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지금은짝사랑 작성일 09.09.13 18: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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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어중간한 시간이다. 술먹기에는 월요일이 부담스럽고 그냥 집에서 쉬기에는 휴일이 아깝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핸드폰 폴더를 열고 주소록을 뒤지다 이내 폴더를 닫는다. 핸드폰 주소록에  입력된 많은 숫자는 오히려 나를

더 외롭게한다.

 

"그럼 간단하게 맥주나 마셔?"

 

그래 맥주가 좋겠다. 나는 간단하게 옷을 차려입고 고시원을 나섰다. 초저녁인데 쌀쌀하다. 어렸을땐 가을이 꽤나 길었던

것같은데, 지금의 가을은 어중간한 계절이다. 마트에 들어가 맥주를 몇개 골랐다. 안주는 무엇으로 할까.

 

"육포가 좋을것 같은데."

 

흐음 육포가 맛있긴하지. 나는 조잡스럽게 프린트된 싸구려 육포를 사서는 계산을 했다. 싸구려라고 한것은 취소 맥주한캔

보다 비쌌다. 고시원에 들어와 육포를 씹으면서 맥주를 들이켰다. 

 

"그래 맥주는 역시 원샷이지."

 

어느새 사놓은 맥주를 다 마셔버렸다. 알딸딸한게 오랜만에 먹어서인가.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하필 100원이 모자

라 사버리게된 디스. 불을 붙이고는 길게 빨아들였다. 방안이라 그런지 눈이 맵다.

 

"아, 좀 나가서 피지."

 

아, 정말 시끄럽네. 나는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옷장으로 갔다. 옷장을 열고는 액자를 꺼내 벽에 걸어두었다.

 

"나쁜자식. 니가 그러고도 남자냐?"

 

조용해지는 목소리. 역시 돈은 비싸지만 꽤나 효험이 있구나. 나는 흐믓한 미소로 액자를 바라보았다. 달마도 나를 흐믓하게

바라보고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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