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 68

갑과을 작성일 18.05.24 00: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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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0. Pre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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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아케르날, 한때는 이곳에도 인간의 흔적이 있었지만, 1,000여년의 공백이 있고난 뒤에, 이곳을 지배하는 것은 자연이었다. 찬란한 인류 문명의 이기들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건축물들도 구불거리는 식생과 그 뿌리들에게 집어삼켜져 어디서부터 자연의 것이고, 어디까지가 인간의 것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자연에 대한 인류의 패배를 목도하는 이곳에, 비교적 새것으로 보이는 인공물이 눈에 띄인다. 1000여년 만에 시작된 인류의 재 반격은 다름 아닌....... 곧 쓰러질 것 같은 오두막이었다.

 

남자의 주변에는 나무토막 여러 개가 널부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나무를 손질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솜씨가 서투른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인지, 그 주변의 나무토막들은 잘렸다기 보다는 찢겨졌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조잡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자신의 양 손으로 나무토막을 움켜쥐고는 잔뜩 용을 써대고 있었다.

 

흐읍! !......흐으읍!”

“......”

 

나무토막을 정말 반으로 쪼개버리려는 것일까? 그는 몇 차례 숨을 고르다가 다시 힘을 주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지만, 움직임은커녕, 생각과 감정이라곤 없는 이 자연물은 그의 바람과 달리 단 1mm도 움직여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그는

 

크아아악!”

 

짐승이 내지르는 것 같은 괴성을 지르면서 나무토막을 찢어발겼다. 그의 기합에 따라 나무토막은 마술처럼 반으로 쭉하고 찢어졌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가 괴성을 지르는 순간, 그의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얼굴의 반면이 순간 파충류의 그것처럼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허억......허억......허억.”

 

일순간 엄청나게 혐오스러운 장면이 만들어질 뻔 했지만...... 다행이 그가 숨을 고르는 동안, 그의 얼굴 골격은 천천이 사람의 그것으로 돌아왔다. 남자는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이, 자신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도끼 놔두고 뭐하는 짓이야 대체?”

아아, 일어나셨습니까?”

 

자신의 등 뒤에 들려오는 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는 자신을 한심하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여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너도 참 이상한 아이야. 편하게 도구를 놔두고 굳이 그렇게 나무를 찢어발겨야겠니?”

그게......”

 

연배 상으로는 남자 쪽이 훨씬 더 연상인 것 같은데, 여자는 한심하다는 투로 남자를 대했고, 남자는 자신보다 한참 연하인 것 같은 여자에게 쩔쩔맸다. 남자는 자신이 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지만, 그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꽤나 애를 먹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까와 달리, 여자는 이번엔 인내심 있게 남자가 단어를 내뱉을 때 까지 기다려주었다.

 

저도 뭐...... 힘을 길러둬야 어머님을 잘 보필할 수 있지 않겠어요?”

얼씨구, 누가 누굴 보필한다는 거야? 스스로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그거 생각보다 안 좋은 버릇이야.”

 

그녀는 도끼를 그에게 건넸다. 남자가 그동안 해왔던 행동과는 완전히 대치되는 퍼포먼스였지만, 남자는 그것에 대해 비판이나 반항을 하기는커녕, 두 손을 모아 공손히 물건을 받아들었다.

 

먼 조상이 만든 문명의 이기를 마냥 무시하면 못써. 이 얼마나 효율적이니? 작은 힘을 들이고도 최적의 효과를 거두지 않냔 말이야. 너의 조상이 이런 것들을 처음 생각해냈을 때, 내가 얼마나 그걸 뿌듯하게 여겼는지 알아?”

사실 조금은 떨려서...... 그걸 가라앉히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 너도 눈치 챘구나?”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했다. 그녀는 깨끔발을 들어,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양치기들이 처음 양들을 기를 때도 너와 같이 그렇게 떨곤 했었지.”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나를 찾아낸걸 보면. 너는 꽤나 유능한...... 유기물이야.”

 

 

 

 

 

 

Channel 1.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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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답답이, 그리고 주설은 사람들에 의해 내던져지듯이 열차에 올랐다.

 

다시는 요기에 나타날 생각은 하덜 말어!”

“.......”

 

문이 닫히고, 열차는 묵직한 하울링을 한 뒤에 천천이 그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우리는 그렇게....... 라스알하게를 떠났다. 나는 통증으로 욱씬거리는 몸을 어거지로 움직여서 열차표를 확인했다. 16A, B, E 자리였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에, 일행들을 부축해가며 자리로 이동했다.

 

아따따.......하아아......”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장이라고 하는 라스알하게의 형벌은, 익숙한 표현으로 고쳐 말하면 태형이었다. 형틀에 몸을 묶은 뒤에, 볼기짝을 노출시켜, 굵고 거대한 나무 몽둥이로 가차 없이 후려치는 형벌...... 고통도 고통이지만, 볼기를 오픈한다는 점에서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벌이었다. 라스알하게 사회는...... 죄를 지은 자가 수치심을 느낌으로써, 다시는 죄를 짓지 않으리라는 다소 순진한 발상이 형법의 근간을 이루는 소박한 사회임이 드러나는 대목이겠지만, 어쨌거나 아픈건 아픈 것이었다. 나는 엉덩이가 최대한 아프지 않게 조심스럽게 좌석에 앉았지만...... 엉덩이가 시트에 닿는 순간 짜릿한 고통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고통은 답답이도 마찬가지였는지,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부터 회복을 한 뒤에, 내게 손을 내밀었다. 녀석은 차마 내 볼기짝에 손을 댈 수는 없었는지 내 머리에 손을 얹은 안수기도를 했고, 조금 더디긴 했지만...... 아무튼 엉덩이의 표면을 불씨마냥 꾸물꾸물 기어다니던 고통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왜 남지 않은거지?”

“......”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통증이 가라앉으니, 그 빈자리를 호기심이 밀물처럼 메웠다. 나는 주설에게 그녀가 우리를 따라나선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내게 대답을 하는 대신, 창가를 바라보았다. 라스알하게의 푸른 숲이 느릿느릿 뒤쪽으로 가고 있었다.

 

사람들에게서 욕을 먹어가면서 이룬 혁명 아닌가? 하다못해 그동안의 오해라도 풀고 갔으면 네녀석 쪽에서는 덜 억울했을텐데, 왜 그 모든걸 포기해가면서 이런 식으로 이곳을 떠나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군.”

하하 참, 시상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네유? 나가 하샤신헌티 걱정하는 말두 다 듣구.”

걱정이 아니라, 호기심이다. 내가 볼 때 니가 하는 행동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아서 그래.”

합리라...... 그건 관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겄쥬.”

 

주설은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을 떼기에 앞서, 간식 카트를 나르는 승무원에게 구운 달걀 세 개를 주문했다. 일단 무일푼인 그녀를 대신해 내가 계산을 해야했다. 그래......, 그정도는 참아줄 수 있지.

 

우선 첫째루...... 나가 떠난거는, 삼민혁명의 완성을 위해서유.”

완성?”

그렇쥬.”

 

주설은 구운달걀을 우물거리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가 보기에 삼민혁명은 총독을 쫓아낸 것으로 끝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나의 국가를 강조하는 대륙의 입장에서, 일단 집어삼킨 식민지를 독립시킬 리가 없고, 그걸 진압하기 위해 근처에 주둔하고있는 부대들을 투입시키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주설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주막에서 주우와 청석골 식구들에게 말했던 시류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와 시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그녀의 세계인식은 나와 놀랍도록 비슷했다. 아마 장사를 하기위해 라스알하게 너머로 돌아다닌 경험이 그녀의 세계관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녀는 혁명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서는 든든한 군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군자금의 총책으로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답답이는 주설의 말을 들으면서, 내게 눈짓을 했다. 답답이도 나와 비슷한 감상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좋아...... 뭐 그럴듯한 생각이야. 일단 네 입으로 첫째로라고 했으니, 적어도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을 떠나는건 아닌 것 같군. 게다가 방금의 네 대답은 내가했던 두 가지 질문중에서 첫 번째 것에만 해당되는 대답이었어. 그럼 왜 그들과 오해를 풀지 않은거지?”

그거는......”

 

대답에 앞서 주설은 우리를 지나치는 또 다른 승무원에게 샌드위채 세 개를 주문했다. 이번에도 계산은 나의 몫이었다. 그녀는 계면쩍은 얼굴로 미안하다면서 프로하기온에 가면 그 돈을 갚겠노라고 말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참...... 라스알하게인들 특유의 느긋함은 그 끝이 어디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기왕지사 그짝으로 나설라믄..... 잘 헐려구 혔쥬.”

“...... 잘 한다?”

.”

 

그녀의 설명은 장황했지만, 그걸 간단히 요약해본다면, 라스알하게인들과 오해를 풀었을 때, 그녀의 사업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지휘하는 삼민상단은 기본적으로 라스알게티 친화적인 성향을 띄고 있었다. 이러한 성향은, 라스알게티가 부정적인 속주에게 가하는 제재중 하나인 보이콧에서 자유롭다는 잇점을 가지고 있지. 만약 그녀가 공명심에 오해를 풀고자 한다면, 그녀의 삼민상단은 라스알하게 혁명을 지지하는 스탠스로 변경을 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자유로왔던 보이콧에 발목을 잡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 물론 이른바 삼민혁명의 소식이 왕도에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그건 아마 시간문제일 테니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들어볼수록, 그녀가 생각보다 거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경제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나보다 더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고, 통찰의 깊이도 깊었다. 그리고 하샤신인 나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한 자기절제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존심이라든지, 명성이라는 것은 그냥 허울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가 추구하는 바, ‘삼민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라면 주설은 그런 것 쯤은 헌신짝처럼 훌훌 던져버릴 준비가 되어있던 것이었다.

 

물론....... 말은 그렇게 혀두. 지두 맴 아픈 건 사실이쥬...... 가족들 헌티 외면당하는 게 유쾌하겄슈?”

“......그래, 머리로는 동의한다.”

...... 그건 그렇구, 뜻허지 않게 댁덜허구 한 배를 타버렸는디...... 이젠 댁덜 야그좀 들어봐야겄슈. 나도 장사꾼인디. 큰 거래 앞두고 주판알 한 번은 굴려봐야 허지 않겄슈?”

 

 

 

 

 

 

 

Channel 2.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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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설씨의 말에, 로키군은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 그 일을 맡기려나봅니다. 이 남자...... 역할 분담하는 것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것 같아요.

 

주설씨.”

?”

주설씨는....... 아케르날이라는 곳에 대해 들어봤어요?”

 

저는 주설씨에게 우리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1,000여년 전 아케르날에 잠자고 있던 고대 유적에 대한 발굴이야기에서부터, 각 길드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발견한 유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 깨어난 금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요. 주설씨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제 이야기를 경청했어요. 그녀로서는...... 아마 처음 듣는 이야기다보니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많이 당황했을 겁니다. 자신이 우연히 당겨버린 활이 그런 사연이 있을거라고 짐작도 못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깨달았을 겁니다. 라스알하게와는 무관한 우리 둘이 무슨 이유로 혁명에 뛰어들 정도로 참견쟁이가 되어야만 했는지 말이에요. 어쨌거나 제 이야기는 끝이 났고, 주설씨는 한참을 주억거리다가.......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허 참...... 나가 활 하나 댕겨버려서, 요로코롬 코를 꿰어버린 셈이구먼유?”

미안하게 됐어요. 하지만 주설씨 건은 우리도 예상을 못했어요. 우린 그저...... 당신의 아버님이 맡고 있던 하샤신의 유품만 가지고 오는 걸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러믄...... 쉐다르나, 그 뭐냐...... 니할?”

그렇게도 불린다고 하는데, 정식 명칭은 알기에바라고 하더군.”

그러유 뭐..... 니할이든 알기에바든 상관없겄쥬. 고것들이...... 그 금제라는 거를 봉인하구 있는 열쇠다 이거 아녀유. 그라믄 이거 말고 봉인의 열쇠는 더 없는거유?”

아니요. 암살자들의 주인의 말로는...... 몇 개 더 있다고 하더라구요. 구체적인 개수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지만, 추측건대...... 자유길드의 수 만큼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허 참...... 상당히 허술하기 짝이 없네유. 일단 나만 허드래두 고것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바가 없지 않어유. 다행이 그 유물인가 뭐시긴가 허는 거에 대해서 알고 있으믄 다행이지마는, 나가 고러혔듯이 고것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어버리믄...... 일일이 찾아다니믄서 규합혀야 하는거 아녀유?”

어차피 다른 길드도 알아차렸을거야.”

그걸 워떠케 알어유?”

너도 봤을 것 아니야. 하늘에서 기사가 있었잖아.”

기사유?”

그래, 견우성과 직녀성의 충돌 말이다.”

 

로키군의 말에, 그녀는 전혀 몰랐다는 얼굴이었습니다. ..... 라스알하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런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라스알하게의 활잡이들은, 녹림당과 라스알하게 총독부 사이의 알력에 휘말려 거의 궤멸되다시피 했으니까요. 고장이 전쟁의 화마에 휩쓸리는 급박한 상황에라면...... 전통의 계승보다는 당장 자신의 안위부터 챙기기 마련이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주설씨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1,000여년 정도의 공백이 있다면. 그리고 각 도시에 뿌리박힌 만큼, 도시의 사람들과 호흡을 나누었다면......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당면한 과제를 해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과거의 단결은...... 박물관 속 유물만큼이나 실감이 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하늘의 이적을 보며 모두가 마냥 감탄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그것에서 의미를 발견했다는 거에요. 경고표지도 읽을 수 있는 사람의 전유물에게나 의미가 있듯이, 모두가 그걸 잊어버리더라도 누군가가 기억하고 있다면, 하늘의 이적은 헛되지 않은 거겠지요. 그래서 우리가 움직이게 된 거구요.

 

어쨌거나, 주설씨도 이제는 우리와 함께 할 각오가 되었는지 두 팔 걷어 부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가방에서 지도를 꺼냈고, 아케르날과,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대륙에 퍼져있는 각 도시들을 찾아 동그랗게 원을 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도시와 도시를 선으로 이었지요.

 

그라믄 함 동선을 짜 보자구유. 일단 우덜은 서울에서 프로하기온으로 가구있고...... 거서 라스알게티로 가야 허구먼유? 라스알게티서 동료를 찾은 담에는 어디보자...... 그루미엄을 갈라믄 요거 대륙 종단선을 타구 무르짐 산맥을 넘어야 겄네...... 흐미...... 기차를 존나게 타야겄구먼유? 라스타반을 거치지 못허는 것이 아숩기는 허지마는...... 암만혀두 라스타반의 연구자들이야 망원경에다가 눈깔박구 사는 넘덜이 워낙에 많으니께 하늘의 이적에 워낙 관심을 가질게 분명허니 그짝에서 알아서 겨 올거 같긴 허네유. 지금꺼정 야그 들어보믄 우덜 말구 유품을 소지허구 있을 양반이 최소 일곱이구, 아케르날로 간다구 허믄 결국은 그루미엄을 거쳐야 허니께...... 최종적인 집결지는 그루미엄이 되겄네유.”

바로 그거에요.”

이번 동료는 꽤 총명한 편이니 다행이구먼.”

 

로키군에게서 이런 칭찬의 말이 나오다니 정말 놀라운 한편으론...... 주설씨에게 질투가 나려고 합니다. 그와 거진 1년 가까이 함께 하면서도, 그런 종류의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고작 한 달도 안된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칭찬을 하다니. ...... 정말 무심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래도 그가 칭찬 할 만한 건......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 둘이 라스알하게에서 그 난리통을 겪는 동안에도, 암살자들의 유품을 회수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았을 뿐,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는 엄두도 못 낸 것이 사실이잖아요. 이러니 저러니해도, 그녀는 우리에게 정말 좋은 동료가 될 것은 분명해보였습니다.

 

대신에.”

대신에?”

지두 이번 여정을 통혀서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겄슈. 그동안은 프로하기온만 댕겨봤지 요로코롬 대륙의 주요 도시를 이 잡듯이 댕길 기회는 없었으니께...... 기왕 도시를 도는 김에, 바로바로 지나가지만 말구, 며칠 체류를 혀서 동료를 찾는 동안 삼민상단의 지부를 만들어야겄슈.”

삼민상단의 지부?”

그려유. 여장부가 고향 떠나서 큰 무대로 나가넌디...... 가심속에 포부 하나쯤은 품어봐야 허지 않겄슈? 이번 여정을 통혀서, 나넌 로스차일드에 육박하는 인프라를 구축할거유. 그리구 이 여행이 끝나면..... 나넌 아마 대륙에서 버금가는 부자가 되겄쥬?”

참으로 당차디 당차구먼.”

“......로키군, 빈정대는 건 그만해요. 그래요 주설씨, 기왕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거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가보자구요.”

, 활에 시위 매겼으믄, 최소한 비둘기라두 잡아야지...... 그라믄...... 우선 여그부터 공략혀야 겄구먼.”

 

주설씨는 잔뜩 신이 난 채로 지도의 한 구석을 가리켰습니다. 그녀의 손가락은...... 프로하기온을 가리키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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