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번 휴가 나가서 느낀건데 "
" ....? "
" 잊혀지고 있어..
사람들은 아직 나를 기억하는데.
함께 했던 시간들은.. 장소들은.. 공간들은...
조금씩 잊혀지는것같아서.. 그래서... "
그래. 그랬나보다.
우리는.. 점점 잊혀지고 있었나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는 지난 추억들.
말하자면, 어쩌면 너에겐 하찮을지도 모를
깨질듯 유리같은 기억들에 비해.
그리움에 몸서리치며 애타게 붙잡았던.
혹시라도 잃을까 품안에 끌어안고 어쩔줄 몰라하던.
지갑속의 사진을 '헤어진'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면서까지도 여자친구라고 말하고싶었던 초라한 내모습은..
널향해 뛰던 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어리석은 칼부림에 불과했다.
너와 잠시 지냈던 작은 공간,
버스정류장 옆의 한가한 호프집도,
언덕밑의 자주가던 PC방도, 너의 학교앞 육교도.
매일같이 너의 손 붙잡고 올랐던 5612번 버스도,
언젠가 내가 술취해 울며 기다렸던
너의 집 근처 버스정류장도.
마지막, 너와 갔던 겨울바다도...
모든게 추억인듯 미련한 집착이라면, 그런거라면..
나도 조금씩 지워볼까..
이제.. 그만할까....
。
" 갔다올께 "
작년 12월 13일.
내목에 두르고 있던 까만색 목도리 너에게 둘러주며
내가 했던말 기억해?
지독하던 겨울도 지나가고..
봄도,여름도,가을도 어느새 가버려서 다시 찾아온
올해의 겨울인데.
1년전과 변한건 아무것도 없는데.
입소대대 앞에서 니가 했던말.
잘 다녀오라던 그말, 난아직 기억하고 있는데.
그리고 넌 이제 내곁에 없는데
이제 나는.. 돌아갈곳이 없는데.
이제는.. 사진 없인 너의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데...
" 입대 하기전.. 군인은 제게,
지나가는 배경에 불과했습니다 "
마치.. 나처럼...
지나가는 빌어먹을 배경주제에,
하늘의 태양을 사랑해버린..
용서받지 못한.. 나처럼....
。
" 아직도 못잊은거냐? "
응.
부분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리지 않는한,
그많은 추억을 모조리 잊으려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추잡한 몸부림일뿐이지.
얼마전 호국훈련 나갔을때,
카고차량 뒷좌석에 앉아있다가
떨어지는 별똥별을 본적이 있어.
너와 헤어지기전부터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별똥별인데.
별똥별은 떨어지는 순간에 소원을 빌어야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머리속에 떠오른 소원이..
간절하게 외쳤던 소원이 뭐였냐면...
정말.. 한심하게도...
' 지워달라고....... '
。
내게 있어 너는 별이였다.
캄캄한 이길 환하게 밝혀주던,
내게 있어 너는 밤하늘 밝은 별이였다.
내게 있어 너는 웃음이였다.
말없이 축쳐진 내어깨를 감싸주며 웃음짓게 만들던.
내게 있어 너는 웃음이였다.
내게 있어 너는 기쁨이였다.
함께 거닐던 이거리, 이제는 홀로걷는 이거리의
우릴 지켜보던 작은 돌맹이 하나도 소중했던.
내게 있어 너는 기쁨이였다.
내게 있어 너는 태양이며 희망이였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나뭇가지도,
홀로남은 마지막 잎새마저도
너의 존재만으로 내게는 희망이였다.
내게 있어 너는 아픔이였다.
작년 어느 춥던날 술에 취해 울며 내눈물 닦아주던,
내게 있어 너는 아픔이였다.
내게 있어 너는 슬픔이였다.
함께 했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슬픈듯 미소짓던,
내게 있어 너는 슬픔이였다.
내게 있어 너는 눈물이였다.
웃음이 많았던, 그리고 눈물도 많았던,
이제 내게 남은 사진만 바라봐도 터져나올것만같은..
내게 있어 너는 눈물이였다.
너 없인 예전처럼 웃을수가 없어.
이제.. 너없이 웃는법을.. 배워갈래...
내게 남은 추억들.. 마지막 남은 사랑도.
아픈 손놀림으로 지우기 보다는
가슴속 어느 서랍 한켠에 고이 담아
어느 누구도, 하물며 나조차도 다시는 꺼내보지못하게,
자물쇠로 굳게 걸어서..
나 그렇게, 그만큼만 간직하고 살아갈께.
다시는 웃음도 눈물도, 아픔도 슬픔도, 개 씨발도 지랄도.
가지가지 맺힌 희미하게 번져가는 너의 얼굴도.
마지막 너의 편지도.
조각조각 찢겨져 다시붙힌 마지막 너의 사진도...
이제, 이 가슴아픈 글들도, 청승맞은 손짓들도..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