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106:+::+::+::+::+::+::+::+::+::+::+:여름방학때 나는 강원도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를 찾았다.
할머니가 혼자사시는 집은 동해와 가까운 태백산 산 기슭이었고 매년 여름방학이면 나는
늘 외할머니 댁에 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할머니는 늘 여전히 나를 반겨주신다.
아이구... 우리 이쁜 손주왔구나... 하시면서.
그리고 늘 그렇듯 부엌옆에있는 방을 내주셨다.
마을과 좀 떨어진 외진곳이기는 하지만 할머니와 함께 있으니 무섭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날 집주위를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보고 저녁때는 할머니가 푸짐하게 차려주신 삼계탕
을 먹었다.
할머니 푹 주무세요. 저도 잘께요.
인사를 하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는 별다른 가재도구도 없이 텅비어있고 천장에는 30촉짜리 백열전구가 하나 달려있을
뿐이다.
텔레비전이나 흔한 라디오도 없다.
나는 뭐 읽을 책이라도 없을까 하고 방안 여기저기를 흝어보았다.
그리고 발견한 구석진곳에 있는 노트.
뭐지? 이게....
나는 노트를 펼쳐보다가 갑자기 섬칫한 기분이 들었다.
노트에 쓰여진 내용때문이었다.
[오늘밤이 내생의 마지막날이 될 것이다. 상철씨와 함께 살지 못한다면 의미없는 삶.....
나는 이곳에 죽으러왔다. 죽기위해 준비한 수면제와 면도칼 나는 약을 먹고 내 손목을
칼로 그어버릴 것이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그 노트를 구석에 던져넣었다.
가끔 등산객들이 할머니집에 머물때가 있었다.
인심좋은 할머니는 그런 등산객들을 이방에 머물게 하곤 했다.
아마도... 이글을 쓴 여자도 이방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방에서.....?
나는 당장이라도 할머니에게 사정을 묻고싶었지만 밤도 늦었고 잠자리에 들면 금세 주무
시는 할머니를 깨울수는 없었다.
그래... 잠이나 자자... 자세한건 내일 물어보지 뭐....
그리고 천장위의 불을 끄고 이불을 덮었다.
강원도까지 오느라 피곤했던지 나는 금세 잠이 몰려왔다.
깜빡 잠이들려는 순간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후~음,,,,,
그것은 숨소리였다.
그것도 잠에 빠져들었을때 내쉬는 숨소리.....
나는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칡흑같이 어두운 방안은 사물을 분간할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는데 분명 누군가의 숨소리
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헉....~
심장이 오그라드는 무서움으로 나는 떨고있었다.
숨소리는 바로 옆자리 좀 떨어진곳에서 고르게 들려오고 있었다.
이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나밖에는...
그런데 숨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몸이 얼어붙는 공포를 느끼던 나는 벌떡 일어서서 30촉짜리 백열등을 키고싶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잠들기전 본 그 노트의 내용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무서움에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때...
무언가가 분명 내가 뒤집어쓴 이불을 들추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있는힘을 다해 이불을 부여잡았다.
그렇게 옆으로 누워 부들부들 떨고있을때...
등뒤에 뭔가 선뜻한 느낌이 들었다.
헉....
목덜미에 불어오는 차가운 입김.....
으악... 으아악...
나는 젖먹던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문이 벌컥열리고 할머니가 뛰어들어와 백열등을 켰다.
아이구... 얘야.. 괜찮니? 왜그래...응?
할머니의 걱정스런 얼굴을 보며 나는 덜덜덜 떨며 할머니에게 외쳤다.
하....할머니....여기...이방...에... 귀신...귀..귀신이... 있어요...
그말을 듣는 할머니가 인상을 찌푸리시며 하시는말.
아니...그럼 아직도 그년이 여기에 숨어 있었구나.....
썩을년같으니....그년이 우리 귀한 손자 목숨을 빼앗으려고....?
그리고 할머니는 부엌으로가서 하얀 왕소금을 가지고와 온 집안에 뿌리기 시작했다.
방안으로 돌아오신 할머니가 이제 괜찮을거다... 라고 하시는 순간
나는 목이 얼어붙은 듯 기어가는 목소리로 할머니에게 말했다.
하..할머니....할머니..드...등에....여자가 올라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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