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가디언 - 3화 살려주세요 (2)

NEOKIDS 작성일 10.06.23 00: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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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을 침대에 눕혀드리고 나와서 난 택시에 올라탔어. 고맙게도 택시기사분이 잠깐 기다려 주시겠다고 했지. 뭐 어떻게 오피스텔 문 열고 눕혀드리고 그냥 나왔냐 라는 궁금증은 넘어가자. 그 실랑이의 시간을 일일이 말하기엔 너무 벅차.

 

좀 시간이 걸린 걸 사과하고, 택시는 천천히 골목 한 블록 정도를 빠져나와서 인적도 집도 없는 길로 한창 접어들 무렵.

 

그 순간이었어.

 

느닷없이 맹렬한 속도를 내는 스타크래프트밴 하나가 택시 앞을 찢어질 듯한 브레이크음과 함께 가로막은건.

 

“이런 슈발너무 새갱이가......”

 

난 앞좌석 등받이에 고개를 쳐박았고, 택시기사 아저씨 육두문자 휘날리며 문을 벌컥 열고는 따지려고 다가갔어. 난 아픈 머리를 매만지며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문 밖을 보고 있었고.

그런데 그 밴에서 정장 차림의 외국인들이 서너 명 내리는 거야. 그리고는 아주 신속정확하게 한 놈이 택시기사 아저씨의 목덜미를 내리쳤어. 아저씨는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바로 고꾸라졌고.

 

 난 놀라서 가방을 끌어안은 채 내려서 도망이라도 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어. 그놈들은 애저녁에 택시 사방을 다 포위했지. 엄청 동작이 빠르더라고. 군대 때 고참한테 기합 받아도 그 정도는 안 될 정도로.

 

잔뜩 쫄아서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는데, 그 밴에서 한 명이 더 내렸어.

 

완전히 미소년 같은 남자였어. 올백으로 넘긴 금발 머리에 생긴 건 약간 전성.기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닮은 것 같았고. 보면 남자라도 반해 버릴 것 같은 그 풍모와 차가운 분위기.

그런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와서 뒷좌석 문을 열고 타기 시작하는 거야.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하며 손을 내미는 남자. 나도 얼떨결에 악수한 손을 잡고 말았지.

 

“우린 김지후 씨를 지켜보던 사람들입니다. 김지후씨가 모종의 집단과 연루된 사실을 파헤치던 중이었죠.”

“모종의.....집단이라뇨?”

“자세한 건 기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김지후씨가 요즘 그 집단과 접촉했다는 정보를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뵈러 온 것입니다.”

“하지만, 전 요즘 아무도.....”

 

하다가 문득 수영씨 가족을 떠올린 거지. 어쩐지. 뭔가 수상하더라. 젠장.

 

“요근래 어떤 존재들을 만난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존재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셨을 거구요. 저희는 그 사람들을 위험인자로 보고 있습니다만.”

“아.....아니.....전......그러니까 뭐랄까. 그런 사람들 쪽이랑은 크게 어울렸던 건 아니고 그냥.....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에요......”

“어쩌다 보니?”

“네. 전 그냥 여자한테 홀려서 쫒아갔다가 그 가족들에게 저녁 얻어먹고 쫒아간 거 밖에 없어요.”

“여자? 가족?”

“네. 아, 그 집이나 가족들 신상도 대강 말씀드릴 수 있는데.....”

 

그 외국인 남자는 날 잠시 바라보더니 미소를 씩 지었어. 어머나. 입 다물면 냉랭한 표정인데 미소를 지으니 남자라도 황홀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만 금단의 영역을 넘어버릴 것 같은 그런 미모였어.

 

“좋습니다. 잠시 따라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물론, 어떤 경우에도 심한 일을 당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 택시기사 분에게도 요금은 물론 실례를 범한 댓가를 지불할 예정이구요.”

 

그리고는 자신의 말을 믿으라는 듯 빳빳한 신사임당님 다섯 장을 꺼내서 대쉬보드에 올려놓고는 손짓으로 기절한 택시기사를 부하들에게 부축해 태우게 하더라고.

 

“이 정도면 저를 신뢰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믄요. 네~물론이고 말굽쇼. 이런 심정에 젖어 난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나 자신이 봐도 찐따 같았겠지만.)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가실까요?”


그리고, 그 순간, 또 한 사람이 나타났어.

그는 그 외국인 부하들의 뒤에서 나타났지.


“야밤에 재미 좋나. 으이?”

 

가라앉은 경상도 사투리. 강직하고 강인해 보이는 턱선.  뺨 위에 패인 흉터. 더워보이는 긴 코트.

잠깐 남자의 인상을 살펴보는 순간, 돌아보는 부하외국인의 머리통을 남자의 킥이 동시에 휘갈겨 돌려버렸어. 그리고는 옆의 한 놈에게도 팔꿈치로 명치크리를 선사했고. 순간 모두가 흐트러져서 우왕좌왕하는데 그 경상도 사투리 남자가 내 멱살을 한 번 잡아서 놈들로부터 떼어놓으면서 소릴 지르는 거야.

 

“언능 뛰소!”

 

앞뒤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게 터졌는데, 내가 잘 뛸 수 있겠어? 휘청휘청하면서 도대체 뭔 상황인지 모르겠는 상태인데, 그 남자도 같이 뛰기 시작했어.

코트에서 총을 꺼내 총질을 하면서.


요란한 총소리가 온 사방을 울렸고, 경상도 남자의 총질에 정장 외국인들이 택시 뒤나 주변으로 은폐엄폐를 하는 상황이 눈에 보였어. 하지만 일단 총소리가 났으니 소리 지르면서 뛰어야 하는 건 인지상정. 지금에서야 쪽팔리는 이야기지만, 그 땐 겁에 질려서 정말 무슨 아이돌 가수 본 계집애 같이 꺅꺅 그러면서 뛰었다.

 

그렇게 뛰고 있는 동안 상황이 더 심각해졌어. 정장외국인들이 품 속에서 꺼낸 권총으로 응사를 하기 시작한 거야.

 

하지만 경상도 남자가 가진 서브머신건의 연사력에는 상대가 안 되었지. mp5k. 나도 사진으로나 보면서 와우 멋지셈 이런 총이었는데. 

 

그게 실물로 사격이 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니 멋이고 나발이고 워워워 잠깐만 위험하셈, 이런 심정인데 등 뒤에서 날아온 탄환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가는 휭 소리가 생생한거야. 난 미친듯이 엄폐물을 찾았어. 마침 길가에 무슨 전력회사에서 세워둔 철제구조물 같은 게 있길래 마구 뛰어서 거기 엎드려서 머리를 감싸고 벌벌 떨었어.

 

경상도 남자도 곧 뒤따라왔어. 잽싼 손놀림으로 탄창 교환을 하더니, 곧 이빨로 뭔가를 잡아 뜯더라고. 그가 입에서 뱉은 것이 탱 하고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데, 그건 나도 군대에서 많이 본 거였어. 수류탄의 안전핀 같이 생긴.

 

“눈 감으소!”

 

경상도 남자는 손에 든 것을 바닥으로 굴렸고, 곧이어 퍽 하는 소리가 났어.

 

“뛰소고마!”

 

경상도 남자의 다급한 외침으로 얼떨결에 일어서서 상황을 보니 정장 외국인들은 눈을 매만지며 괴로워하고 있었어. 아마도 남자가 터뜨린 건 섬광탄 같은 것이었나봐.

 

“밍기즉대지 말고 뛰소!"

 

도대체 앞뒤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고 난 무작정 뛰었어. 한 30미터 쯤 뛰었을까. 뛰던 길에 바이크가 하나 서 있었고, 경상도 남자는 계속 뛰는 내 목덜미를 잡더니 바이크에 타라고 하더라고.

 

바이크 시동이 걸리는 동안 외국인들도 가만있지 않았어. 우리가 바이크를 타려는 걸 보면서 그들도 스타크래프트밴을 타서 시동을 걸었지.

바이크의 시동이 겨우 걸리는 순간, 그들의 밴이 급출발하는 음이 들려왔어. 

그런데 그 경상도 남자가 바이크 액셀을 안 돌리고 가만히 있더라고.

 

“아니, 뭐하고 있어요! 얼른 가요!”

 

난 다급해서 외쳤지만 경상도 남자는 아주 여유만만이었어. 고개를 돌려 천천히 밴을 바라보고는 손에 든 것을 보여주면서.

 

“이거 뭔지 알지예?”

 

아무리 봐도 그건 격발기 같이 생긴 거였어.

밴이 중간 정도 다가온 순간, 경상도 남자는 격발기를 눌렀고, 스타크래프트밴이 섬광과 함께 폭발했어.

경상도 남자는 mp5k를 코트 안에 특수 장치된 홀더로 챙겨넣더니, 씩 웃으면서

 

“마 가입시더.”

 

하면서 급출발해서 달리기 시작하는 거야. 갑자기 들린 앞바퀴에 난 잠시 휘청했고, 그러다 보니 잠깐 뒤를 돌아다보게 되었어.

그리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지.

올백의 그 미소년 같은 외국인. 그 자가 옷만 찢어진 채로 그 불길 속에서 일어나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우릴 노려보며 천천히 걸어 나오는 걸.

 

아직도 그 눈빛은 잊을 수가 없어.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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