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두바퀴 달리기에 대한 소감

새로운오후 작성일 13.01.21 00: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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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호회 훈련에 꼭 참석 하고 싶었으나 못했던 아쉬움 때문에 오늘 아침 9시 30분경 혼자 여의도를 찾았다.

아침 기온은 오늘이 약간 더 쌀쌀하다.

겨울 동안 간간히 달리기는 했으나 여의도 한바퀴를 돌려고 맘 먹으니 왠지 모르게 살짝 두렵고,

설렌다.

자신은 없지만 8km코스 두 바퀴를 뛰기로 맘 먹었다.

 

짐 맡아줄 자봉은 없다.

여의교 밑 밴취에 집에서 싸온 보리차 1리터와 잠바를 벗어서 개 놓고,

주로 스타트지점에 서서 런타스틱을 실행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스트레칭은 너무 춥기 때문에 생략했다.

 

지난 잠실 보조경기장 동호회 훈련날 새 비니를 쓰고 첨 달렸었는데, 그날 잃어버렸다.

내돈을 주고 산 물건은 다 어디론가 떠나고, 누가 거저 준 캡모자와, 등산용 장갑만 남아있다.

귀가 시렵다. 

땀을 닦기위해 가져온 수건을 둘러 귀를 가려묶고, 그 위에 모자를 눌러 끼웠다.

 

사진을 찍은 여기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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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교 밑에서 샛강쪽으로 찍은 사진은 황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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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매우 천천히 웜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63빌딩 옆에서 p턴 돌아 한강쪽으로 방향을 잡아 들어서니 동호회 신년회때 릴레이하던 코스가 나온다.

'아! 내가 여기쯤에서 릴레이 터닝할때 기절할듯 뛰었구나~' 하던 생각과 함께

울 회원들 모이던 멋진 나무 벤취가 멀리 보여온다.

 

LSD 불참의 아쉬웠던 어제를... 울 회원들의 향기를 찾을 수 있을까?

라얀님이 올려주신 33km 훈련사진 생각하니까

마치 오늘의 훈련 처럼 그림이 선하게 보이는듯 하다.

하지만 오늘 난 혼자다.

문득 바람은 더 차게 느껴지는듯 하다.

 

반 바퀴를 넘어 국회의사당이 보이기 시작하고 심하게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흔하지 않게 마주 오는 러너들과 자연스레 수인사를 하며,

아! 누가 볼땐 나도 러너스러워 졌겠구나 생각했다.

 

천천히 몸이 풀리고, 몸안에 에너지가 도는걸 느낄 때쯤

조글 코치님이 말씀해 주신 착지시 밀어내는 자세로 주법을 변경해 보았다.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 속도가 붙는다.

이 속도로 계속 달리기엔 무리가 될 듯하여 천천히 달리다 호흡이 안정되면

다시 주법을 바꿔 보았다.

 

이래저래 원 출발지가 멀리 보이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몇 달도 더 지났을...

어느 날에 싸웠던 친구의 말과 표정이 생각이 나서 중얼 대듯 혼자 욕설 뱉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 시간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나!

그런 스트레스, 울화를 풀기위해서 달리고 있는것이 아닌가?

잊자! 이제 그런 생각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자'

하니 맘이 좀 편해진다.

 

그래!

달리기를 하다보니

내곁에 항상 붙어다니는 괴로운 잡념들이 많이 줄었음을 고백한다.

눈이 많이 온날 고모레비형과 단둘이 먹벙을 할때

나는 그 대화의 흐름과는 무관한 공격적으로 하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질문은 "행복하세요?" 다

 

보통은 2~3초 생각하고 행복하다 하는 분이 많은데 이때 그 사람의 행복 지수를 매우 높게 본다. 

흔히 "행복한 사람이 어딨어?" 라고 반문 하는 사람은

행복지수가 그리 높지 않음을 알수 있다.

 

고레형은 한 0.5초 걸렸나?

"어! 나 매우 행복해~"

빨리 대답한다는건 생각해 볼것도 없다는 뜻이 된다.

질문해 본 많은 사람중에 이렇게 빨리 대답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날 술자리 끝내고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달리는 분들의 표정이 매우 밝은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단지 웃기 때문에 밝아 보이는게 아니라

뭔가 내면의 울화, 스트레스등을 절제하는 방법에 대해 도를 튼 사람들 처럼...

 

출발했던 벤취에 도착해서 런타스틱을 끄려 보니 gps를 켜지 않은채 50분간 달린 기록이 나온다.

상관없다. 똑같은 코스를 다시 달릴테니까 이번에 측정하면 된다.

물 한잔 먹고 바로 출발했다.

 

여의도 코스는 출발을 하면 한 바퀴를 돌아야 되는 문제가 있다.

중간쯤 포기를 하려해도 결국 다시 돌아야 내가 있던 장소로 오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주로에 출발 할땐 긴장이 살짝 된다.

아마도 이 겨울간 달린 거리중 가장 긴 코스가 될것이다.

 

이제 출발했으니 빼도 박을수 없다.

물릴 수 없는 자포자기로 힘을 내본다.

다시 두바퀴째 반쯤 와서 여의나루의 멋진 나무벤취가 보일때쯤 되니

오히려 다리가 가볍다. 숨도 여유있다.

겨우내 실내 런닝머신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달렸던 이유일 지도 모른다.

내 근육들이 달리며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디스크 조각모음처럼 근육도 달리기에 맞춰 모아지기라도 하는걸까?

 

점차 내몸은 쓰려고 하는 곳에 맞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 전까지는 내몸이 하려는대로 내가 쓸려 갔던거 같은데

이제서야 주인이 누군지 내 다리에게, 내 팔에게, 내 머리에 각인을 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안정된 자세로 되 가는건지 팔은 'ㄴ'자로 몸에 찰싹 붙인 후 움직임이 적어졌고,

양쪽 어깨만 시소처럼 앞뒤로 움직이고 있다.

좀 전까지는 팔을 의식적으로 움직였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처음 느끼는 희한한 자세다.

 

비록 천천히 달리고 있다해도 이정도의 컨디션이라면 고구려마라톤 신청한 하프를

32KM 로 수정 신청해도 되겠다는 자만심이 슬슬 생겨 나고 있었다 .

소극적인 자세로 더딘 발전함이 문제가 될수도  있겠지만,

무리한 욕심이나 자만이 되면 부상을 맞게 되기 때문에

종이 한장같은 그 수준의 차이를 잡아 내야 하는건 어렵기만하다.

 

사실 헬스 턱걸이에 재미 붙혀서 숫자를 욕심 내었던게

무리를 하여 팔 꿈치 관절(골프엘보)가 나간것이 아닌가.

 

다행히 팔 부상은 전화위복으로 달리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지만.

달리기 또한 부상을 입을 수는 없다.

 

기록, 거리, 속도등에 욕심을 버리고 차근히 달리는 거다.

그래! 남의 눈치, 경쟁 의식등은 버리기로 하자.

 

다시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샛강쪽으로 P턴을 하고, 점차 내 다리가

빠른 속도를 잘 못내고 있음을 느꼈다.

 

힘을 내어 속도를 올리면 얼마 못가서 다시 느려지고의 반복을 했다.

물론 이 또한 훈련이 될꺼다.

 

조금전에 자만심은 어딜 가고, 약 15KM 지점에서 1KM정도를 남기니까

약해지며 걷고 싶어졌지만 걷진 않기로 했다.

의지 박약을 떠올리며, 만약 나와 비슷한 친구와 함께 였다면 더 잘 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품어 보기도 했다.

짧은 순간이였지만 정말 함께 달릴 수 있는 친구가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10KM를 달릴때도 그렇지만 항상 목표 지점이 가까와 오면 올 수록 힘이 부친게 사실이다.

 

결국 골인!

총 16KM 100분

 

다음에는 3바퀴에 도전을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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