 몸을 맡길뿐이다.
손이 좀더 그녀의 비밀스런곳으로 향해가지만..
이상하게도 저항이 없다. 아니 오히려 나의 손을 환영하는듯한 몸짓을 한다..
"오빠? 벗겨줄래?"
아... 심장이 터질것 같다. 그녀가 내 손을 그녀의 브라우스에 가져간다.
단추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새하얀 살결들이.. 나의 손을 재촉하는듯하다.
조심스레 단추를 하나..둘 끌러 내려갔다.
- 똑!똑!똑! -
똑똑똑?
?
무시하고 계속 끌러내려갔다.
-똑!똑!-
"오빠 나야~! "
????
넌 여깄는데.. 뭘 너야?
"오빠 아직 자는거야?"
....................
꿈...
안돼! 1분만 더~~
라고 하기엔 이미 내앞의 그녀는 사라져 버렸다.
젠장..
또 꿈이다.
어제도 그녀가 꿈에 나타나 나와 즐겁게 팔장도 끼고 포옹도 하고 그랬는데..
잉?
어제 팔짱 포옹.. 오늘 키스.. 그럼 내일은? 오호라..
흐흐흐..
"아니 뭔표정이 그렇게 흐뭇해보여?"
"............"
그녀가 들어와있다.
꽤 오래전부터 그녀는 아침마다 내방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와서 아침을 먹고 인터넷을 하고.. 같이 학교엘 간다.
덕분에 내방은 언제나 깔끔하게 정돈되고 늘 향기로 가득차 있어야만(?) 했다.
"언제 들어온겨?"
"방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크정도는 하고 들어와야지.."
"노크했잖아.. 들어오라며"
"내가?"
꿈속에서 잠꼬댈 했나?
꿈때문인지.. 그녀의 모습이 자꾸 신경쓰인다.
오늘따라 유난히 달라붙는 티셔츠에.. 짧은 치마를..
짧은 치마?
헛.. 그녀가 치마를 입었다.
"야 너 웬 치마?"
치마를 입은 그녀를 본적이 없었다.
"아.. 오늘 좀 입을일이 있징.. 어때? 괜찮어?"
괜찮다는건 색시하단걸 묻는거냐? 아니면 치마 디자인이 이쁘단거냐?
"글쎄.. 뭐 이상한거 같진 않은데.. "
실은 제법 많이 섹시하다. 1분만 쳐다보면 그녀를 껴안아버릴것 같은
충동을 느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어이~ 너무 오래보는거 아냐? "
".........."
헛.. 나도 모르게 그만..
"안봤어!"
"보고 있고만..뭘.. 근데 오빠가 이렇게 좋아할줄 알았으면
더짧은 치마 입고와줄걸 그랬나? 히힛.."
"........."
더짧은것도 있는거냐? 지금도 감당못할정도로 짧아보이는데..
"아냐. 그러지 않아도 돼! 무다리따윈 관심없어!"
헛.. 나도 모르게 그만 자존심을 건드린듯한 말투를 내뱉어 버렸다.
"흐흐.. 또 거짓말한다. 심장이 터질것 같지? 아까부터 호흡도 거칠어졌어..
이상해 오빠.."
"................."
"무서워~!!!!!!!"
"..............."
늘 이런식이란걸 알지만..
늘 이런식이란것에 당하고 있는 내 자신도 참 한심스럽다.
따끔하게..
이런 농담은 하지말아줘.. 라고 말하고 싶지만..
웬지 그런 나의 말들이 그녀를 멀어지게만 할것 같아.. 섣불리 꺼내질 못하고 만다.
"근데 뭔일인데 치마를 입어?"
무슨 소개팅이라도 나가는 차림같다..
"어.. 소개팅 있거든"
"..............."
설마 했는데..
"오~ 그래? 누구?"
반가운척 그리고 기쁜척 해주는 나다.
"오빠 괜찮은거야? 나 소개팅 하는데..?"
"................."
얘가 갑자기 왜이래?
"오빠가 하지 말라면 안할께.. 오빠 생각하니까 내가 발길이 도무지 떨어지질 않아.."
..............
이거 뭐지? 진심인가?
아.. 그녀의 진심을 모르겠다.
농담? 진심?
농담이겠지? 하긴 이런 농담을 밥먹듯이 하는 그녀니..
"어.. 하지마. 너 딴 남자 만나는거 용납못해"
농담일거란 판단으로 맞장구를 쳤다.
농담인데도 이런말 하려니 무척이나 어색하고 민망하다.
"........."
그녀가 말이없다. 잉?
진심으로 받아들인건가?
나도 농담한건데..
"흐흐 오빠도 많이 늘었네.. 배우 해도 돼겠어.."
"................"
"실은 환수 선배가 하도 한번만 나가달래서.. "
"환수형이? 왜?"
환수형은 동아리 선배다.
"몰라.. 그냥 나를 소개시켜달라는 친구가 있다는데 계속 귀찮게 쫄라서 할수없이
나한테 부탁하는거래.. 맘에 안들면 바로 거절해도 된다고 그러네.."
흠.. 일단 안도감이 든다.
그녀는 소개팅엔 별 관심이 없나보다.
선배가 하도 졸라서 마지못해 나가는가보군..
"근데 사진보니까 꽤 멋있던데..딱 내 스타일 같애.. 맘에 들면 어쩌지?"
......................
가끔 보면 그녀는 내 마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지켜보는듯하다.
"뭘 어째 사귀면 되지.."
나도 모르게 말투가 날카로워졌다.
"나 남자앞에만 가면 말도 잘못하고.. 쑥맥 되는데.."
................
난 남자 아니냐?
어쩜 표정하나 안변하고 저런 뻔뻔한 말을...
별로 내숭을 떨지 않는 그녀지만..
한번 터지면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올정도로 엄청난 내숭의 여왕이 된다.
하긴.. 그녀의 매력중 하나이다.
"밥이나 먹자"
"반찬은?"
"뭘 물어봐..."
"이씨.. 웬만하면 국도 좀 끓여먹고 하자.. 내가 가서 1회용 북어국이라도 사올까?"
냉장고엔 한달전에 집에서 가져온 멸치와 오징어젓. 김치가 전부이다.
"끓이기 귀찮아.. 그냥 먹자!"
귀차니즘이라고 하나?
암튼 자고 일어나서 씻고 나가기 전까지의 모든 행동은 다 귀찮을 뿐이다.
아무리 그녀가 원하는 것들이라해도..
이상하게 아침만큼은 그녀보다도.. 나의 몸상태가 우선이다.
"오늘 밤에 반찬좀 사다놔야겠구만.. 낼부턴 맛있는거 해줄테니까 오늘은 일단 먹자!"
"그소리 벌써 일주일째야.. 씨.."
불만섞인 그녀의 표정..
이젠 이런 그녀의 표정도 귀엽기만 할뿐..
"오빠.."
인터넷을 하던 그녀가 부른다..
"어 왜?"
"쨔잔.. 바탕화면 바꿨어"
"어 그래? 뭔데..."
허걱..
"웬 베스트 폴더야? 새로 생겼네.. 어제까진 없었던거 같은데...."
.............
바탕화면엔 적나라한 포즈로 누워있는 한 서양 여자애의 전라사진이 깔려있었다.
어제밤에 받아놓고 실수로 폴더를 바탕화면에 놔둬버렸다.
"오빠 취향은 참 자주도 바뀌네.. 요즘은 애들이 좋아? 요건 어때?"
"..............................."
내가 상을 차리는 동안 그녀는
민망하고 망측한 사진들을 가지고 바탕화면을 바꾸며 놀고 있었다.
...............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소개팅 나간 그녀가 아무런 연락이 없다.
................
뭐 하긴 나한테 이런시간에 보고.. 같은걸 해야할 아무런 이유는 없다.
안타까운 현실..
잘될리 없어.. 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그녀가 맘에 들어할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자꾸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평소엔 3-4시간에나 하나 필 담배를...
지금은 줄담배로 펴대고 있다.
커피도 몇잔째인지 기억도 안나다.
책만 펴놨지.. 휴게실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썅.. 왜 연락이 없는거야..
먼저 연락해볼까?
아.. 그럴만한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다.
잘돼가냐? 라고 하기엔.. 눈치빠른 그녀에게 내 마음을 보일것 같아 두렵고..
* 띵동~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빨리 확인해주세요 *
헛..
드디어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 오빠 뭐해? *
* 공부! 소개팅은 잘 했냐? *
* 어! 오빠 심심하면 고수부지로 나와.. 바람이 선선한게 너무 좋당~ *
소개팅 잘한거야? 정말 잘한거야? 그런데 난 왜불러?
* 레포트쓸거 많은데.. 뭐 생각나면 가마! *
레포트 따윈 없다. 늘 그렇듯.. 팅기고 만다.
* 지난번에 왔던데 알지? 올때 아이스크림도 좀 사오고..'
...................
당연히 올것처럼 여기는 그녀..
당연히 가고싶어하는 나..
도대체 그녀의 이 알수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것일까..
확 가지 말어봐?
................
늘.. 맘은 먹어보지만..
결국은 허겁지겁 가방을 싸고 있는 내모습...
서둘러 가고픈 마음에.. 버스 아닌 택시를 탄다.
둔치에 홀로 앉아있는 그녀의 뒷자태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뒤에서 살포시 껴안아주고픈 충동이든다.
하지만...
참아야 된다.
"야.. 혼자 처량맞게 뭐해?"
"어.. 생각보다 빨리 왔네.. 한숨 잘려고 했더니.."
뭐야.. 자고 있었던거야?
"소개팅은?"
"어.. 잘끝났어."
"뭐햇는데?"
이게 제일 궁금했다.
"그냥.. 밥먹고 커피한잔하고.. 그랬지뭐..
영화보러 가자고 했는데.. 그냥 첨부터 영화보긴 좀 어색해서 거절해버렸어."
............
뭐야.. 맘에 들었단거야?
"맘에는 들어?"
긴장되는 질문이다.
"글쎄.. 모르겠다. 싫지는 않은데.."
.................
"근데 넘 잘생겨서 부담스럽드라. 사진보다 더 심하게 잘생겼어!"
.................
웬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오.. 그럼 잘 해보면 되겠네.."
서글픈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내모습이 더더욱 처량해진다.
"매너도 너무 좋고.. 유머도 많은거 같고"
아...............
이거 너무 퍼펙트한 남자가 나온거 같다..
키까지 크면 최고의 조건인건데..
"키도 훨칠하니 크고.. 등치도 좋고.."
........................
"그쪽은 너가 맘에 든데?"
설마 그런 퍼펙트한 남자가..
..............
생각해보니.. 그녀를 소개해달란것은 그 남자였다..
"몰라.. 연락준다고 했는데.. 맘에 들면 오겠지뭐.."
슬쩍 울컥해진다.
소위 킹카라는 남자가.. 그녀의 상대가 되버린거다.
내가 상대할수 있는 그런 부류의 존재가 아닌것 같다.
웃기게 생긴 내모습.. 작진 않지만 결코 크지도 않은 키..
유머는 개그맨이나 하는건줄 알았던 나의 인생관..
매너는 바람둥이들의 전매특허인줄로만 여겼던 역시 나의 인생관..
부디.. 그녀가 나와 그를 비교하지만 않길 바랄뿐이다.
"야.. 그래도 진짜 재대로 된 남자같네.. 만인의 이상형이구만.."
안타깝지만.. 그래도 해야될거같은 형식적인 말을 건넨다.
"치~ 내 이상형은 그런건 아냐.."
??
뭐야? 이상형이 있긴 했던거야?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이상형을 한번도 물어본적이 없었다.
"그럼 뭔데?'
'뭐? 내 이상형?"
"어.."
떨린다.. 그녀의 대답이..
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했다.
"글쎄.. 뭐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음..
아.. 한가지 확실한 이상형은 있다"
"뭔데?"
"건전한 남자!!!!!!"
.................................
"난 사고방식이 건전한 남자를 좋아했었던거 같애.. 흐흐.."
이와중에도 농담이라니..
참 알수가 없다.
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유쾌해지긴 했다.
"아참.. 아이스크림은?"
나도 깜빡하고 있었다..
"이런.. 다 녹았네.. 자 여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잠깐의 낭만을 만끽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살짝 자리잡고 있었다.
P.S)
훗날 환수형과 술먹는데 형이 이런말을 했다.
"걔는 왜 그렇게 눈이 높아? 내 친구 정도면 완벽한거 아니냐?
나중에 더 멋진 남자로 소개시켜 달래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