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3살이 되었을때 나는 내가 왜 울지 않는지 알아내었다.
나는 먹고 먹히는 것에서 벗어나 있었다.
꽃과 나무가 물을 먹고 다른 꽃과 나무들도 먹는다는것.
금수가 다른 금수를 먹고 꽃과 나무들도 먹는다는것.
사람이 금수를 먹고 꽃과 나무를 먹고 가끔 다른 사람도 먹는다는것.
나는 그것에서 벗어나 있었다.
나는 넘어지고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손톱이 길어지고 똥을 싸고 술을 마시며 달을 바라보고지만 먹히지 않았다.
내가 내놓은 똥은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내가 잘라낸 손톱과 머리는 삭아 없어지지 않았다.
내가 밀어낸 때는 흙이 되질 않는 것이다.
나는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 나는 세상을 먹는 시늉만 하는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이는 계속 빠지고 상처는 흉터도 남지 않고 감정에 흠집이 가지 않았다.
나는 울지 않았다.
나는 속이고 빼앗고 때리고 찌르고 죽였지만
세상은 나를 속이고 빼앗고 때리고 찌르고 죽이는 시늉만 하는 것이다.
나는 궁금함을 캐고 캐고 캐다가 어느날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밑에는 암것도 없었다.
끝 없는 질문에 질문을 더하던 어느날 다가온 차디찬 바닥에서 나는 세상과 내가 단절되있음을 알았다.
내가 탐구하는 동안 곁가지로 훑어내어 던진 과제들로 나는 조선에서 가장 명석한 사람이 되었다.
원이든 명이든 그 뒤가 되었든 저 중화민족들도 그 밑바닥에 닿아보질 못했을 탠데 난 '조선에서' 가장 명석했다.
그리고 난 가장 명석하다는 것이 가장 쓸모 없다는 것도 곧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