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해본적 있어?
"빌어먹을 세상 콱 망해버려라!"
없어? 설마. 흐음. 나는 수만번은 한 거같거든.
나는 말이지 어느날 문득.
아니, 사실은 지긋지긋한 빵셔틀 4년차에 케로로 스티커가 안나오고
기로로 스티커가 나왔다는 이유로 눈이 퍼렇게 멍든날.
옥상에 쓰러져 너무 부워서 잘떠지지 않는 눈으로 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운거야.
그게 너무 싫었어. 내가 슬프고 괴로울때 세상도 같이 괴로워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저렇게 아름다워도 되는건가? 결국 나란존재는 세상에 어떠한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되지 않는
그런 존재라는 건가? 결국 난 그날 딱히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살아가는 나를 발견한거지.
그동안 꾸준히 해온 빵셔틀이 궁극적인 내 자신의 존재이유일 수는 없잖아.
사는 목적, 의미, 가치 기타등등 삶에 있어 꼭 필요할성 싶은 아무런 명분도 없는게
나였던거야. 깨달음은 한순간, 그리고 한꺼번에 오는 법이지. 물론 이세상에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기거나 또는 실제로 불행한 사람이 많다는건 알아.
하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일거야.
보통 세상에는 이런 시시한 깨달음들이 폭행이나 방화 살인 같이
능동적으로 또는 파괴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잖아.
하지만 난 빌어먹게도 그런 짓은 하지 못하는 4년차 빵셔틀이거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능동적인 행동은 옥상 난간을 잡는 거였어.나는 다리 한쪽을 난간에 걸친채 외쳤지.
"이 빌어먹을 세상 콱 망해버려라."
그리고는 뛰어내렸지. 그런데 말이야.
자유낙하하는 느낌이 전신에서 느껴지며 긴장감에 눈을 꽈악 감은 그 순간.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 그것은 마치 내가 이세상에 나오기전 부터
머리 속에 박힌 낙인처럼. 내 머리속을 파고 들었지.
"소원은 접수 되었다."
그런 생각해본적 있어?
신이 인간들의 소원을 모두 듣고 있고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생각.
있다고? 흐음. 그럼 이런 생각은 해본적 있어?
신이 사실은 굉장히 변덕쟁이에 심술쟁이일수도 있다는 생각.
나는 지금 하고 있어. 내가 원했던 상황은 이런게 아니었거든.
"세계정복군. 대장님께 경례!"
세계정복군. 네이밍 센스하고는.
지금 내 앞에는 나를 향해 거수 경례를 하는 수천명의 범죄자들이 있어.
신은 내 소원을 들어주었지. 단, 직접 내손으로 직접 세상을 망하게 하라는 쪽으로.
나를 향해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테러리스트들을 바퀴 스윽 돌아보고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나는 천장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고는 외쳤다.
"세계는 이제 나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