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는 매우 복잡해졌다. 차갑게 머리를 식히고 생각하니 강필원은 엄청난 세력이 뒤를 봐주고 있었다. 저격수가 있는 것도 그렇고 뒷골목 패거리도 모두 적절한 순간에 등장했다.
자금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지원을 받는게 확실했다. 이어서 그는 강필원의 죄목을 다시 한번 생각해냈다.
"날 살려줄 확률이 있긴 한가..."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경찰을 살해한 범인이 한명의 경찰에게 엄청나게 유리해진 상황속에서 그 경찰을 살려줄 확률은 어느정도 될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강민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스토랑에는 이미 불안해하는 주인과 웨이터들빼곤 손님은 없었다. 급해진 상황에 먹던것을 중지하고 갔던 손님이 많던지라 자리에는 여전히 덜 식은 음식들이 이곳 저곳 차려져 있었다. 강민호는 그중 한 식탁에서 나이프를 들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어차피 아내도 나도 죽을 거라면... 네놈도 죽는다. 강필원!'
조용히 화장실로 다가선 강민호는 강필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들어간건 강필원 한명. 확실했다. 남녀 공용 화장실으로 예상 되는 하나의 문 앞에서 강민호는 스테이크용 나이프를 들고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이 기다리던 소리가 문에서 들려오자 강민호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끼익
"죽어 강필원!"
-푸욱!
완벽한 찌르기였다. 나이프는 목부분에서 머리쪽으로 대각선으로 정확히 꽂혔다. 완벽한 즉사였다. 하지만 완벽한 찌르기는 다른 의미에서 완벽히 실패한 찌르기였다. 대상이 틀렸기 때문이다.
"아.. 아.. 아아악!!"
강민호는 비명을 지르면서 물러났다. 그런 강민호의 비명을 들으며 문에서 두번째의 인물이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니 만나게 해드렸더니 죽여버리시면 어떻게 합니까."
두번째 인물은 바로 강필원이었다. 그리고 나이프를 찔려 즉사한 사람은 다름아닌 강민호의 아내였다. 강민호는 아내를 찔러 죽인 것이다.
"아아아악! 어흑.. 아흐흑.."
울음섞인 비명을 지르던 강민호는 이내 정신이 반쯤 나간 채 아내의 목에 박혀있던 나이프를 세게 뽑았다.
"전 약속을 지켰습니다. 하하하하"
크게 웃는 강필원의 말에 강민호는 반쯤 정신나간 웃음을 지으며 강필원에게 달려들었다.
"후후후 죽어!!!!"
예상외로 강필원은 전혀 반항이 없었다. 목과 복부를 수십번 찔린 강필원은 이은정과 마찬가지로 즉사했다. 그리고 강민호는 강필원의 시체 위에서 천천히 나이프를 뽑아서 바라보았다.
"크크큭..."
강민호는 나이프를 역수로 쥐었다. 마지막 일을 앞둔 강민호의 나이프가 빨간 색 빛을 내며 반짝였다. 그리고 이내 나이프는 빠르게 강민호의 목을 파고 들었다.
그순간.
강민호가 보는 세상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죽음이란 이런 것인가?'
그리고 회색으로 완전히 변해버린 세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유리파편처럼 깨어져 나갔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일은 이후 일어났다. 깨어진 파편뒤에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의 정면에는 자신이 죽인줄 알았던 강필원이 의자에 앉은 채 강민호를 비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질감을 느낀 강민호는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급작스럽게 검게 변해가는 시야와 함께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기울며 쓰러졌다.
찾아온 죽음에 시야가 어두워지기 직전 강민호의 시야에 보인 것은 다 깎은 사과하나였다.
경찰서 내부에 파란이 일어났다. 갑자기 취조실에 들어간 강민호 형사가 다과를 깎더니 그 과도로 자신의 목을 찌른 것이다.
"뭐.. 뭐야? 어떻게 된거야?"
다들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강필원은 천천히 걸어서 취조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 강필원을 보며 김현식 형사가 외쳤다.
"뭐야! 막아 탈출한.."
외치던 김현식이 말을하다 말고 시간이 멈춘듯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 저편에는 강필원이 있었다.
취조실에서 나온 강필원이 처음 한 행동은 그저 서를 주욱 돌아보며 그들의 눈을 한차례 마주치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는 잠시동안 정적이 쌓였고, 이내 모든 경찰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기름을 서에 붓고 불을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강필원은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는 자살을 방관하며 천천히 경찰서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가 벗어난지 얼마 후 경찰서는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삼키는 화마가 경찰서를 휩쓸고 얼마후 119에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차량이 출동하고 경찰서 화재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휘유~ 어처구니 없구만... 화재가 있기전에 서안의 대부분은 죽어있었고, 그 사인이 다름아닌 자살이라... 단체로 마약이라도 했었나? 정신이 나갔구만."
화천경찰서 화재사건을 기록한 파일을 보던 한 비서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기록된 내용을 읽었다. 전부 자살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 위에서의 개입이 생겨서 그냥 화재로 죽은걸로 덮여있었지만 진실된 기록은 지금 한 비서가 보고 있는 파일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갑자기 누군가가 어둠속에서 비서에게 말을 꺼냈다. 그 말에 비서가 화들짝 놀라며 읽고 있던 자료를 어둠속으로 내밀었다.
"아 회장님 계셨습니까? 회장님이 요청하신 자료를 가져 왔습니다."
"아니 됬다. 너의 말을 들으니 확실해 졌어. 그 자료는 폐기하도록."
회장이라 불린 사람이 자료폐기를 말하자 비서는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파일을 들고 대답하며 나갔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비서가 나간 뒤 어둠속에서 여전히 몸을 숨기고 있는 회장이라 불린 사람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최면안이 맞는거 같군... 경찰에 잡혀있었다? 조사해 봐야겠어."
-특수 수감자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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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입니다. 원래 2편씩 쓰려했는데... 어쩌다보니 3개 올리네요.
일단 에피소드 1을 마쳤습니다. 나름 준비한 반전인데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칠안전쟁은 7가지의 특별한 눈의 소유자들을 다루는 내용으로 갈 겁니다.
그중 하나인 최면안을 위주로 이번 에피소드를 짜 보았습니다.
필력이 후달려서 재미 없으셨는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지적하실거 있으면 지적좀 해주세요.
댓글이 하나도 없어서... 쓸쓸합니다.
에피소드 2는 천천히 머리에서 떠오르면 다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