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숲 3화

깡과힘 작성일 09.08.30 02: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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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킨을 바른 후에는 얼굴을 착착하고 두드려 주면 좋다. 컬러 로션을 얇게 바른 후 단정해 보일 것 같은 옷을 고른다. 단색의 카라 셔츠와 일자형 청바지를 입고 머리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거울을 보고 있자니 괴물이 말을 걸어온다. 이봐 너 이제 스물다섯이잖아 슬슬 거래 종료해야하는 거 아냐? 하고. 헤어 왁스로 머리를 단정히 고정한 후 향수를 고르면서 가만히 진아에 대해 생각한다. 키가 작지만 말라서 힐을 신었다면 커 보였을 체형, 순해 보이는 얼굴, 약간의 소심함과, 그리고 던져본 말이긴 하지만 정말 불안함이 느껴지는 눈빛. 자극보다는 편안함을 콘셉트로 잡기 위해 불가리를 허공에 몇 번 칙- 한 후 눈을 감고 오늘의 작업멘트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중학교 3학년 때의 나는 겉으로 20대 중반쯤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덩치가 좋은(라기보다는 커다란) 녀석이었다. 소심한 성격 따위는 간단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였고 학교에서는 굉장히 싸움을 잘하는 녀석이라는 평판과 덩어리라는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대하기에 어렵지는 않은 성격의 평범함에 가까운(지금보다는 훨씬) 녀석이었다.

요즘에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20세기의 학생들은 비가와도 운동을 했다. 체육시간, 평소 운동을 좋아해서 농구를 하고는 했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우산을 딱 한 번 들고 있던 날이 있었다. 클래스의 여자애들은 너나 할 거 없이 필라 혹은 나이키의 이미테이션 트레이닝 바지와 촌스러운 색상의 쫄티를 입고서는 피구나 발야구를 하곤 했다. 운동을 마친 후 비를 맞고 있던 성은과 우연히도 우산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한 쪽 어깨가 비에 잔뜩 젖기도 전에 뜬금없이 입에서 좋아한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후덥지근하게 비가 오던 어느 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을 마음에서 정리해야 하는 이상한 날이 되어버린 날, 10여년이 지난 지금,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를 보며 문득 첫사랑의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마일드 세븐 팩으로된 거 한 갑 주세요”

여느 때처럼 손님 하나 없는 편의점에서 진아는 DANNY BOY-아일랜드 삽입곡-을 틀어놓고는 생글생글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줬다.

“거스름돈이 왜 이거밖에 안돼요! 와, 아는 사람이라고 등 쳐먹나? 크크크”

어제 받지 않은 50원 개그가 그렇게까지 썰렁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다만 어이없는 유머가 그녀의 긴장을 풀어놓았음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뻔히 황당해 하는 그녀의 반응에 기죽거나 당황하지 않고 대화를 이끌어간다.


“근데, 담배 사러 온 거 아니었어?”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또다시 술자리를 갖기 위한 말을 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찰나 진아가 표정과는 다르게 정색하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음, 자취방부터 여기가 꾀 멀거든. 너 보러 온건데, 알바... 끝날 시간 맞춰서.”

“아, 나 오늘은 약속이 있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데이트 신청에 거절하는 여자들의 여러 가지 이유. 약속이 있다고 하는 경우,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 경우, 그냥 바쁘다고 둘러대는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상대방이 스스로 애프터를 말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 데이트 신청은 물론 작업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각각의 거절 이유에는 말투와 이유에 따라 그 다음을 기약해도 되는지 혹은 깨끗하게 포기해야 하는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어라? 언니가 왜 미안해! 갑자기 놀자고 한 내가 더 미안하지, 괜히 부담 준 거 같네.  에휴, 심장에 스크래치 한 줄 쫙! 작업 실팬가? 이히히.”

대담하게. 이미 예측 했던 부분이므로 자연스럽게 작업멘트를 진행한다.

응? 작업이라니. 하여튼 넌 농담도 잘 한다니깐. 하고 진아가 말한다. 만난지 이틀, 원나잇 실패에 오늘도 잠자리는 무리겠지만, 무료한 나에게 이건 포기할 이유가 없는 떡밥이다.

“음, 아하하. 이거 참, 사실 여기 편의점 여직원 예쁘다는 소문이 나서 말이지. 처음에 그냥 그래서 와봤는데, 어제 그렇게 같이 있고, 생각 해 봤는데 나 너한테 호감이 가나봐. 애인도 없다하고, 대화도 잘 통하고, 물론 너가 외롭지 않거나 나한테 전혀 관심 없을 수도 있어. 그래도 난 첫 인상이라는 거 믿거든. 이랬던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참을 수가 없었나봐. 나한테... 기회 한 번 줘보면 안되나?”


편의점에서 나올 때 나는 다음 기회를 확신했다. 진아는 오늘 늦게라도 볼 수 있겠냐며 넘어왔고, 난 그걸 거절했다. 억지로 그렇게 시간 내 주지 않아도 돼. 나땜에 무리하게 될테고, 니 시간도 중요한 거잖아.... 천천히 알아가고 싶거든. 그냥 연락 자주하고 너 편할 때 만나만 주면 되게 고마울 것 같은데. 미안해하는 척 하며 아쉬움을 준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만큼 진심이다 하고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내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 여기까지 성공했다면 게임에서 질 일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모든 것은 상대방의 착각일 뿐이고, 난 첫인상 같은 거 믿지 않지만.


 오후부터 내린 비가 그칠 무렵, 술 생각이 간절해졌다.(라기보다 사실 껍데기가 먹고 싶어 졌다) 휴대폰을 들고 잠시 고민한 끝에 민정에게 전화를 건다. 꾀나 오랜만에 연락임에도 그녀는 술 사준다면야 콜이지 라며 바로 나와 주었고, 껍데기를 못 먹는 탓에 삼겹살에 소주 두어 병을 마시고는 자취방으로 함께 갔다.

섹,스와 샤워를 한 후 담배를 피우며 뜬금없이 민정에게 말했다.

“마일드 세븐 팩으로된 거, 아픈 사람이 피우는 담배래.”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어내던 민정이 뭐야? 오빠 아픈 사람이야? 하고 물어봐준다. 그리고 나는 몹시 불편함을 느낀다. 괴물이 눈치를 챘는지 비웃는다. 녀석의 행동에 익숙해져 있다가도 이런 기분이 들 때에는 불쾌함이 더해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나는 한 번 더 민정을 안고는 이게 그녀와의 마지막 섹,스라고 생각한다.

 

 

 

 

 

 

 

 

 

 

 

PS///

 

노르웨이숲은 연애소설입니다

 

19금이라고 생각치는 않지만 지금보다 약간 수위가 높아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관심 좀 가져주세ㅇ

 

가 아니라

 

필터가 불편하네요ㅠ

 

쓰다가 좀 많이 안되겠다 싶으면 관리하시는 더닉님과 상의하거나

 

여기에서 연재하는건 포기하거나 할게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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