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작은 고을의 원님으로 간다는 아들보다 먼저 그 고을로 내려간 황씨부인은 고을이 작지 않음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이사간 집에서 새로이 하인을 고용하고 집 단장을 하였다.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는것과 그것이 이 집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는 사흘이 걸렸다.
깐깐하기로 조선 제일일거라던 남편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던 황씨부인은 소문에는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반상의 도리는 끔찍이 여기는 사람이었다.
고을 사람들은 인심이 좋아 반상의 도리 할것 없이 적당히 서로를 위해 양보하는 삶을 살아오는데 익숙하였지만
황씨부인에게는 그런 행동들이 주상전하와 종묘와 사직에 커다란 해가 된다고 생각했고
마침 자신의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똥 한바가지까지 신경쓰던 그녀는 비천하기 짝이 없는 갖바치의 아내가 손바닥만한 비단 일곱 조각을 들고 나갔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황씨부인은 대노하였다. 당장 한양에서 같이 내려온 김집사와 하녀 장이어멈을 데리고 더러운 갖바치 동네로 향하였다.
약간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산을 하나 넘고 바로 개울을 건너 눈에 띄는 집에 들어가보니 사람이 없었다. 집이 딱 세채인데 멀리 보이는 무당집인듯한 곳을 제외하고 사람 사는 기운이 없는 것이다.
서둘러 다른 집으로 가보려는데 인기척이 들려 뒤를 돌아보니 갖바치의 아내가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