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별난 만남
어, 안녕.
안녕. 너 생각보다 실물이 낫네.
생각보다?
알잖아, 룸에서 보는 거랑 밖에서 보는거랑 다른거?
아, 그치. 너도 실물이 더 이쁘네.
'헐, 대박. 진짜 이쁘네.'
멘트겠지만 진심이라 생각할께. 아 배고푸다, 뭐 사줄거야?
너가 먹고 싶은거 먹자.
난 참치회 먹고 싶은데, 어때?
참치회? 좋지. 아는데 있어?
응, 저 뒤에 참치집 있는 건 봤어.
봤어? 가 보진 않고.
응, 혼자 가긴 좀 그렇잖아. 청승맞아 보이고.
의외네, 하나부터 열까지 뭐든 할 것 같은데.
먹는 건 좀 그래.
참, 근데 어떻게 나한테 연락할 생각을 했어? 어제 갈 때 표정은 그냥그냥하던데.
그냥 어제 오랜만에 가서 정말 시덥지 않은 애들 멘트 듣는 게 지겨웠는데, 넌 좀 다른 것 같더라고.
설마 술주정?
그건 농담이고, 그냥 사람 대하는 게 좀 달랐어.
어떤 점에서?
어떻게든 먹자!가 아니라 그냥 사람 만나러 온 느낌. 그런 거 있잖아. 나이트 온 사람은 원나잇하러 온 사람이라는 가정하에 미친듯이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멘트 말이야.
불나방? 큭큭.표현 고급진데.
여튼 어제 너도 나처럼 사람 구경왔구나 싶어서 궁금했어,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사람 다 똑같지 않나.
그치? 너도 노리고 온거지?
뭐 뭐.
얼굴 빨개지는 거 보니 맞구만, 변태네, 변태선생.
아, 됐고. 여기 아냐?
맞다. 들어가자.
참치집은 다찌 좌석 6개와 테이블 좌석 3개 밖에 없는 아담한 곳이었다.
머리가 히끗하신 사장님과 사모님이 함께 장사를 하시는 듯 했다.
뭐 먹을까? 스페셜? 실장추천?
난 뭐든 좋아.
너 은근히 먹는 것 고르는 거엔 패기가 없다. 어제 톡 할 땐 장난아니더니.
그랬나?
어, 너 진격의 패기녀였어. 덕분에 이렇게 만나게 됐지만.
싫어?
아니 좋아,
'뭘 드릴까요?'
실장 추천으로 주세요.
'술은?'
사케?
아니, 사이다 주세요.
정말?
응, 난 술 안 먹는데... 너도 술 못한다며.
그건 그래도 회에 대한 예의상
예의는 무슨, 술 먹고 진상피는 사람 딱 질색이야.
'사이다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난 근데 태어나서 회랑 사이다만 먹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좋지? 나 만나면 처음인게 많아질거야?
정말?
넌 정말 받게 모르냐?
그런가?
대화가 안되네, 대화가. 참, 너 이름이 뭐야?
맞다, 나도 너 이름 모르는데... 우리 완전 웃긴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거진 삼십분째 얘기를 하고 있었다니.
그러게, 진짜 웃긴다. 난 미선이야, 박미선.
미선? 개그맨?
하지마라, 진심으로 짜증나니까.
아, 미안. 난 준석이야, 김준석.
이름 진짜 범생같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생각만큼 범생은 아니야.
근데 어떻게 학원강사가 됐어?
뭐 얘기하면 긴데, 짧게 말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그 당시엔.
그래?
여튼 뭐 재미없는 얘기는 하지 말자.
'음식 나왔습니다.'
나 근데 궁금한게 있는데 나이가 어떻게 돼?
나이? 몇살처럼 보이는데?
뭐야, 이 친근한 나이트 멘트는?
야야, 이건 나이트 뿐 아니라 어디서든 통용되거든. 은근히 어리버리하단 말이야.
스물 여덟? 아홉?
아, 진짜. 매너 없네.
농담이야, 스물 다섯? 여섯?
됐거든, 스물 아홉이야.
헐 정말? 나보다 나이 많네~요.
뭐야, 급 존댓말은. 넌 몇살인데?
스물 여덟
한살은 친구야, 그냥 말 놔. 어설프게 누나 이러면서 엥기지 말고, 피곤하니까.
그래, 나도 그닥 누나는 싫다. 근데 술 안먹고 사이다 먹으니까 참 어색어색하다.
그래? 난 하나도 안 어색하고 좋은데.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나도 편하긴 한데 뭔가 음...
아, 너나 나나 서로 취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걸 기대한건가? 맨정신에 자신 없고?
아 아니, 그건 아니고.
으구, 다 똑같애.
아니, 뭐 나이트에서 만나면 뭐 좀 그런거 기대하지 않나? 여자는 안그래?
그건 그 때 그 때 다른데 늘 생각을 하고 살진 않지, 그냥 심심해서 가는거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뭘. 회가 맛있네.
회만?
뭐야, 이 반전 멘트는.
이거 얼른 먹고 2차 가자.
2차?
왜 싫어?
아니, 너무 갑작스러우니까.
싫으면 관둬.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흠흠.
너 여자는 사귀어 봤지?
당연하지.
그럼 됐어.
뭐가?
몰라도 돼, 어서 남은 거 먹기나 해. 말하느라고 별루 먹지도 못했잖아.
괜찮아.
왜?
여기 무한리필 집이야.
아 그래?
그럼 30분 후에 2차 가자.
30분 후에?
뭔가 다음을 기다리면 설레이잖아. 나도 살짝 흥분된다.
너 진짜 최고다.
뭐가?
아 아니야.
- 3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