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님은 주말 알바중'

맹츄 작성일 05.12.13 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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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일 해서 소년.소녀가장 학비 지원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광주 한 동장이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해 '투잡스'의 길을 걷고 있다.

광주 서구 화정2동 김희환(55) 동장은 매주 토요일이면 동사무소가 아닌 광주 광산구 평동산단의 한 포장지 제조공장으로 출근한다.

김 동장은 이 곳에서 오전 8시부터 8시간 동안 앉아서 쉴 틈도 없이 무게 20-30㎏, 길이 1천m 가량의 포장지 묶음을 나르고 일당 3만원을 받는다.

한 달에 4번 일하니 12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김 동장은 업체 사장에게 '불우이웃을 돕는다'며 입김을 불어넣어 15만원을 받는다.





이 돈은 5만원씩 나뉘어 소년.소녀가장 3가구(6명) 명의로 만들어진 3년 만기의 적금통장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김 동장은 3년 뒤 180여만원을 찾아 학생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쓸 참이다.

최근 10여년간 월급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온 김 동장은 지난 7월 동장으로 부임한 뒤 관내 소년.소녀가장들의 사연을 듣고 본격적으로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던 끝에 공장 '알바'를 자청하고 나섰다.

김 동장은 또 "얼마 남지 않은 공직 생활동안만이라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며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매번 일을 마치고 통장에 쌓여갈 돈을 생각하면 보람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소년.소녀가장들의 딱한 사연을 그냥 넘길 수 없어 10여평 남짓 공간에서 이모 할머니 등 5식구가 살아가는 3자매를 위해 3천여만원의 주택공사 전세자금 지원을 알선하기도 했다.

김 동장은 또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을 막다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말았다"는 한 형제의 사연을 듣고 형제의 어머니가 수감된 교도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 동장은 "형제들의 표정이 유난히 어둡고 식사하는 모습도 시원치 않아 물어보니 안타까운 사연이 있더라"며 "형제가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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