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은 죽었다 -4-

alsls 작성일 05.05.17 05: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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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걸은 죽었다 - 4






-팁-






"어이!!!!!!!!!!!!!!"




나의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들은 일제히 날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음..근데 내가 무슨말을 할려고 그랬더라?-_-a;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질러버렸는데..막상 고함을 지르고 나니 할말이 생각나질 않는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진짜 드러워서;홧김에 사직서 써버리곤..

아무도 모르게 감추는 꼴이랑 똑같다-_-;




"아저씨.우리 부른거야?"




사자머리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기가막힌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기가막힐 사람이 누군데?-_-;

내 쪽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사자머리가 날 향해 다가오며 다시 묻는다.




"아저씨.말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밖에서 그녀들을 기다리던 있던 남학생 넷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꼈던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에게로 쏟아지는 이 살기넘치는 눈빛들을 보고 있자니..다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앞에 서 있던 사자머리가 날 향해 씨익 웃는다.

문득 이유를 알 수 없는 씁쓸한 미소가 나의 입가를 맴돈다.

내 앞에 서 있는 사자머리..

그 기이한 헤어스타일과 보기 흉할 정도의 화장만 아니였다면.. 충분히 여고생 다웠을텐데...

도대체 무엇이 너희들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걸까?

그들의 빗나가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건 아니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복을 입은채로 와서는 술과 담배를 팔라고 하질 않나.

내가 자기들 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초면부터 반말을 해오질 않나..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일삼는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누군가가

고쳐주지 않는다면 훗날 그들이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는 뻔한 것이였다.




"우리 오늘 아침에 봤었지?도망 잘 치던 걸?"




남학생 넷중 한명이 사자머리를 밀치며 내 앞에 선다.

이 녀석...털모자에게 박홍철이라고 불리던 녀석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어제 아침에 학교도 안가고 골목길에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녀석이다.-_-;

도대체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길래 그리 한이 맺혔느냐?;

난 박홍철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아 어제 아침엔 조금 바빴었어.
우리 어머니가 일찍 안오면 밥 안준다고 했거든-_-;"




그러자 그들 무리중 가장 뒤에 있던 털모자가 큰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고..

곧 박홍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내가 좀 웃겼나?^^a

나 역시 그들의 웃음에 동화되어 씨익 미소를 지을려던 찰나..




"이 존만한 새끼야!!웃지마!!!!!"




엄청난 고함소리와 함께 나에게로 달려드는 박홍철의 주먹..




"....................."

"....................."




편의점안을 감도는 묘한 정적..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쭈.피,피했네?"




박홍철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박홍철을 보며 진땀을 흘리는 나..




"운이 좋았어.니가 고함만 지르지 않았더라면 난 네 주먹을 그대로 받아버렸을꺼야.
고마워.피해라고 말해줘서..^^;;"

"이,이새끼야.자꾸 나불거리지마!!"




다시 날 향해 날라오는 녀석의 주먹..

하지만 역시 허공을 가르는 소리..;




"이새끼 봐라?또 피했네?운 존나 좋은데?"

"내가 운이 좋은게 아니라 네 주먹이 너무 느린걸-_-;"




사자머리가 그런 박홍철을 향해 물었다.




"박홍철 권투 5년 배웠다더니..구,구라였어?;"




그러자 박홍철의 분노는 나에게서 사자머리 쪽으로 옮겨가는 듯 하다.




"네 머리 불러 다 태워 버리기 전에 닥쳐라?"




사자머리는 질세라 박홍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소리쳤다.




"뭐 이새꺄?태워?그래 태워봐 새꺄!!태워보라고!!"

"이 빌어먹을년이..내가 못 태울줄 알아?"

"그러니까 태워보라고!!!너 권투 5년이 아니라 5일 배운거 아냐?"

"아 이게 진짜 사람 빡돌게 만드네?여자고 자시고 없다.밖으로 따라나와.이년아!!"




갑자기 편의점안은 개판이 되어버렸다..-_-;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박홍철과 사자머리는 서로 입에 담기도 험한 욕들을 퍼부으며 싸우고 있었고

남학생 셋은 그런 둘을 열심히 말리고 있었다.

난 그런 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저 두 사람..누가 말리려고 하면 더 열심히 싸운다에 올인;'




바로 그때였다.




"모두 그만해!!"




털모자의 고함소리가 편의점 안에 구석까지 울려 퍼지고...

그녀의 말 한마디는 법 보다 무서운 것이였을까?

박홍철과 사자머리,그리고 남학생 셋은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게임을 즐기고 있는듯 더이상 아무런 행동도 하질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도 온 몸이 정지 상태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_-;

다시 들려오는 털모자의 목소리는 편의점 안의 모든것을 지배한다.




"내가 분명히 그랬지?친구들끼리 싸우는거 제일 싫어한다고."

".............."

"박홍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홍철은 고개를 들어 털모자를 응시한다.

털모자는 말했다.




"너 어서 미선이한테 헤어스타일 멋지다고 해."




-_-

사자머리의 이름이 미선이였던가?;

뭐 그건 둘째치고,쟤네들이 어린애도 아니고 저런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화해할리가;;

홍철은 입을 열었다.




"미선아.좀 전에 내가 했던말 진심 아닌거 알지?
사실은 나 네 헤어스타일에 반한거 알지?"




그러자 미선은 홍철을 향해 수줍게 웃는다.

뭐,뭐야?에이 설마..;;




"미안해.나도 너 권투 5년 동안 배운거 잘 알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정말 미안.진심이 아니였어."




쟤,쟤네들..왜 이렇게 단순하지?-_-;




그렇게 말도 안되는 화해가 끝나자;모든 시선은 다시 나에게로 집중된다.

풋.역시 내가 가장 만만한거군-_-;




"너희들 좀 나가 있을래?"




갑작스런 털모자의 그 말 한마디에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이건 뭔가 이상한데?하는 생각 뿐이였다.

사자머리를 비롯 남학생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편의점에서 나가버리고..

박홍철은 나가기 전에 나에게 다가와서는




"너 어제 오늘 운 좋다?다음에 꼭 보자?"




라는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남겨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_-;




모두 편의점에서 나가버리자 털모자는 날 향해 피식 미소를 짓는다.

순간 나의 심장 소리가 귀에 까지 들려오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고

그 기분은 마치 예전에 축구복을 입고 있는 소년을 처음 만났을때의 기분과도 흡사했다.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거기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카리스마..

태어나서 두 번째로 느껴보는 감정이였다.




바로 그 순간 ..편의점 안에 제목도 모르는 낯선 음악 한곡이 울려퍼지자..

미소를 짓고 있던 털모자는 갑자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춤을 추며 나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녀와 나의 사이가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 수록 정신을 잃어갔다.

하지만 그런 꿈같은 상황속에서도 그녀의 춤이 무지 도발적이고 섹시했다는 것 만큼은 기억한다.

아마도 그녀가 교복을 입고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진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녀의 춤과 행동이 추하다거나,헤프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notice me 날 봐요

take my hand 내 손을 잡아요

why are we 어째서 우린

Strangers when 낯설까요

Our love is strong 우리의 사랑이 강할 때..

Why carry on without me? 왜 나 없이 혼자 있나요?




음악,그리고 그녀에게 취해 있었음을 인정한다.

정신을 차렸을땐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으니까.




"아저씨?"

"어?"

"나 아저씨 한테 물어 볼게 두 가지 있는데.."

"............"

"솔직하게 말해야 돼.알았지?"

"난 항상 솔직하다."

"그래.내가 보기에도 솔직하게 생겼어."




칭찬인지,욕인지....-_-




"아저씨.사실..감추고 있는거지?"

"무,무엇을?"

"그건 아저씨가 더 잘 알텐데..^^"




혹시...눈치 챈 것일까?




"훗.들켰군.그래 나 사실 여자친구 없다."

"..-_-"

"그래.너도 안 믿길꺼야.하지만 솔직하게 말하건데 난 아직 여자를 사겨본 기억이..."

"그만."

"뭘 그만해.난 정말 솔직하게 말하.."

"그만 하라고.이 인간아!!!"

"넵;"




난 왜 이 날라리 앞에서만 이렇게 작아지는 걸까?;

남자도 아닌,여자 고삐리 한테 쫄리가 없는데..-_-;




"내가 묻는건 그런게 아니라.."




짝...




-_-??뭐,뭐지..;;




뭔가 번쩍 한 것 같은데..내 볼이 왜 이렇게 아프지?;

내 앞에 있던 털모자가 무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저씨.미안..;"

"나 지금 너한테 뺨 맞은 거니?"

"아,아니.그게..-_-;아저씨가 당연히 피할줄 알고..미안.
내가 아저씨를 잘못 봤나봐;;"

"혹시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는거니?;"

"응.변명이라고 하고 있는거야..^-^;
그리고 남자가 여자한테 애교로 맞아줄 수도 있지!!!
뭘 그런거 가지고 소심하게 그래!!"




볼이 이렇게 뜨거워 터질려고 하는데..애교는 개뿔 쥐뿔;소뿔;;-.-;

무슨 기집애가 이렇게 손이 매울까?

난 부풀어오른; 오른쪽 뺨을 열심히 어루어 만지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눈물까지 나온다;;




"아 미치겠네.나 원래 이렇게 약한애 아닌데...
아저씨가 자꾸 그러고 있으니까 내가 미안해지잖아!!"

"미안해야 정상 아니니?-_-;"

"아 맞다.물어볼게 하나 더 있다!"




날 또 때릴려고?;




"아저씨!"

"응?"

"아저씨 나한테 꽂혔지?"

"뭐?;;"




지금 얘 뭐래냐?-_-;




"아저씨 말 안해도 눈빛보면 다 알어.
나 원래 강한 남자랑만 사겨주거든?"




아까 춤 추고 쇼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 기집애..혹시 미친 거 아닐까?




"원래로 보자면 아저씨는 탈락 대상인데..때론 예외도 있잖아?
나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아저씨 생긴건 마음에 들거든?"




털모자는 나랑 사귀자는 말을 하고 싶은걸까?

풋..여자에게서 처음 받는 고백이다-_-;

털모자는 약간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특별히 싸게 해줄께.십 만원 어때?"




특별히 싸게 해주겠다니..?십 만원?

이건 또 무슨 소릴까?




"십 만원 이라니?"

"-_-"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냐?"

"이 아저씨 진짜 왜 이럴까나?내가 그렇게 허접하게 보여?
나 학교에서 진짜 잘 나가거든?안x 여상 박진미라고 못 들어봤어?"

"쿵후보이 친미는 들어봤는데..."

"아저씨 헛소리 하지말고;;나 원래 다른데 가면 삼십은 우습게 받어.
근데 아저씨는 특별히 마음에 드니까 십 만원에 해주겠다는 거야.오케이?언더스탠드?"




하...이런..

그녀가 십 만원에 해주겠다는 의미..이제서야 알 것 같다.




"아저씨 나 내일 아침에 학교 째고 올테니까 생각 좀 해봐.
정 돈이 없다 싶으면 협상도 가능하니까..알았지?"

"..............."

"그럼 나 간다?"




털모자는 날 돌아서서는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갈려다가..

뭔가를 깜빡한 듯 뒷쪽으로 걸어가더니 소주 세병을 꺼내어든다.




"아저씨.나 이거 외상할께!
내일 우리 협상할때 아저씨한테 빌린거 같이 쳐줄께!그럼 됐지?"




그녀는 그렇게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무슨 말을 할 수도 없을만큼 내 머릿속은 멍한 상태였다.

그녀가 나가고 나자 항상 그랬듯 오토바이 시동소리가 들려온다.

밖을 쳐다보지 않았다.

아마 날 향해 손을 흔들고 있을테니까..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하지만 내 마음은 그 미소보다 몇 배는 더한 것 같다.




난 그녀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기대한 것도 없었기에..

실망할 것도 없다..라는 이론이 내 머릿속에 세워져 있는데

정작 내 마음은 그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깊은 생각속에 빠져있는데..편의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 생각 없이 "어서오세요." 말 한마디를 내뱉고 있는데..




"아저씨!!!"




아저씨!!라고 크게 소리치며 날 향해 다가오는 그 여자...

내 앞에 멈춰 설 줄 알았더니 나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얼굴 앞에서 멈춰 설 줄 알았는데..나의 입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순간 어렸을때 골목대장에게 강제로 당했던 키스가 생각이 난다.

그때와 다른게 있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사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는 그 이상한 쾌감이 나의 온몸을 감싸고..

몇 초가 지났을까..아니면 몇 분이 지났을까?

나의 얼굴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그녀는 내 입술에 잠시나마 닿아있었던 그 입술로 말한다.




"알지?이건 팁이야!그럼 나 진짜 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국 당한건 똑같은데..

내 가슴이 받아들이는 기분은 너무나 다르다.




이성과의 첫 키스가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면..

그녀는 나의 첫키스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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