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지 않는 남자와 사랑을 시작하려는 여자 - 1화

지금은짝사랑 작성일 09.12.25 10: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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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무수히 많은 남자와 여자가 존재한다. 그들은 서로를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을 한다.

 

 

"월수입은 500이상이면 좋겠어요. 물론 정규직이어야 하구요. 키는 180이 넘으면 좋겠어요. 장남은 안되요. 그리고.."

 

 

내 앞에 앉아서 쉴새 없이 떠들고 있는 여자는 자신만의 남자를 찾는중이다. 나는 그 여자가 원하는 자격조건을 갖춘 남자를

DB에서 검색해 그녀에게 안겨준다. 그녀는 DB속의 남자들을 만나고 그녀의 뇌는 그 남자들을 SCAN하기 시작한다. 남자가

 

그녀의 조건과 일치하면 여자는 그 남자를 만나기시작한다. 그 후 깊은관계가 되었을때 그녀는 조건만을 따졌던 자신을 합리

 

화하기 위해 자기는 사랑을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커플메니저로써 무수히 많은 남자와 여자를 서로 이어주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이 부족한 남녀는 자신들의 가난함을 덮기위해 사랑이라 말하고 돈이 많았던 남녀는 자신들의 부를

 

덮기위해 사랑이라고 말했다.

 

 

"장원씨 이번 커플들이 고맙다면서 선물을 보내왔어요."

 

 

점심을 먹고 자리에 돌아오니 책상위에 이쁘게 포장이 된 박스가 있다. 아마 고급 시계와 함께 청첩장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난 내가 이어준 사람들의 결혼식장에 가지 않는다. 이 회사에 입사 한 후 처음으로 커플을 이어주고

결혼식장에 갔을때 서로를 향해 웃고 있는 신랑과 신부를 보고는 구역질이 날뻔했다. 그 신랑은 여자의 조건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을 원했었고 신부는 남자의 조건으로 돈을 바랬다. 그들은 신부 앞에서 신께 서로 평생 사랑하

 

겠다고 맹세했다. 그들을 보면서 나는 신에게 빌었다. 만약 존재하신다면 저 둘만 벌하시고 저는 벌하지 말아달라고.

 

  역시나 박스엔 고급시계와 청첩장이 들어있었다. 나는 서랍을 열고 청첩장과 시계를 집어 넣었다. 서랍에 가득찬 시계만큼

 

많은 남녀들이 사랑이란것을 하고 있다. 난 세상에 사랑이란것이 존재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나는"사랑"을 이용

 

해 돈을 번다. 웃기는 세상에 웃기는 직업이지만 나는 이쪽일에 꽤나 소질이 있었고 성공한 인생을 살고있다. 그렇기에 "사

 

랑"이란 환상에 감사하며 살아가고있다.

 

  나는 회사를 나와 꽃집을 향했다. 전화로 꽃배달을 시키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끝까지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는것이 좋다.

그들은 또다른 고객을 내게 물어줄테닌까.

 

 

"어라, 언제 꽃집이 문을 열었지?"

 

 

회사 맞은 편에 꽃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앞으로는 번거롭게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아직 보지도 못한 꽃집주

 

인에게 고마워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한게 만족스럽다.

 

 

"어서오세요."

 

 

꽃을 다듬던 주인이 벨소리를 듣고 다가온다. 꽤나 날씬한 몸매이지만 길게 찢어진 눈과 깨끗하지 못한 피부가 걸린다.

 

만약 이 가게가 자기소유라면 DB속에서 B급은 되겠군. 그녀에 대한 평가를 마친 후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대충 꽃을 고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들도 커플메니저가 준 꽃을 유심히 보지 않는다. 단지 '아, 이사람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꽃을 보냈구

 

나.' 라는 느낌만 주면 충분하다.

 

 

"이거, 이거, 이걸로 꽃다발을 만들어 주세요."

 

 

"네?"

 

 

"이거, 이거, 이걸로 꽃다발 만들라구요."

 

 

"아니, 그래도...누구에게 주실 꽃다발인데요?"

 

 

멍한얼굴로 반문하는 주인을 보며 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결혼하는 사람한테 줄려고 합니다. 대충 만들어주세요."

 

 

"결혼이요? 아 그럼 이꽃이 좋겠네요. 헬리오토로프라구 꽃말이 사랑이여 영원하라에요."

 

 

자기가 결혼하는것도 아닌데 상기된 얼굴로 꽃을 들어 꽃에 대해 설명하더니 활짝 웃는 주인 여자의 얼굴을 보니 여기 또

 

세상물정 모르는 어리석은 여자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꽃말이 사랑이여 영원하라라고? 그래, 사랑은

 

영원해야지. 그래야 나같은 사람도 돈을 벌테닌까. 

 

 

"꽃말 좋네요. 사랑이여 영원하라. 그걸로 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는 발음하기도 힘든 꽃을 들고 꽃집을 나오면서 피식웃었다.

 

 

그래 사랑이여 영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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