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 54

갑과을 작성일 17.11.07 14: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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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1. 로키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욕설의 한 가운데에 서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주설이었다. 처음에는 뜻 밖의 인물을 발견한 것에 대한 놀라움으로 말문이 턱 막혔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광경을 계속 보노라니 그녀가 열차에서 내리기 전에 우리에게 나와 아는 척을 하지 말아라.’라고 말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이 도시에서 엄청난 미움을 받고 있는 인물인 터인데, 그 인물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다가는 우리의 신변 역시 위태로워 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역시 라스알하게를 발판으로, 프로하기온을 넘어 라스알게티까지 노리는 이답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노골적인 증오에 대처하는 그녀의 태도는 범인이 보일 수 있는 그것과는 확연이 달랐다. 그녀는 욕설과 폭언에 귀를 막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치켜들고 당당하게 맞서나갔다. 아니...... 고개를 당당하게 치켜들었다는 것으로는 지금 저 여자가 보여주는 태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래! 내 머릿속의 수다쟁이가 간만에 한 건을 해냈군, 녀석이 내가 알고 있는 어휘의 무더기 속에서, 지금의 주설을 적절하게 묘사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냈다. 그것은 오만이었다. 주설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오만하게 내려 보는 태도를 시종일관 견지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녀를 둘러싼 그 어느 것도 그녀의 오만한 콧대를 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주설씨라고요? 대관절 무슨 일인데요? 왜 사람들이 주설씨에게 욕을......”

 

단상 아래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답답이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그래, 하마터면 녀석을 잊어버릴 뻔 했군, 나는 재빠르게 단상에서 내려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이젠 주설이란 이름을 입에 올리면 안될 것 같다.’라고 속삭였다. 내 말에 답답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왜요?”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그 녀석은 라스알하게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우리로서도 꽤나 곤란해지겠지.”

대체 그녀가 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걸까요?”

 

답답이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생각보다 빨리 얻을 수 있었다.

 

물러서 부복하시오! 총독각하 행차요!”

 

크고 우렁찬 이 외침은,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왁자했던 라스알하게 역 앞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얼마나 순식간에 소음이 사그라들었던지, 이곳에 엄청난 양의 폭약이 한꺼번에 터지는 바람에 이 일대가 순간적으로 진공상태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만들 정도였지. 나와 답답이는 급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우리의 눈앞에 그 수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오와 열을 지어 바싹 엎드리고 있는 풍경이 들어왔다. 세상에, 지금 우리 주변에 엎드리고 있는 이 사람들이 아까만 해도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들끓던 무리가 맞는 것인가? 누군가가 여기에 있던 사람들을 한꺼번에 바꿔치기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리를 지르던 이는 말을 타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살피며 혹여나 엎드리지 않은 이가 있는지 살피고 있었다. 답답이도 이때만큼은 눈치껏 바싹 엎드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그녀가 내 팔을 잡아끌며 얼른 엎드리자고요.’라고 속삭였다는 것이다. 세상에 답답이에게 눈치로 질 줄이야. 나도 이젠 지옥에서 한잔 할 때가 다 된 모양이군.

 

바싹 엎드리는 와중에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넉넉잡아 대 여섯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우산이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드리워졌고, 그 뒤를 깃털로 만든 거대한 부채 두 개가 한 사람을 위한 바람을 만들고 있었다. 그 뒤로는 남자와 여자가 반반 섞인 행렬이 그 사람의 뒤를 따르고 있었고...... 아마 우산의 그늘아래 있는 이가 바로 총독이지 싶었다.

 

삼민 상단의 주설, 라스알하게 총독님을 만나 뵙것습니다.”

고개를 들어라.”

 

총독 앞에 그녀는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고, 총독은 그런 주설에게 일어서라고 명령을 했다. 그가 주설에게 손짓을 하자, 그녀는 허리를 숙여 다시 한 번 예를 갖추었다.

 

프로하기온에서 소식은 들었다. 마피아 놈들과 한 딱가리 했다고?”

지 불찰입니다. 시장 조사를 확실히 혔어야 혔는디. 그게 모질랐던 모양입니다.”

그거야 다음부터 잘 하믄 되는 것이고.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관저에 식사를 준비해놨으니 한술 뜨고 원기를 회복 하시게나.”

 

총독은 그녀의 어께에 손을 올렸고, 그 모션이 주설에게는 퍽 감동으로 다가왔는지, 그녀의 어께가 가늘게 떨렸다.

 

각하의 은혜가 하늘과 같사옵니다.”

 

 

 

 

 

 

 

Channel 2. 아이리스

 

주설씨와 총독님은 하나의 행렬을 이루어 총독부로 들어갔지만, 그곳에서 부복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고개를 들 수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알려주진 않았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주요한 인사들을 보좌하던 행렬들까지 모두 이 장소를 떠나야지만 부복을 풀 수 있는 모양이에요. 저와 로키군은 그렇게 한참동안 고개를 땅에 쳐 박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상당히 권위적인 동네로군.”

 

저와 로키군은 서로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부복을 풀자마자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퍼포먼스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뒷말의 농도는 상당히 짙고 노골적이었습니다.

 

구신은 뭐하는지 몰것네. 저런 오살 맞을 년을 안델고 가구 말여.”

 

자신의 분노를 채 온전히 식히지 못한 교복입은 학생이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저희 옆을 지나갔습니다. 청년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형식적으로 말리는 시늉만 할 뿐, 그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어요. 주설....., 그녀는 확실히 도시 전체적으로 미움을 받고 있는 인물이 분명했습니다. 저희는 그들과 쓸데없는 마찰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역사의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일단 커피 한잔 하자고.”

아마 여긴 커피보단 차를 많이 마실거에요.”

? 커피를 안 마시는 동네도 있단 말이야?”

아무래도, 여기는 기후조건상 커피보단 차를 재배하니까요. 라스알하게 그린티는 들어 봤죠? 산지에서 직접 먹어보는 경험도 할 만하지 않겠어요?”

 

저는 로키군에게 역전 앞 찻집을 가리켰고, 로키군은 커피하우스를 찾기 위해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결국 제 의견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여기 주문할게요.”

............저는...... .....앙 어를 할......지 몰릅니........”

 

제 말에 찻집 주인은 난감한 얼굴로 더듬더듬 대답을 했습니다. 억양도 억양이지만, 그의 말은 정말로 서툴러서, 그의 말을 알아듣는 데는 꽤나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했어요. 그렇게 고생 끝에 들린 말이 중앙어를 할 줄 모른다라 저희 둘은 맥이 탁 풀렸지 뭡니까. 그래도 찻집 주인도 엄청난 인내심의 소유자이어서, 저희에게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메뉴판의 차에 대해서 성심성의껏 설명해 주었습니다. 노력을 한 주인의 성의도 있고 해서, 저희는 작설차라는 걸 주문해보았습니다.

 

주설 정도면 중앙어에 꽤 능통한 편이었군.”

 

로키군은 주인이 내온 작설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주설씨에 대한 평을 내렸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녀가 말하는 중앙어에는 라스알하게 특유의 억양이 섞여, 프로하기온 만큼이나 특색이 있구나 했는데, 여기 현지인들은 거의 중앙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로키군은 이곳 신문도 마찬가지일까?’라면서, 찻집주인에게 가서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신문을 가져다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주인은 고개를 끄덕하더니, 로키군에게 신문더미를 가져다 주었지요.

 

익숙한 신문도 있지만, 라스알하게의 지역신문도 있구먼. 그런 점에선 프로하기온보단 낫네.”

 

저는 로키군이 읽다가 포기해버린 라스알하게 지역신문을 살펴보았어요. 정말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들뿐이었지요. 곡선미를 자랑하는 보편문자와 달리, 라스알하게의 문자는 직선적인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네모반듯하고, 선과 선이 수직으로 만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런 문자들을 보노라니, 뭔가 외국에 온 것 같은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하나의 나라인데...... 생활환경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영판 다르니까,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데서 오는 동질감 보다는 이질감이.......

 

, 로키군.”

?”

주설씨 말이에요. 무슨 이유로 미움을 받는지 알 것 같아요.”

“......?”

 

 

 

 

 

 

 

Channel 1. 로키

 

답답이는 자신이 깨달은 바에 대해서 내게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정치적인 내용이 많아, 그녀가 말한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IATP연수 '대륙사' 강의에서 학습했던 내용 덕분에 어느 정도는 지레짐작으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주설의 처지는 라스알하게의 역사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하고 있었다. 라스알하게는 이전에 삼국으로 불리던 곳으로써, 라스알게티를 중심으로 하는 대륙과는 별개의 문화권에 속한 독립적인나라였다. 여담이지만 삼국은 그곳의 문자로 세개의 나라라는 뜻으로써, 활에 능한 ’, 창을 능숙하게 다루는 ’, 칼을 가진 라는 세 민족이 각각의 영역을 가진 별개의 나라였다. 그런데 이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대륙은 이 세 나라를 한데 묶어 삼국이라고 부른 것이다.

 

삼국은 몇 백년 전부터 존재가 알려졌고, 프로하기온을 통해 대륙과도 통교했다. 물론, 각각의 나라였기 때문에, 통일된 하나의 채널이 있던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독립된 문화권으로서 대륙과 상대했다. 그런데, 그곳에 정치적인 지형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1592414가 다툼을 벌였고, 거기에 이 개입함으로써, 셋은 내전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대륙은 불간섭주의다시 말하자면 어차피 남의나라 싸움이니 개입은 하지 않되, 물건 팔아먹으면서 이득이나 챙기자는 포지션을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에 라스알게티 출신 상인들이 희생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라스알게티 측에서는 삼국에 사건의 진상을 소명할 것과,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었지만...... 앞서도 말했다시피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당시의 삼국은 대륙과 통교하는 통일된 채널이 없었다. 이를 외교당국은 알고 있었고, 진상소명과 피해보상은 요원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외교당국의 인식과, 일반 시민들의 인식 사이에 간극이 컸다는 것에 있었다. 당시 라스알게티 시민들은 삼국이 하나의 나라라고 인식했던 모양이다. 시민들은 진상소명피해보상에 대한 소식이 없자, 그들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이 라고 생각했고, 이런 불량한 이웃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연일 전쟁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그것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자 라스알게티의 위정자는 슬슬 생각을 달리 먹기 시작했다. ‘프로하기온도 먹었던 우리가 저길 못 먹을 이유도 없지 않냐?’라는 쪽으로 말이다.

 

라스알게티는 삼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삼국에는 통일된 채널이 없었다. 그걸 알고서도 삼국이라는 가상의 개념에 선전포고를 하고, 병력을 보낸 것이다. 라스알게티 지역 사람들로서는 어이가 없겠지,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힘든 판국에 갑자기 외국 군대가 밀고 들어오니 말이다. 하지만 전란중인 나라가 갑자기 외국군대가 들어온다고 뭉쳐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라스알게티는 이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듭했고, 지금의 라스알하게 역이 있는 이곳에 라스알하르게타라는 식민지를 만들어버리고 그곳에 총독을 두었다. 부연하자면,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라스알하게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즉 라스알하게라는 지역의 명칭은 바로 라스알하르게타라는 식민지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짐을 깨달은 삼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휴전을 하고, 라스알게티에 맞서 싸웠지만, 지도자들의 정치적인 화해가 병사들의 화해로 이어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라스알게티가 적국이 결속하는 시간을 줄 정도로 군기 빠진 이들인 것도 아니었다. 라스알게티는 심적으로 통합이 되지 않은 오합지졸을 상대로 승리를 이어나갔고, 라스알하르게타는 물밀듯이 삼국을 잠식해나갔다. 그리고 1610829일 마지막 저항세력을 무너뜨림으로써, ‘삼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이로서 하루아침에 삼국라스알하게, ‘’, ‘’, ‘로 이루어진 삼민라스알하게인이 된 것이다. 몇 백년간 독립을 유지하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속국으로 전락해버렸고, 그로부터 고작 14년밖에 지나질 않은 것이다...... 이런걸 미루어 볼 때, 라스알하게인에게는 라스알게티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만무하지.

 

하지만 내 말이 모든 라스알하게인들이 라스알게티인과 부정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저녁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자신의 빛을 내듯이, 수많은 사람도 자신의 색채를 가지는 법이다. 라스알하게인들 중에는 라스알게티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개인적인 부와 영달을 취하는 이도 생겨났다. 예전에는 겨레로서 구분되던 라스알하게 인들이 라스알게티와의 친소여부로 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라스알게티와 적대적인 관계를 가진 이들을 부정파’, 라스알게티와 친화적인 관계를 가진 이들을 긍정파로 이들은 빠른 속도로 분화되었다.

 

그러한 기준으로 판단하자면 주설은 그러니까 긍정파좀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매국노, 나라를 팔아먹은 놈인 것이다.

 

주설의 부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군.”

그리고 그녀가 받는 미움에도 그런 이유가 있었던 거구요.”

 

답답이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하긴 그럴법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이질적인 성, 경험, 재능, 관점을 가진 동물들이 화합을 하는 데는 자신의 집단에 대한 애착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애착의 대상이 가족이라면 가족애’, 지역사회라면 향토애로 다양하게 변주되어왔지. 인간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고장에 대한 애착이 있게 마련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고향인 라스알게티가 타인의 고향에 했던 몹쓸 짓을 알게 된다면...... 그건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에휴..... 사는 게 뭔지 참.”

살아서 추악한 것인지, 추악하니까 살아남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 게 사실이군.”

그래서 주설씨가 자신을 피하라고 했나 봐요. 자신이 매국노 취급을 받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니, 우리가 자신과 가까워 보인다는 걸 라스알게티인들이 알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그런 것 같군

 

 

 

 

 

 

 

Channel 2. 아이리스

 

로키군은 입맛을 다시며 차를 마시곤 기지개를 쭉 폈습니다.

 

그래, 그건 그거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면 될 뿐이야. 얼른 내 유품을 돌려받고 여길 뜨자고. 유품 소지자의 이름이 뭐랬지? 레딕......뭐였더라?”

로트 클라우드에요.”

아 맞아. 내가 라스알게티에 오래 살긴 했나봐. 로트를 레딕이라고 발음하는걸 보면 말이지.”

 

로키군의 너스레에 핀잔 섞인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한편으론 로키군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스알하게의 역사와 주설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는데, 로키군이 재빠르게 화제를 전환시켜준 거잖아요. 티를 안내서 그렇지 그는 참 다정한 면모를 가진 사람임이 분명해요.

 

차 잘 마셨습니다.”

...... 아니, 예라고 대답해야 하는곤가? 담에도 또......? 뭔 말인지 알았쥬?”

 

찻집 사장님은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또 오라는 제스쳐를 취하며 저희를 배웅해주었습니다. 참으로 친절한 사람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낯선 여행자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라스알게티인에게 호의적일 수 없는 고장에서 말이에요.

 

저희는 찻집에서 나와 라스알하게 역 앞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제 보니 이곳은 정말로 나무가 많은 곳입니다.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즐비한 라스알게티, 진흙집 사이로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프로하기온과는 정말 대비가 되는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로 있다는 건 참 슬픈 일이에요.

 

일단 사람이 많은 곳부터 찾아가자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정보가 모이기 마련이니까.”

 

로키군의 손은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집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짚단으로 지붕을 이은 라스알하게 특유의 양식으로 만들어진 저 집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습니다. ...... 라스알하게 문자로 뭐라고 써 있기는 한데, 그걸 알아들을 수 없는 저희로서는 싸리문 너머로 음식을 들고 이리저리 내달리는 종업원과, 연기에 섞인 구수한 냄새가 저곳은 식당이라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분명 특실칸에서 만찬을 즐기긴 했지만, 이 구수한 냄새를 맡다보니, 라스알하게 고유의 음식은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피어올랐습니다. 물론...... 호기심은 배고픔이라는 동료를 함께 데리고 오기도 했고요.

 

어서 오세유. 몇 명이셔유?”

둘입니다.”

........... 쩌기 고향이 어찌 되셔유?”

“.....고향?”

 

손님이 들어오자 라스알하게 특유의 그릇에 음식을 나르던 종업원이 반갑게 인사를 하려다가...... 저희를 보고는 멈칫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시선은 로키군이 아닌, 제게 멈춰있었지요. 그녀의 눈은 혹시나하는 의구심으로 잔주름이 자글자글하게 꼬여있었습니다.

 

내 고향은 프로하기온이고, 이 아가씨 고향은......”

아따 아주마, 요래 딱 보면 모르겄슈? 눈깔 퍼런게 딱 봐도 라스알게티 것이구먼.”

아니...... 전 라스알게티인이 아니구요.”

 

저도 모르게 거짓말이 입에서 흘러나왔지만, 저를 보는 종업원과, 그녀 옆에 선 사내의 눈에는 의구심이 지워질 기미가 도저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깔 퍼러면 라스알게티 놈년이지 그럼 뭐랴?”

이 여자는 라스타반에서 왔다. 이곳 사람들은 눈이 파란 색이면 다 라스알게티인이라고 생각하나보지?”

아니 뭐 꼭 말이 그렇다는건 아니구......”

라스알하게 사람들 인심 좋은 건 대륙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는데, 그 푸근한 인심이라는 게 먼 타지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모양이군.”

아이구 뭔 말을 그렇게 딱딱하게 하신대유? 우리가 뭐 사람 쫒아낼라고 물어본 것두 아니구, 그냥 눈 퍼런게 신기해서 그런거여유. 그쥬? 신기하잖아유.”

그류 그류. 처자 눈이 참말로 이뻐서 물어본 거여.”

 

로키군은 사내와 종업원을 가로막으며 일갈을 했고, 로키군의 말에 그 둘은 더는 말을 못하고 저희에게 자리로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 로키군 덕분에 한 고비를 넘겨서 다행입니다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라스알게티 인에 대한 그들의 증오의 민낯과 마주한 것 같아 지독하게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여긴 어떤 요리가 유명한가?”

라스알하게야 에지간하면 음식 맛없다는 소리 못듣쥬. 혹시 괴기 좋아하시나? 삼국에는 사람들이 먼질 갔다가 오면 괴깃국에 막걸리 한 잔 시원하게 찌끌이는디.”

 

 

 

 

 

 

 

Channel 1. 로키

 

종업원들은 한때나마 우리를 의심했던 것이 미안했는지 유난스러울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다른 손님들은 수저라고 불리는 식기도구를 알아서 가지고 올 동안, 우리에게 직접 가져다주었고, 반상이라고 부르는 앉은뱅이 탁자를 몇 번이고 행주로 훔쳐내었지. 그들의 태도를 보니, 그들의 가슴속에 있던 의구심이 이젠 호기심으로 그 양태가 변한 것 같았다. 아마, 답답이와 같은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쨌거나, 이런 친절을 받다 문득 답답이 쪽을 보니 녀석은 풀이 죽어 있었다. 아마 녀석의 성정상,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속인게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여게 국밥이구, 요기 호리병에 담긴거는 막걸리유. 수저 쓸 줄 알쥬?”

. 그럼요. 감사합니다.”

 

녀석의 마음에 자리한 가책이라는 감정은 국밥을 가져다주는 종업원의 영업용 미소를 만나자 다시 한 번 날카롭게 그녀의 가슴을 찔러대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영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지식하게 다 말할 필요는 없어. 사실대로 이야기한다고 저들이 널 칭찬해줄 리도 없고.”

“.......알았어요.”

 

나는 국밥을 먹으며 녀석을 쳐다봤다. 분명 특실칸에서 진수성찬을 즐기긴 했지만 일곱 시간이나 지난 과거였으니 분명 허기가 질법도 했지만, 송송 썰린 파가 올려진 국밥을 녀석은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한번 걱정 해줬으면 됐지 두 번이나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짐짓 모르는 척 하고 먹고 있는데, 답답이는 한참동안 국밥을 께작거린 끝에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저기 로키군.”

? ? 말해.”

혹시 프로하기온 사람들도 라스알게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건가요?”

“.......”

 

녀석의 질문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이 녀석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는 것이었다. ‘우리,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사람들의 질시 혹은 두려움어린 시선을 받는게 익숙해져서 타인의 시선에 둔감하곤 했는데,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타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건 매우 생경한 경험이었겠지. 그래 그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곱씹고, 스스로의 마음을 괴롭힌다고 해서 타인이 그걸 알아줄 것도, 자신의 부정적인 시선을 거둘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비 효율적인 생각에 매몰되어 있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해하고 말고의 여부를 떠나 내가 이제까지 지켜본 녀석은...... 아마 내가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는다면, 그 생각을 멈추지 않을 아주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여린 녀석이다.

 

아니 뭐 이런 질문을 하는게 제가 주눅이 들어서 그런게 아니라요. 그냥....... 라스알하게에서 딱히 좋은 취급을 받은게 아니니, 프로하기온이라면 어쩐지 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딱히 좋진 않아. 프로하기온 사람들은 라스알게티 사람들을 일러 정없고, 계산적인 사람......’깍쟁이로 보곤 하지. 뭐 딱 거기까지야. 어느 나라든 수도에 사는 사람들은 깍쟁이 소릴 듣는건 피할 수 없지 않겠어? 그거 외엔....... 딱히? 라스알하게야 최근에 정복 됐지만 프로하기온은 엄청 오래됐잖아? 천년왕국 수립 즈음에 합쳐졌으니까.”

“.......”

 

내 말에 녀석의 얼굴에 긍정적인 의미를 함축한 근육의 궤적이 그려졌다. 아마 내 말에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해진 모양이었다. 독심술 같은 잔재주는 없지만, 그녀와 대화를 나눈 맥락을 고려했을 때 녀석의 머릿속에는 그래도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을 것 같았다.

 

내가 아는 한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좋은 평과 사랑을 받으며 존경받는 사람은 없어. 라스알하게의 성인중 하나가 그런 말을 하더군 양고기가 아무리 맛이 있어도,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건 아니다.’라고 말이야. 사람마다 경험과 그걸 통해 얻은 지식, 그리고 수립된 가치관이 다를 텐데 그걸 다 만족시킬 수가 있겠냐? 그건 아마 네가 믿는 신이 인간의 육신을 입고 오더라도 불가능 할거다.”

그런 말 해 줘서...... 고마워요.”

고맙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 한 건데 뭘. 아 맞다. 저기 물어볼게 하나 있는데.”

 

이른바 좋은 말을 더 하면 내 손이 오그라들다 못해 완전히 소멸될 것 같은 생각에 나는 답답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근처에 있던 종업원을 불렀다. 내 부름에 우리 둘을 지켜보며 언제쯤 끼어들어 말을 한 번 섞어볼까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종업원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 뭐 시킬거라도 있어유? 육수 더 줄까?”

아니 육수는 됐고, 질문 하나만 하자고. 혹시 이 고장에 로트 클라우드.’라는 사람이 있는가?”

? 로트....... 뭐시라고?”

로트 클라우드. 이곳에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 보자. 로트 클라우드라. 이름 보면 여게 토백이는 아닌거 같구. 이보 미리네. 혹시 여그 근처에 클라우드라는 외국인이 산다는디 알고 있남?”

글씨요? 난 생판 첨 들어보는디?”

 

 

 

 

 

 

Channel 2. 아이리스

 

예상외의 대답에, 로키군은 종업원들에게 몇 마디 더 물어보았지만, 그들의 대답은 우리가 기대한 것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가 계속되자 식사를 하던 다른 손님들도 호기심을 느끼고 우리에게 와서 몇 마디 말을 섞으려 들었고, 우리는 그들에게도 로트 클라우드에 대해 물었지만, 그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이 식당에서는 큰 소득을 얻을 수 없었지요.

 

우리들도 더 알아볼라니께 적정들 마시구 살펴가셔유.”

. 감사합니다. 그럼 많이 파세요.”

 

종업원의 인사를 받으며 저희는 빈손으로 식당을 나섰습니다.

 

후아, 예상은 했지만 녹록치는 않네요.”

그럴법하지. 퇴역이어도 한때 우리에 적을 두면서 알게모르게 척을 지고 있었을 거야. 신분세탁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에서 보복을 당할지 모르니 철저히 감추며 살고 있을테지.”

그럼 클라우드씨가 가명을 쓰고 있을거란 말인가요?”

......”

 

로키군은 대답대신 하늘을 올려다보기에, 저도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푸른 녹음 사이로 파란 하늘과 구름이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그것도 가능성 중에 하나로 상정을 해 놔야하지 않을까?”

“.......”

 

로키군의 한숨 섞인 말에 저도 가슴이 답답해져왔습니다. ‘라스알게티에서 요한 찾기와 뭐가 다를까 싶잖아요. ‘암살자의 주인은 아케르날에서 금제가 언제 닥쳐올지 모른다고 잔뜩 겁을 줘놓구선, 이렇게 첫 관문부터 막막한 과제를 주다니...... 성격이 고약해도 보통 고약한게 아닙니다. 하다못해 인상착의라도 알려주었다면 그나마 찾기 쉬웠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건 로트 클라우드라는 이름 그 뿐이잖아요. 과연 그는 우리가 금제를 막아내기를 바라는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입니다.

 

야옹!”

 

가슴이 답답해도 너무 답답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제 가슴팍에서 냥사장이 빠꼼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아차, 그러고 보니 라스알하게 열차에서부터 냥사장을 옷 안에 집어넣고 있었네요. 아무래도 반려동물을 열차에 데리고 가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힐난어린 눈총을 받을 것 같아서, 냥사장을 옷 속에 숨겼었는데, 그걸 여태까지 깜빡하고 있었던 거에요. 냥사장은 자신이 쫄쫄 굶는 동안 제가 자기를 외면한 것에 퍽 골이 났었는지 발톱을 세워가며 제 가슴에서 빠져나오고는, 그대로 훌쩍 뛰어 가버렸습니다.

 

완전 제 멋대로구먼.”

그래도 여태껏 땡깡 한 번 안 부리고 잘 있었는걸요.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쐬라고 해야죠.”

그래 니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일곱 시간동안 기척도 없길래 나도 완전히 잊어버렸어.”

 

저희 둘은 잠시 머릿속을 텅 비우고 냥사장이 저희 주위를 쏘다니는걸 지켜보았습니다. 냥사장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어요. 하긴 그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해요. 불과 몇 시간 만에 모래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서 푸른 녹음이 짙게 우거진 곳으로 풍경이 훼까닥 바뀌었으니까요. 아마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마술처럼 느껴졌을게 분명합니다.

 

강아지풀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앞발로 톡톡 두드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저는 로키군의 옆구리를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마 인간을 내려다보는 아버님이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인간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버님으로써는 불과 몇 시간 뒤에 일도 내다보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어어, 저거 봐. 저 녀석 사냥감을 찾은 모양이야.”

아아, 그러게요?”

 

냥사장의 시야에 까치 한 마리가 들어온 모양이에요. 방금 전까지는 강아지풀을 가지고 놀며 날뛰던 냥사장이 잔뜩 웅크리며 풀숲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까치는 자신의 등 뒤에 야성을 가진 맹수가 다가오는 걸 꿈에도 몰랐는지 속편하게 깡총거리며 흙속의 지렁이를 파먹고 있었고, 그런 까치의 모습을 냥사장은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오오, 냥사장. 자칭 맹수답게 낮은 포복으로 조용히 까치에게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까치가 지렁이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냥사장은 소리죽여 까치에게 다가갔고 이 둘의 거리는 시나브로 좁혀져 갔습니다. 그 진풍경에 우리 둘은 클라우드고 뭐고 완전히 잊어버리고 이 모든걸 숨죽여 지켜보았습니다. 어느덧 냥사장은 점프만 하면 바로 까치를 낚아챌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왔고, 그리고

 

깍깍깍!”

 

냥사장은 비호와 같은 점프로 까치를 덮쳤습니다만, 불의의 습격에 놀란 까치가 허둥지둥 대다가 엉겁결에 냥사장을 날개로 쳤고, 예상치 못하게 뺨을 맞은 냥사장은 그대로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그 사이에 까치는 재빠르게 하늘로 날아가 버렸지요.

 

오구구. 냥사장 까치한테 얻어맞았어요? 이리 와요. 여기 참치 한 캔해요.”

 

냥사장은 위로를 갈구하는 듯이 터덜터덜 걸어와 제 다리에 자신의 몸을 부벼댔습니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영락없는 아이 같다니까요. 저는 냥사장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가방에서 참치캔을 꺼내 냥사장에게 주었습니다. 냥사장은 캔이 열리자마자 허겁지겁 다가가 참치를 퍼먹어댔어요.

 

, 이거 봐봐. 아까 까치가 있던 곳에서 떨어져 있었는데.”

?”

너 혹시 이런 브로치 가지고 있지 않나?”

 

로키군은 제게 브로치를 내밀었습니다. 조금은 특이하게 생긴 브로치였어요. 포인트가 되는 큼지막한 보석이 달려있는 일반적인 디자인과는 달리, 그 브로치에는 수많은 나뭇잎이 달려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장식되어있었거든요. 디자인이 특이하다고 해서 그 브로치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 브로치에 장식된 나뭇잎 하나하나가 에메랄드로 이루어져 있었거든요. 어쨌거나 그에게서 물건을 받아들어 자세하게 살펴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생판 처음 보는 물건이었어요.

 

에이 제가 가지고 있는 거라면 당신이 모를 리가 없죠.”

까치가 훔친 것인가 보군. 녀석은 반짝이는 물건을 모으는 습성이 있다고 하잖아.”

하하 새치고는 물욕이 많은데요? 근데...... 어라?”

 

로키군에게 브로치를 받아드는데, 브로치의 나무장식을 제가 엉겁결에 눌렀는지, 브로치에서 딸깍 소리가 나면서 브로치가 열리며 그 안이 드러났습니다. 그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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