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가디언 - 4화 꿈꾸는 중일거야 (1)

NEOKIDS 작성일 10.06.23 22: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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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꿈꾸는 중일거야




경상도 남자가 오토바이를 몰아간 곳은 서울 근교 쪽의 한적한 산 쪽에 위치해 있는 한옥집이었어. 그 곳 앞에서 경상도 남자가 뭔가를 누르자, 기와집 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라고.

 

아주 크지도 그렇다고 썩 작지도 않은 기와집이었어. 적당한 크기 안에는 오밀조밀한 크기로 있을 건 다 있었지. 정원, 정자, 툇마루, 그 밖의 한옥이 갖춰야 할 것들은 다 있는 듯 했어. 심지어는 고운 자갈돌들이 깔린 곳들도 있더라.

오토바이를 타고 오느라 바람을 맞아서 머리가 완전히 바람머리가 되어 있는 내게 경상도 남자가 오토바이 다리를 펴서 세워 놓고는 손을 내밀면서 웃는거야.

 

“인사가 늦었심더. 반정욱이라 합니데이.”

 

내 손을 꽉 쥐면서 악수를 하는데 어찌나 완력이 센 지 손가락뼈들이 다 부대껴서 부서지는 줄 알았어. 경상도 남자는 누군가를 찾아서 들어가는 듯 싶었고, 난 잠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어리버리하고 있었지.

 

곧 툇마루로 누군가가 나타났어. 정확히 말하면 네 사람이었어. 한 사람은 경상도 남자, 한 사람은 검은 한복으로 온 몸을 감싼 여자,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그냥 양복정장 차림.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타나자마자 정원 이곳저곳에서 조폭같이 생긴 장정들이 우루루 나타나기 시작했지.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더라. 귀에는 리시버들을 꽂고서 좌악 나타났는데, 마치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마당 한가운데에다 가만히 둔 채로 방금 나온 사람들을 경호하려는 것 같았어.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에서 자세히 보이지 않는 것을 이용해서 무슨 닌자들처럼 그 사람들은 서있었던 거고.

 

역시나 조폭 내지는 뭔가 조직의 사람들인 거야. 수영씨 가족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어.

 

그 즉시 설마 하는 생각에 난 내 옷을 손으로 매만져 봤지. 왜, 영화에서처럼 도청기를 설치해놓고 내가 하던 이야기들을 듣다가 이렇게 납치해 온 것일 수도 있잖아. 그럼 내가 수영씨 집이나 가족들의 신상을 말해주겠다고 하던 이야기까지 다 들었을 건 뻔하고. 그럼 내 목숨은 이제 오해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로 경각에 달린 거야. 이젠 빼도박도 못하고 죽게 생겼다고. 그런 생각에 진심 다리가 후달거렸어.

 

그런데 같이 나온 중키 정도의 정장차림이 한복차림의 여자와 덕담을 나누면서 뭔가 말하더라고. 비젼 2030이 어쩌고 저쩌고, 그래도 그 정책은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뭐 공포에 쩔어 있는 와중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잠깐잠깐 들려왔어. 주위로는 경호원들이 미동도 않고 서있었고.

 

그 사람은 천천히 옆의 사람과 함께 내 쪽으로 다가왔어. 그리고는 날 쳐다봤지.

 

“아, 이 분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기대가 많이 되시겠습니다.”

“종족의 흥망이 걸린 일이니만치, 여러모로 안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한복여자와의 이런 대화가 끝나자 그 사람은 내 어깨를 턱 짚으면서 말했어.

 

“고생이 많습니다. 여러모로 분발해주셔야 합니다. 저 분 말씀 잘 들어야 하고.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습니다만.”

“다음 스케쥴에 늦었습니다. 빨리 가셔야 합니다.”

 

그 옆의 다른 사람이 채근하는 말에 남자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어.

 

“네, 가지요. 국정원장.”

 

국정원장? 헑? 뭐야, 조직은 조직인데 대한민국 행정부?

 

그리고 다음 순간, 그 남자가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난 그제서야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어. 이런 젠장. 뉴스나 수많은 매체, 인터넷에서 익히 봐와서 알고 있는 사람을 겨우 달빛 정도 때문에 결례를 저지르게 되다니.

그 사람은 대통령이었던 거야.


정장차림의 사람들이 물러가고 나와 한복여자, 반정욱이라는 남자, 그리고 나만 휑하니 남아있었어. 한복여자는 등 뒤에서 옛날 조선시대 양반들이나 쓸법한 장죽 담뱃대를 꺼냈고, 반정욱이 불을 붙여줬어.

 

뻐끔거리는 담뱃대의 불빛에 어렴풋이 비치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 난 놀랐어. 수영씨 어머님이 거기 서 있는 거야. 내가 한 말들 때문에 난 지레 겁먹고 수영씨 어머님께 이번에야 말로 발에다 입 맞추며 이마를 찧어 사죄하리라 생각하고 비굴포즈를 잡으려는 순간, 그 분이 말하더군.

 

“수영이 엄마랑 똑같이 생겨서 놀랐겠지만, 난 수영이 엄마가 아냐. 그 애 쌍둥이 언니지. 수영이한테는 이모가 되고.”

 

아마도 내 놀라는 표정을 읽고서 하신 말씀이었을 거야. 난 엉거주춤 인사하는 식으로 윗몸을 숙였다 올리면서 어머님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어. 계속 이런 식이면 우황청심환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지경.

그러고 보니 뭔가 말투도 쌀쌀맞은 듯 하고 착 가라앉은 것이 수영 어머님과는 반대의 이미지도 풍기더라고. 한복도 완전히 검은 한복인데 맞춤 개량했는지 목 언저리에 레이스 같은 게 달려 있는 타이트하면서도 자락이 끌리는 형태의 한복이었고.

 

“수영이네는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 그동안, 아주 물어볼 게 많아. 또 말해줄 것들도 있고.”

 

물어볼게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또 수영이 아버님처럼 다짜고짜 고문 코스인가 해서 트라우마에 흠뻑 젖어 몸을 움츠려야 했지. 얼음공주 같은 이모님이라고 그러지 않을 수 있겠어? 저 반정욱이란 사람도 한 몫 할 것 같은데?

 

“정욱아. 일단 거처를 좀 안내해주고, 있다가 내가 기별이 있거든 데려오도록 해라.”

“네, 마님.”

 

담뱃대도 조선시대더니 하는 것도 완전 조선시대. 반정욱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내게로 다가왔어.

 

“자, 이 쪽으로 오이소.”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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