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군생활할때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뭐 그다지 무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엔 전 제법 무섭더군요
군대서 근무나갈때 일이었습니다
부사수로 나갈때니 짬밥도 그렇게 많이 안될때죠
2~4시근무였나.. 암튼 젤 빡센 타임이었습니다
4시에 근무복귀하고 좀 잘만하면 기상시간이니...
근무나가면 대체로 사수들은 자죠
뭐 이럼 안되지만... 그래도 별 수 있습니까
그 날도 제 사수는 '근무 잘서라' 한마디 툭 던지고 자더군요
혼자서 초소앞에서서 멀뚱히 서있는데
초소 근처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거였습니다
처음엔 '바람소리겠거니...'하고 있었는데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까 바람소리가 아닌거였습니다
풀밭이었는데... 뭔가가 풀위에서 스르륵 발을 끌면서 걷는 소리 같더군요
'누가 오나?' 싶어서 그 쪽을 유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날 일직사관이라도 오게 될까 싶어서 말이죠
그런데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한명이 아니라 두 명이상이 대화하는 소리같더군요
그런데 무슨 내용인지는 안들리는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였습니다
순간 머리가 쭈뼛서더군요
개인적으로 무신론자라서 귀신이런거 안믿었는데 그날은 그 생각을 아예 근본부터 뒤흔들어버리더군요
그래서 고참을 깨웠습니다
'뭐야 이 XX야...'
'쉿... XXX상병님 잠시만... 무슨 소리 안들리십니까?'
'뭔 소리 ㅆㅂ야...'
'무슨... 여자 목소리같은거 들립니다... 잘 들어보십시요'
갑자기 고참 얼굴이 확 굳어지더군요
'어 ㅆㅂ 이거 뭐지...'
고참도 재빨리 초소 밖으로 뛰쳐나오더군요
그리고는 집중해서 그 소리를 듣는듯 했습니다
'야 이거 뭐라는거냐?'
'모르겠습니다 아까부터 들었는데 무슨소린지는 안들립니다'
'민간인인가...'
사실 새벽2시가 넘은 상황에 그것도 산속에서 민간인일리가 없잖습니까 ㅡㅡ;
'제가 잠시 가보고 오겠습니다'
사실 제가 담이 좀 센편입니다
그리고 원래 귀신도 안믿는 성격이었으니...
'야, 혹시 모르니까 장전하고 가 그리고 멀리가지 마라 혹시 뭔일 생기면 바로 쏴'
고참은 무서웠는지 자기는 안따라오더군요
혹시 몰라서 장전 한 발땡겨놓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옮겨갔습니다
가까이 가는데도 무슨소린지 도저히 못알아 듣겠더군요
초소에서 한 20m정도 멀어졌을때 더 멀어지면 안되겠다 싶어서
'거기 누가 계십니까? 여긴 군부대입니다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입니다'
라고 한마디 했죠
그랬더니 갑자기 조용해지는거 였습니다
이번에도 소름이 쫙 돋더군요
'저기요? 거기 누가 계십니까?'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불러봤죠
계속 조용한것이었습니다
후... 한숨을 한번 쉬고 다시 초소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한 절반쯤 왔나... 다시 또 소곤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거였습니다
그때 딱 한마디 알아들었습니다
'그런데?'라는 말
분명히 대화중에 그런데라는 말을 한명이 이야기 하더군요
순간 정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어지더군요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겠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초소로 돌아왔더니 고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더군요
'야 뭐 있었냐?'
'아까 제가 누구 있냐고 물어봤는데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언제? 너가 언제 물어봤어?'
순간 또 머리가 확 서더군요
'제가 좀전에 저쪽에서 한 이야기 안들렸습니까?'
'뭐야 임마 아무소리도 못들었구만'
분명히 그 고참도 긴장해서 이쪽을 보고 있었을텐데 제가 아까 물어봤던 소리를 못들었다고 합니다
그 때 이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근무만 섰습니다
근무 교대때 후번 근무자들한테도 이야기 해줬죠
후번 근무자들도 표정이 확 굳더군요
근무 교대하교 막사로 돌아와서도 잠이 안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건 그 이후로 같은 곳에 같은 시간에 근무서면서 두번다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뭐... 그날 다른 분들처럼 뭔가를 보고 그러진 않았지만
그 새벽에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거... 개인적으로는 정말 소름끼친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