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3-

김영준 작성일 06.11.11 07: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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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밤잠이 이상하게 설쳐지는군요.

오늘은 오후에 잠시 낮잠이 들었다가

저녁을 먹고 피곤해서 바로 골아떨어

졌는데...지금 이 시간대에 또 깨어

나는군요.

군대갈 나이가 되서 그런건가...?

계속 나도 모르게 잠이 엄청나게

짧아지네...거참;;;

아무튼, 세번째 심심풀이 들어갑니다~




'하..하지마!!!'

'하지 말라고!!!'

'이xx 죽여버리겠어!!!'


그래. 모든것이 기억났다.





세번째 이야기.

'처방전 오복용으로 인한 환각증세'

병원에서 내 상태에 내린 결정 이었다.

당시, 나는 수술이 끝나고 병실에 가기전

어떤 간호사분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

었다. 그 이야기는 내게 왜 이런 사고가 난

건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그러한 서술형

질문 들이었다. 난 그때 내가 겪은 일들을

내가 기억해낼수 있는 모든 부분을 간호사

누나에게 다 설명 해주었고, 그 결과 병원

에선 나의 상태를 한마디로 '약 잘못 먹어

서' 라고 판정 했다. 그런데 간호사 누나의

질문에 집에 있을 당시의 기억들을 떠올

리던 나는 무언가 알수없는 위화감이 느

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몸은 망신창

이에 집안 전체가 이곳저곳 피투성이에..."
[이 개xx야!!! 그만 하란 말이야!]

"화장실로 가서 피를 씻어내고 유리 조각

들을 빼내었어요.."
[무...무슨 짓이야?!뭐야?!]

"119에 겨우 도움을 요청해서 구급차를

타고...."
[....누...누구..세요?]

"네- 감사합니다...엄마...나 화장실좀

가고 싶어-"


간호사 누나와의 대화가 끝나고 난 무언가

마음속으로 굉장한 위화감이 몰려오기 시작

했다. 무언가 아리달송한 알고 있던 해답이

기억이 나질 않아 시험지의 빈칸을 보며 혼

자 애태우던 것만 같은 그러한 느낌 이었다.

어머니의 부축으로 겨우 화장실 변기

에서 볼일을 마친 나는 화장실을 나가던중

무의식중에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을 보았다.

".........어?"

거울속의 비친 내 모습은 환자복에 온몸이

붕대와 깁스로 감싸져 있던 모습이었다.

살아생전 이런 큰 사고는 처음이었고, 이처

럼 장시간의 수술후에 온몸에 깁스에 완전

전신 미라가 되어본적은 처음 이었다.

하지만...이 모습은 낮설지가 않았다. 순간

뇌리속에 현재 거울을 바라보고 있던 상황

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것만 같은 장면

이 스쳐지나 갔다. 마치 데쟈뷰의 그것과

비슷한 경험 이었다. 하지만, 이건 데쟈뷰

의 그런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난 한동안 거울을 바라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병실로

향했다...........

그동안 바짝 곤두서 있던 긴장이 풀리고

나는 몰려오는 피곤함에 저항하지 않고

두눈을 감았다.

[하지마!!]

"헉"

긴장이 풀리고 온몸의 나름한 속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두눈을 감았던 나는

순간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기

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xx!!!하..하지 말라고!!]

"....."

누군가와 싸우고 있었다. 비디오의 장

면 들을 앞부분만 보여주었다가 끝부분

만 보여주곤 다시 중간 부분만 보여주는

것 처럼, 앞뒤 상황이 생각나지 않는

그러한 기억들 뿐이었다. 단지 변함이

없는 것은 거울속의 무엇과 나였다.

[죽여버리겠어!!!]

"...끄응....."

너무나 화가나 있었다. 참을수 없는 지경

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있었다. 하지만,

순간의 그 심정은 분노 뿐만이 아니었다.

공포와 흥분. 괴로움과 분노.

순간 순간 스쳐 지나가던 수많은 장면들이

하나둘 비춰지며 뇌리속에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박혀지고 있었다. 점차 장면의 갯

수들이 모이고 모여짐에 따라 내 머리속을

터져버릴듯한 두통까지도 느껴졌다. 하지

만 슬라이드 무비와 같은 이 해괴망측한

기억의 조각들은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내 머리속을 해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순서없이 뒤죽박죽이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둘 자리를 찾아가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눈앞을 아른거렸

다. 내가 알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식구들부터 친구들 동

네의 아는 얼굴들 부터 내가 단 한번

이라도 얼굴을 보고서 기억해내는 이

름도 알수없는 사람들 까지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들은 내가 지켜보는 눈앞에서 누군가

에게 하나, 둘 살해돼어 갔다. 모두들

하나같이 그 정체를 알수없는 누군가

에게 칼에 베이고 찔리고 하며 하나

둘 잔인하게 살해 당하고 있었다.

난, 무서웠다. 언제 저 살인자가 뒤를

돌아 내 모습을 볼까봐 두려웠다.

내 눈앞에서 목숨을 잃고 싸늘하게

죽어버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하나..

하나...늘어날때 마다 그 두려움은

더욱 커다랗게 나를 조여왔다. 하

지만, 중간 중간 나의 친구들이 당하

는 모습을 볼때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도와

주지도 못하고 도망치란 말 한마디도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의 상황에 내 심

장이 갉아 먹히는듯이 괴로웠다.하지

만, 난 내 눈앞에서 내가 알고 지낸

모든 친구들이 고통스럽게 살해 당하

는 장면을 그저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내 마지막 남아 있던 친구

들 마저 다 끔찍하게 살해한 그 누군

가의 괴기스런 폭소가 들려왔다.

기이하게 팔을 흔들며 정말 신이난듯

혼자 미친사람인 마냥 웃어대고 있었

다. 점차 그 사람의 알수없는 행동은

더욱 신나게 더욱 즐거운듯 격해지고

있었고, 그러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

기 시작했다.

"자아~ 다음은 누구차례~~다음은

누구차례~~"

난 더욱 무서웠다. 아니 이제는 그 상

황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심하게 떨리

는 턱때문에 이끼리 부딧이는 소리에

깜짝놀라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

였다.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

살인자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

다. 정말 흥겹게 불러재끼던 노래소리

가운대로 다른 사람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또 당한거였다.

'우욱!!'

거대한 식칼같은 모양의 흉기가 사람

의 온몸을 여기저기 쑤시고 베는 소리

와 당하는 사람들의 단말마의 비명소

리들이 더욱 크게 들려올수록 그 미친

살인자의 노랫소리는 더욱 더 크고 신

나게 들려왔다.

'.....꺄악!!'

이번에는 여자였다. 여자의 날카로운

고음의 비명소리가 내 두 귀를 울렸다.

순간 내 가슴이 두근 거렸다. 눈물 콧물

로 뒤범벅이 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

다. 난 두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눈물을

훔쳐내어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꽤

오랜 시간동안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지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시야 사이로 미친

살인자 앞에 쓰러진채 싸늘하게 죽어있

는 한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 미친

살인자는 흐릿해 보이는 내 두눈으로 보

아도 이미 숨이 끊어진것 같은 그 사람의

몸을 그 날카로운 흉기로 계속해서 찔러

대고 있었다. 흥겨운 노랫소리와 함께...

'어.....엄마....'

난 잔인하게 죽어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두눈을 뜨고 계신채 눈가에 피눈

물을 흘리시며 쓰러져 계셨다.

"랄라라라~라라라~~라라~~~"

미친 살인자는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아직

도 만족을 못 했는지- 아직도 어머니의

몸 여기저기를 흉기로 찔러대고 있었다.

'.........'

그리고 주변에 돌아보니 이미 어머니 뿐만

이 아닌 형과 이모등 식구들이 모두 이미 놈

에게 당한채 하나같이 피눈물을 흘리시며

싸늘하게 누워계실 뿐이었다.

"뚜루루~뚜루~뚜뚜~~따다다~~"

'..............................................'

그 순간 나를 조여오던 공포와 괴로움이

분노와 흥분으로 바뀌어 모두 그놈에게로

향했다. 나는 그놈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놈은 나보다 덩치도 힘도 훨씬

컸다. 놈은 달려들고 있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그저 콧노래를 계속해서

흥얼댈 뿐이었다.

"다음은~~누구차례~~~뚜루루~따다

다음은 누구차례~~뚜루루 뚜뚜"

'하지마!!!'

난 유유히 또 어디론가 향해 걸어가는 그놈

을 따라가며 애원했다.

"따라라~~따라~따라~~"

'끄악-'

누군가가 또 당했다. 이제는 얼굴도 모르는

그런 사람 이었다. 하지만, 놈은 이젠 상관

없다는 듯이 멈추지 않는 돌림노래를 신나

게 부르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서 계속해서 흉기를 휘둘렀다.

'xx야!!하지 말라고!!'

"따라라~따다~~따라라~~따~~"

난 놈을 따라가며 온갖 욕설과 함께 주먹

질과 발길질을 해댔다.

'꺅!'

"따라라~ 다음은 누구 차례~~따다다"

'그만하란 말이야! 이 xx야!!'

그놈의 다리에도 매달려 보고 목에도

매달려 소리쳐 봤지만- 그놈은 내게

관심도 보이지 않고 묵묵히 눈에 띄는

사람에게로만 향할 뿐이었다.

"뚜루루 따다~ 다음은 누구~~뚜루루"

'으악!'

"따다다~~땁다~~따라라라"

'그만...그만 하란 말이야....제발....제발...'

"따라라 따다~ 따다다~~"

'제발....이제 그만....이제....그만....'

점차 쓰러져 가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 질수록

난 점점 지쳐만 갔다. 이젠 그저 힘겹게 놈의

뒤를 따라가며 바지를 잡아 당길수 있는게

내가 할수 있는 전부였다.

"빠바바~ 빠밤~~~"

'끄헉....'

"빠바바바바~~빠바바바바바~~~빠바바바..."

난 이제 더이상 참을수 없었다. 힘들고 지쳤다.

몸도 마음도 이미 다 망가진 후였다. 난 내손에

칼자루를 쥐어 들었다. 부엌칼 처럼 보이는 칼

이었다. 그리고 그놈의 뒤를 따라 점차 거리를

좁혔다.

"뚜루~뚜루루~~빠바바~~빠바바바바~"

다행이도 놈은 아직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끊이지 않는 노래만 불

러대며 하염없이 사람을 찾아 걷고 있었다.

'....버리겠어.......'

난 걸음을 빨리 했다.

'이 xx......겠어....'

난 손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었다. 이제 팔만

뻗이면 그놈의 등까지 내 팔이 닿을 거리까지

왔다.

"뚜루루~~다음은 누구차례~~뚜루루~"

'이 xx.....이 씨xxxx.....이 개xx...'

그놈이 멈췄다. 나도 그놈의 등 뒤에서 멈췄다.

길을 가마 마주친 누군가를 향해 그놈이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나도 그놈의 등짝을 향해

칼을 높이 들었다.

"따라라~~빠바바바밤~"

'죽여버리겠어!!!!!!!!!'

[푸욱]

난 두 눈을 감고 놈의 등짝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칼을 찔러 넣었다. 칼을 잡고 있던 두

손을 통해 느껴지는 살과 뼈를 뚫는 이질감

과 귀를 스치는 잔인한 소리가 들려왔다.

난 조용히 눈을 뜨며 내 칼에 가슴팍이 찍

힌채 온몸을 떨고 있는 한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

'....?!?!?!?!?!'

'쿨럭!...쿨럭!.....'

여자는 기침을 할때마다 입과 코에서 온갖 피가 흘러나왔다.

여자의 피로 뒤범벅되어 이리저리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억울함과 고통에 일그러진 눈빛.

난 칼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내 옷을

부여잡고 있다가 바닥에 쓰러진채 마지막 숨

을 헐떡이다 이내 숨이 끊겼다.

무언가...무언가 이상했다. 내...내가 죽이려고

했던건....이 여자가 아니었다....난 그놈을 죽이

려고 했다.

"따라라~뚜뚜~~빠밤밤~~빠바바바"

순간, 어느샌가 난 다시 그놈의 등 뒤에 서서

그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은

어리둥절한 상황에 잠시 멍하니 그놈의 뒷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따다다~따다다다~~따다다~빠~~"

고요한 정적 가운데 그놈이 누군가를 잔인

하게 죽일때마다 들려오던 불쾌한 소음과

함께 그놈의 노래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난 놈을 향해 다시 다가갔다.

그놈은 또 다시 눈치를 채지 못한것 같았다.

"뚜루루~빠바바~~빠바바~~"

난 그놈의 바로 뒤까지 도착했다. (이번에

는 이상하게도 그놈의 키와 내 키가 비슷

비슷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걸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놈의 어깨를 잡

았다. 그리고 힘을 주어 그놈의 몸을 뒤로

돌려- 그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는 그놈-

'....마.....말도 안돼.......'

그놈과 나는 서로 어정쩡하게 바라볼 뿐이

었다.

'이....이럴수는...없는거야....마..말도..'

그놈의 얼굴을 보곤- 내 머리속은 그동안의

모든 생각들이 떠올라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난, 이놈을 알고 있다. 아니- 나보다 이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놈의 이럴적 모습부터- 이놈의 습관- 행

동거지- 이놈의 말투- 이놈의 버릇...........



.......그놈은.........

바로 나였다.



난 꿈에서 깨어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꿈

에서 깨어난건지 아닌지도 몰랐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와 보니- 나는 작은방 전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칼- 자면서

생긴 이불 자욱등이 더더욱 현실임을 나타내주

고 있었다. 난 멍하니-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벙한 표정- 내가 꿈속에서 마지막으로 본

그놈의 표정.



[콰직]



난 거울속의 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놈의 사타구니를 발로 차버렸다.

그놈의 얼굴에 박치기를 날렸다.

그놈을 향해 내 온힘을 다해 폭력을

휘둘렀다.
.
.
.
.
.

그놈을 죽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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