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나와 그녀가 사랑하는법 -6화-

니코리짱 작성일 11.02.06 0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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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깐 올리다 중단했었는데..

다시 올리게 되었네요.

1-5화는 제 이름으로 검색하시면 나올거에요..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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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냐?"

"네?"

"무섭냐고?"

"아.. 네.. 쪼금 무서워요.."

"무섭긴 뭐가 무섭냐? 너도 귀신같은거 믿어?"

"아뇨.. 귀신같은건 안믿죠.."

"근데 뭐가 무서워?"

"뭐.. 그냥.. 선배님이랑 둘이 있다는게.."

"..........."

"농담이에요 홍홍~"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녀의 농담..

귀여워 죽겠다.

"흠.. 우리 재밌는 이야기 하면서 가요.."

"재밌는 얘기?"

"네.. 이런 기회에 서로 좀 더 알고 그러는거죠 뭐.."

"난 남의 인생 별로 알고 싶은 맘 없는데.."

물론 너는 꽤나 알고 싶지만..

"선배님은 취미가 뭐에요?"

"취미? 무슨 맞선보냐? 유치하게 취미는 뭐하러 물어봐?"

"에이.. 원래 대화의 시작은 유치한거부터 시작하는거에요.. 뭐에요?"

"취미라.. 흠.. 경제서적 읽기나.. 오페라공연보기 정도.. 난초키우는것도 좋아하고.. 또.."

"선배님~"

"어?"

"하고 싶은거 말구여.. 지금 좋아하는거요.."

".............."

흠... 만화책.. 당구.. 오락.. 야동..

뭐하나 내세울게 없다 ..

"그런 넌?"

"네? 저요?"

"어.. 넌 취미가 뭔데?"

"선배님 먼저 말해야죠.. 제가 먼저 물어본건데.."

"난.. 취미따위 없어.. 그런거 관심도 없고.."

"치.. 취미없는 사람이 어딨다구.. 선배님도 있긴 있잖아요.."

"뭐?"

"이상한거 보기.. 이상한거 모으기.. 이상한거 연구하기..히힛"

".................."

또 슬쩍 웃어버리는 그녀..

그녀가 웃을수만 있다면.. 나의 이미지따위야.. 에휴..

"그런 넌 취미가 뭔데?"

제법 궁금하다..

겉보기론 아무리 봐도 집에서 자란 온실속 화초같은 애인데..

하는거 보면.. 세상 시련 다 겪은 다 큰 어른같은 느낌이고..

아무튼 미스테리한 그녀였다..

"저요? 음.. 전 꽃꽃이.. 좋아하고.. 클래식 좋아하고.. 특히 고갱의 즉흥환상곡을

좋아해요.. 혹시 선배님 아세요?"

"어.. 고갱~나도 한때 좋아했었어... 뭐 다들 좋아하는 음악가잖아.."

...........

아.. 괜한말한거 같다..

음악따윈 애국가하고 교가밖에 모르던 나였는데..

너무 국영수 위주로 공부를 해서 그런지 음악 미술같은 예술분야에 대한 지식은 거의 바닥이었다.

설마 더 묻진 않겠지?

"아.. 고갱은 화간데.. 쇼팽하고 헷갈렸네요~"

"..............."

허.. 이런... 망신이 있나..

"키키킥.. 선배님 넘 웃겨요.. 다들 좋아하는 음악가래....키키킥"

아~썅...

"재밌었냐? 크크.. 간만에 죠크좀 했더니 분위기 확 사네~"

나름대로 죠크로 넘기려 했지만.. 흠.. 뭐 이미 엎지러진물..

화제나 바꿔야한다..

"그런데 넌 무슨과야?"

"엥? 아직 말씀 안드렸나요? 영문과에요.. 첨뵐때 말하지 않았나?"

"............"

첨뵐때.. 상황이.. 그다지 대화에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쟎니..

영문과였구나..

"꺄~악~ 엄마야~~"

별안간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내게 안겨버렸다..

허걱... 이렇게 갑자기 안기면..

"왜?"

"선배님.. 누가 제발목을.."

허... 담력테스트의 시작인가? 향긋한 그녀의 샴프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아..

이거 정말 대박 메뉴네.. 누가 제안한건지 몰라도 나중에 술한잔 사줘야겠군..

"쨔잔~ 짜슥들 놀랐구나?"

숲에서 숨어있던 민철이형이 나오며 말한다..

"깜짝 놀랐어요.. 심장 멎는줄 알았잖아요 으잉.."

"하하.. 앞으론 더무시무시한것들이 기다릴텐데 벌써 이러면 곤란하지.."

더 무시무시? 흐흐흐..

"에구.. 형도 힘들겠네요.. 숲속에 숨어서 이게 뭐에요.. "

"크크.. 그러게나 말이다.. 벌레들이 달라붙어 짜증나 죽겠다.."

"하하하.. 그럼 저희 갈께요.. 수고하세요.."

"그래라.. 아참.. 가다보면 두갈래길 나오는데.. 좌측길로 가야된다.."

"오케이~"

"수고하세요 선배님~"

다시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나의 팔을 붙잡기 시작한다..

"괜찮죠?"

".............."

물론 괜찮지.. 아.. 조금 더 달라붙어도 괜찮은데..

웬지 한단계 넘어갈때마다 더 진한 스킨쉽으로 발전할것 같은 예감이 든다..

흐뭇하다.. 후훗..

"뭐야.. 너 겁 왜 이렇게 많어?"

"치.. 갑자기 발목잡히는데 안놀래는 사람이 어딨어요?"

"난 별로 안놀랄거 같은데.."

"무방비로 당하면 선배님도 놀라실거에요.. 어라.. 근데 어디로 가야돼죠?"

갈랫길이 나왔다..

어라..? 그녀는 못들은 모양이다..

가는건 좌측길인데..

"어.. 우측.."

뻔한거 아닌가.. 이좋은 상황을..

나는 오늘.. 그녀와 함께 이 산에서 행방불명이 될것이다.. 후훗..

그녀에겐 제법 미안하지만..

그래도 학창시절.. 이런 좋은 추억(?) 하나 정도는 만들어 줘야겠단 사명감으로

뻔뻔함을 대신한다..

"어떻게 아세요? 와보셨어요?"

"아.. 아까 형이 우측으로 가라드라.."

"네.. 빨리 가요"

내 팔을 당기며 길을 재촉하는 그녀...

긿일은 우리.. 지치는 그녀.. 업어주는 나.. 잠깐의 휴식.. 뜨거운 키스... 후후훗..

너무나도 당연한 전개가 머리속을 떠나질 않는다..

아.. 그래 빨리 가자꾸나..

"그런데 이길 맞아요? 길이 이상한데.."

".............. 맞겠지.. 가다보면 뚫릴꺼야.. "

"그럴려나? 와.. 그나저나.. 정말 너무 깜깜하네요.."

정말 깜깜했다.. 좀전까진 그래도 달빛이라도 있었는데..

이놈의 길은 나무들이 온통 가리고 있어.. 아예 암흑이다.

크크크.. 역사는 암흑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나 시력좋아서 다 보이니까.. 걱정말고 나.. 으악~~~"

"엄마야~~"

갑자기 앞에 나타난 알수없는 물체에 경악해버렸다..

"야.. 니들 왜 여기로와? 좌측으로 가란말 못들었어?"

"................"

환수형이다.. 흐미..

"아.. 환수선배님이셨군요.. 깜짝 놀랐어요 잉~"

"뭘 그렇게 놀라.. *쉬가 맛이가서 켜질 못했더니 놀랬나보구만..크크"

"그런데 형은 왜 여기에 있어요? 담력테스트 코습니까?"

"임마.. 설마하고 있었지.. 이쪽으로 가면 길 안나오는데.. 혹시나 오는놈들도 있을까봐 걱정되서 있었다.."

"................."

"선배님 우측이라면서요?"

".............. 우측이라고 들은거 같은데...."

"으이그.. 암튼 다시가서 좌측으로 가야돼! 언능 가라.."

"넹.........."

"히힛.. 선배님 그럼 수고하세요.."

"오냐..아 윤경아!"

"네?"

"조심해라..."

"네? 뭘요?"

"그놈.."

켁....

"넹.. 저도 긴장 잔뜩 하고 있어요.."

".............."

"이상한짓 하려고 하면 소리질러... 그럼 우리들이 후딱 구하러 가줄께.. 크크"

"네.. 저도 최대한 열심히 도망칠께요.."

이 인간들이.. 사람 중간에 놔두고 웬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을..

"............ 크크 넝담들도 잘하시네요.. 빨랑 가자 윤경!"

"네... "

이거 망신을 곱빼기로 당했다..

무슨 말을 해야되나..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도 제법 무서운건 남아있는지.. 그녀의 팔은 더욱 깊숙히 나의 팔짱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선배님~"

"어.."

"무서우셨나봐요?"

".............."

"아까 놀라실때.. 선배님 쓰러지시는줄 알았어요..."

".............."

할말이 없다..

이젠 더 추락할 이미지도 없겠다. 흑..

"어이.. 너무 달라붙는거 아냐?"

켁.. 나도 모르게 한다는 말이.. 아... 이런..

"아..."

"아니 뭐..."

수습 안된다..

괜한말 꺼내서 이 좋은 분위기 파토나게 생겼다.. 젠장..

"죄송해요.. 근데 그냥 이렇게 가면 안되요? 날씨 넘 쌀쌀해서.. 추워요.."

잉?

너무나 뜻빢의 반응에 잠시 당황했다..

아.. 이런 고마운.. 흑..

난 잠시 나의 생각없이 말하는 버릇에 반성을 하곤 다시 침착을 되찾았다..

"춥냐?"

그러고보니.. 그녀는 티셔츠 한장만 입고 나온터였다.

점퍼를 입고 있던 난 그래서 추운줄 모르고 있었나보다..

하긴.. 지금 상황에 춥단 생각이 들리가 없었다..

너무 뜨거운 시간들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네.. 산이라 그런가 꽤 춥네요.."

더 깊숙히 안겨라.. 나의 따뜻한 체온으로 너를 녹여줄테니..

"흠... 별로 안추운데.."

"선배님은 따뜻하게 입고 계시네요 뭘.. 땀나겠구만.."

"................땀은 무슨.. 벗어줘?"


흠.. 이런 상황에선 벗어주는게 남자의 매너이자 모든 연애의 기초단계 아니던가..


"네~♡"

"............."

아주 기다렸다는듯이.. 대답하는 그녀..

아..뿌듯하구나..

이렇게 나는 그녀에게 매너있고.. 듬직한 선배로 다시 태어나는것인가..

"그래.. 뭐.. 난 더우니.... 헛.."

자크를 내리다보니.. 순간 점퍼안에 나시티만 딸랑 한장 입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윽.. 이걸 벗으면.. 추운건 둘째치고.. 민망한 나의 속살들이 다 드러나는데...

게다가.. 나시만 놔두고 점퍼를 벗어주는건.. 상당히 오버스러운건데.. 젠장..

"뭐하세요.. 빨리 벗어주세요.."

라며.. 잠시 주춤한 나의 손을 잡아.. 자크를 내려버린다..

힉...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이냐..?

"어머.. 선배님.. 난닝구네요~ 홍홍.."

".................."

"추우시겠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뭐.. 너만 좋다면야 이정도는 참을수 있긴 하다만..

그래도 제법 추운건 사실이란다..

"좀 따뜻한걸로 입고 오시징.."

나의 점퍼를 아주 자기 옷인냥 자크도 목끝까지 쭉 올려버린다..

".............. 뭐 선선하니 좋네.."

어흑.. 남자다운 남자가 되기가 이렇게 힘든것이었던가..

갑자기 또 그녀가 팔짱을 낀다.. 이번엔 초반보다 더 깊이 껴버린 그녀..

이젠 완전 연인들의 자세가 나와버렸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에구.. 붙어야 따뜻하죠..우리 선배님 감기드실라..."

우리 선배님? 우리 선배님? 아.. 옷하나 벗어준것치곤 너무 갚진 보답 아니냐?

하나 더벗어주면.. 나의 선배님.. 아니.. 자기~♡ 가 되는거야? 그런거야?

"안춥다니깐.. 난 원래 겨울에도 반팔입고다니고 그래.."

물론 겨울엔 최대한 껴입고 다닌다..

"그래요? 와.. 난 가을만 되도 추워서 내복입고 다니는데.. "

"................."

내복? 흐.. 요즘애들도 내복입던가? 한번 보고싶다.. 그녀의 내복입은 실루엣을..

"근데.. 이제 슬슬 또 놀래킬 선배가 나올때 돼지 않았을까요?"

"그러게.. 어찌 조용하냐..."

그러고 보니.. 꽤나 지나왔는데도.. 아무런 기색이 없다. 길은 어짜피 한길이라 그대로 잘 온것 같은데..

벌써 10분째 아무도 나타나질 않는다..

"길을 잘못들었나?"

"네? 그럴리가요.. 아까 두갈래길 말고는 계속 이 길뿐인데요.."

"그렇지? 흠.. 더 가야 나오는건가?"

"어.. 선배님 혹시 저기에가면 누군가 있는거 아닐까요?"

그녀가 가리킨곳은 다 쓰러져가는 폐가였다..

흐... 그런거였나?

그런데.. 시작하기전엔 폐가에 들어가란 말은 못들었던것 같은데..

뭐 암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폐가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선배님 진짜 가시려구요?"

그녀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가보자.. 저기에 웬지 있을거 같은데..."

"잉.. 무서운데..."

"무섭긴 뭐가 무서워.. 얼른 와.."

"누구 있어요? 저희들 왔어요.."

폐가에 다가가 크게 외친다..

"아무도 없어요?"

.................

"아무도 없나보네요"

"그러게.. 그냥 가자~"

"네? 그냥 가려구요? 에이.. 이왕 왔는데.. 안에 한번 둘러보고 가야죠.."

잉? 얜 뭐야~ 무섭다고 난리를 치더니..

"무섭다며?"

"네.. 무섭긴 하죠.."

"그런데 들어가보고 싶어?"

"아뇨.. 선배님만..."

"......................."

"홍홍.. 농담이에요.. 빨리 가요.."

발걸음을 돌려 가던길을 마저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안타나나는게 자꾸 신경이 쓰였다.

철수했나?

길을 잘못들은건가?

흐... 길을 정말 잘못들은건가? 크크크.. 이거 뜻하지 않은 행운?

"선배님.. 혹시 휴대폰 들고 오셨어요?"

"어? 왜?"

"전화한번 해보세요.. 아무도 없는게.. 웬지 저희가 길을 잃은거 같기두 하구.. "

"그래? 근데 어쩌지? 난 안가져 왔는데.. 너도 안가져 왔어?"

이런일을 기다리던 내가.. 휴대폰을 들고올 리가 없잖니..

"네.. 저두 안가져 왔는데.. 일단 계속 가봐요.."

그녀의 팔짱은 너무나 당연하다는듯이 자연스러워져 버렸다..

그리곤 분명 초반과 다르게 팔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몸도 내게 많이 기대오고 있었다..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아.............. 선배님.. 빗방울!!"

"어? 아... 정말.. 이거 비오는거야?"

한두방울 떨어지던 굴찌막한 빗방울들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떻해요.."

"그러게.. 이거 큰일났네.."

이건 뜻하지 않았던 사태다.. 그래서 너무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아.. 야.. 아까 그집으로 일단 가자.."

"어디요?"

"아까 거기 폐가..같은데 있잖아.."

"아.. 그래요.. 빨리가요.."

그녀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야.. 잠깐만.."

난 허겁지겁 그녀의 점퍼에 달려있는 모자를 씌워줬다....

"뛰어~~"

순식간에 소나기가 되어버리고.. 이미 그녀와 나는 흠뻑 졎어버렸다..

"야.. 왜이렇게 늦어.. 빨리.."

"네"

급한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

헛... 그녀의 손.. 따뜻하다..

.....

하긴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웃기긴 한다..

가까스로 폐가에 도착해 비를 피했다..

하지만.. 워낙 급작스럽게 퍼붓던 비였던터라.. 이미 젖을만큼 젖어버렸다..

"하아~하아~"

"헥헥헥.."

그래도.. 이런 폐가라도 있단거..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길도 모를 산속에서.. 얼어죽을뻔 했을거 아닌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휴...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런게 있어서요.."

그녀도 나처럼 내심 안도한 모양이다..

"그러게.. 흐미.."

그녀는 나에 비해 비록 많이 젖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머리카락에서 물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섹시하다..

헛...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니.. 그녀가 너무 섹시해보인다.

머리에서 물기를 짜내는 그녀..

왜이리 섹시한거냐.. 응?

"춥죠 선배님?"

"아.. 난 괜찮아"

슬쩍 춥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춥단 생각보다.. 그녀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건줄 알았던.. 그.. 뻔하고 유치한 레파토리..

이런게 나에게 닥칠줄.. 누가 알았겠는가..

미리 예견이라도 했다면.. 준비나 했겠거늘..

갑자기 닥치니.. 딱히 뭘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설레이고 흥분되는 감정만큼은 주체할수 없을정도로 커져가고 있었다....

"금방 그치겠죠?"

"글쎄.. 뭐 지나가는 비 같긴한데.."

밤새 왔음 좋겠다...

"그나저나 선배님 넘 추워보여요.. 뭐 닦을거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괜찮다니깐.. 뭐.. 이정도가지구 그래.."

"에이.. 그래도요.. 이 잠바라도 벗어드릴테니 닦으세요.."

"................"

마치 자기 점퍼인걸로 착각하는듯 선심을 쓴다..

점퍼로 물기를 닦아보지만..

젠장.. 젖은 점퍼라.. 물만 더 묻었다..

"아.. 비맞은거네요.. 깜빡했당.. 히힛.."

알면서 장난친거니?

장난까지 치는걸 보니 아직 그녀의 기분은 유쾌한듯 보였다..

다행인건가?

빗방울이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도통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내심 쾌재를 부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루종일 올지도 모른단 생각에 은근히 걱정도 되긴 했다..

그녀가 조금씩 떨기 시작한다..

"야.. 많이 춥냐?"

"아뇨 아직 참을만해요.."

아.. 떨고 있는 그녀를 보니..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서 꽉~안아주고 싶었다..

살짝 안아줘볼까?

이런 상황에서 안아주면.. 파렴치한인걸까.. 아니면.. 듬직하고 따뜻한 선배인걸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나이다..

"조금만 참아봐.. 비 금방 그칠꺼야"

슬슬 내 입술도 떨렸다..

하긴.. 그녀보다도 훨씬 전부터 몸은 떨리고 있었던 터이다..

"네.."

목소리에 떨림이 더 심해져버린 그녀..

설마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를 살짝 안아버리고 말았다..

"선..배..님..."

그녀가 살짝 놀란듯하다.. 하지만.. 거부하진 않았다...

"가만히 있어.. 그냥.. 이럼 좀 따뜻해질꺼야...."

나도 모르게 내뱉은말이.. 나름 멋있었던것 같다..

뒷말은 더 하질 않았다..

할말도 없었고 하기도 어색했고.. 결정적으로.. 그냥 느끼고만(?) 싶었다..

품안의 그녀.. 너무 사랑스럽다..

그녀의 체취에 취해.. 정신을 가다듬기조차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녀의 제법 잔잔해진 호흡소리도 시끄러운 빗소리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결국 충동이.. 솟구치고 만다..

비가 언제 그칠까를 걱정하는 그녀와는 다르게..

난 계속.. 끓어넘치는 본능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그녀와 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며.. 서로에게 안겨 있었다..

비는 아무래도 금방 그칠것 같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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