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10일 애기입니다.
어떻게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궁금하죠?
뉴스에도 나온 사건이니까요...
그렇습니다. 무장탈영병 사건입니다.
이야기에 들어가겠습니다.
전 당시 병장이였습니다. 이제 말년으로 접어들어갈 시기였죠.
전역이 3개월 조금 안남았을 시기에 말년병에 걸렸습니다.
밤엔 잠안오고 할껀 없고 심심하고...
낮에는 흔히 속칭 삐댄다라는 표현으로 부대 구석구석 숨어 놀러다녔죠.
그날은 당직사관이 관측반장인 신임소위였습니다. 제 부대는 포병이거든요.
보병분들은 훈련때마다 포병의 관측반장을 보셔서 아실겁니다.
병사들에게 잘해주는 신임소위가 당직사관이니 병장들은 편하죠.
취침시간에 당직사관이 사령몰래 허락해준 TV연등하다가 사관과의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병사들은 다 자러갔습니다.
저는 매우 잠이 안오길래... 위병근무서러간 3개월 후임인 군기반장(상말) 자리에 누워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자리가 TV옆이였거든요. 사관몰래 TV컸다 껐다 하려구요.
그때 여름이라 매우 더워서 대형선풍기를 구입하였는데, 그게 옆자리에 있었습니다.
전 잠들려고 노력하던 차에 새벽 1시쯤이 되었습니다.
들리는건 대형선풍기 소리... 엄청 시끄러운겁니다.
끌까? 말까? 후임병들은 더울려나? 이생각하고 있다가 눈을 꼭 깜았는데, 뭔가 "팡" "팡" 두번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대형선풍기 때문에 엥간해서 선풍기때문에 안들리는데 그소리가 얼마나 큰지 들리드라구요.
공포탄 소리였으면 안들렸을겁니다. 근데 실탄소리라 들렸죠. 두탄의 소리 차이는 크거든요.
그리고 1분도 채 지나기전에 저희막사에 초병들이랑 교대장이 미친듯이 뛰어와서 문을 휙 재껴 여는겁니다.
숨을 헐떡 헐떡 거리면서...
제가 안자고 있다가 나가서,
"너희 뭐하냐?" "초병 아니냐? 총은 어쨌냐?" 이러니까
교대장 후임병이 "쐈습니다, 쐈습니다" 이말만 반복하는겁니다.
저는 그때 다르게 생각했죠.
상병 3호봉 자식 교대장 시켜놓았더니 칠칠치 못하게 애들 공포탄이나 쏘게 만들고 그렇다고 막사까지 뛰어오냐 게다가 총은... 이렇게 생각했죠. -_-;;
근데 X이병이 이렇게 애기하는겁니다.
"불빛 나갔습니다. 불빛 나가는거 봤습니다. 제 훈련소 동기같습니다."
라면서 애가 공포에 떨고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는 외계인이냐 눈빛에서 레이저 나가디? 이말하려다가
"자세히 설명해봐 자식들아" 이러니까 -_-;
B포대 병사 이등병이 초병교대후 지휘통제실로 교대장이랑 초병사수가 먼저들어가려고 할때 뒤에서 쏘았다는겁니다.
참고로 저는 C포대였습니다.
그리고 총구를 자기들한테 돌렸는데 때마침 탄피가 안빠지고 총에 걸려서 (우리나라 부대 총들 정말 낡고 안나가는거 많죠 특히 포병들총)
그사이 자신들이 미친듯이 막사로 뛰어왔다는겁니다.
아 그말들으니 정말 막사 밖에 못나가겠더군요. 담배피러 가려다가 못가고 있으니
당직사관이 저보고 행정반에서 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피고 있으니까 당직사령한테 전화와서 비상이다라고 애들 다깨우라고 하더군요.
다 일어났죠.
와 일어나있는데 여름이라 창문은 열려있죠. 그 탈영병이 돌아다니다가 아무나 막 쏠까봐, 특히 창문으로 사람 쏠까봐
창문곁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_-;;
사건이 1시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간부들은 새벽 3시쯤에 출동하드라구요.
뭐 술먹다가 퍼질러 늦게온 간부도 있고... 욕하는게 아니라 그들도 개인생활이 있어서 모이는데 늦었다는겁니다.
그리고 상병장 위주로 경계근무 강화 투입에 들어간다더군요.
물론 제이름 들어갔죠. 그상황에 몇일 안남았다고 후임한테 넘길수도 없고...
그래서 투입되었죠.
경계서는 부대 외부 울타리(산에 철조망 있는곳)까지 가는데 평소에 각개전투 그리도 못하는 사람들이 -_-;;
어찌 소리 하나 안내고 퍼펙트하게 가드라구요... -_-;;
가서 경계 서고 있는데 비는 안오는데 빗방울 한방울씩 떨어지니 (산이라 그런지..) 사람발소리 같이 들리더라구요.
그리고 저랑 멀리 떨어져 근무하던 후임병 한병이 매복초소라는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포대장에게 보고했는데
헛소리 들은거라고 계속 근무서라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해가 뜨고 아침이 밝으니, 갑자기 대대에서 방송을 하드라구요.
그 탈영병 어머니랑 분대장이 돌아오라고 설득하는 방송이더군요.
그 어머니 정말 안되었습니다.
경계근무 철수하고 막사로 돌아왔습니다.
잠한숨도 못자고 날샌거죠. 피곤해서 자고 싶었습니다.
이제 수색을 실시해야 한다고 준비 하라고 하더군요.
연병장에 모여서 보니 헌병대와 타부대 5분대기조 4팀이 와있드라구요.
탄약고 뒷산을 수색하는데 거기엔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나서 폐쇄된 매복초소라고 있습니다.
밖에선 안을 잘볼수없고, 밤에 보면 초소가 보이질 않습니다. 반매립형 초소이거든요.
거길 지나가는데 하사포반장이 장난치더라구요. "저기 있을거 같다. 열면 총맞아 죽는거 아닌가?"
저보고 열어보라 하더군요. 그래서 전 밖에서 봤을때 없다는 식으로 그냥 가자고 했습니다.
이때 그 초소를 들어갔으면?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_-;
계속 이야기해서, 뒷산을 미친듯이 돌아다녔지만 흔적도 못발견하고 일명 조뺑이 치고 있었죠.
처음엔 그 이병 만나면 실탄쏘는데 어떻하지 라는 걱정이 앞섰는데, 날도 더운데 계속 고생하니
공포가 분노로 바뀌더군요. -_-; 자식 만나면 혼내줄꺼야 이런생각으로 말이죠...
내려와서 늦게 아침밥을 대충먹고 또 수색을 하러 갔습니다. 저희부대에 헬기가 오고 높은 사람들 왔다갔다 장난아니죠.
엄청난 사건이니 군단장이 헬기 타고왔다가 1호차 타고 다시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 장난아니였습니다.
다시 수색 출발을 하고 다시 그 뒷산에 이젠 매복이란 핑계에 좀 쉬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펑" 총 소리가 나는겁니다.
그래서 순간 긴장되었죠.
그리고 한 5분후에 또 "펑" 하는 소리가 또 들리는겁니다.
그리고 한 10분후에 무전기로 연락오더니 상황종료되었다고 다 내려오라는겁니다.
"사살했나?" 이생각들길래 간부한테 물어보니,
"매복초소"에 숨어있다가 자살했다는겁니다.
매복초소 앞에서 자살했답니다. -_-;;
만약 그때 매복초소 문을 열었다면, 누군가 한명 더 다치거나 죽었을겁니다. -_-;;
총소리 한방 듣고 사단장이 뛰어올라가서,
"XX야 그만하자" 이랬습니다.
그러니 그사람이 "X까" 이러더니 결국 자기 머리에 총을 쏘았다네요..
이등병이 육군소장에게 -_-;; X까라고 말하다니...
그 총맞은 두 병사중 한명은 죽고, 한명은 평생동안 팔을 못쓴다는 애기가 돌았습니다.
그리고 내려온후 내려오자마자 바로 잤습니다. 한숨도 못잤거든요.
그리고 일어나서, 후임병들이 애기하고있길래 가서 무슨 애기하는지 들었습니다.
전날에 그 총맞아 죽은 병사랑 동기인 제 후임병이 애기하는데 그 사람 표정이 무척이나 우울했답니다.
마치 자기가 죽을껄 아는 사람처럼요...
그 병사가 초병 사수 였는데 선임에겐 무척 잘하고 후임한텐 엄청 무서운 선임이였답니다.
한번 갈구면 5시간 갈굴때도 있고 (이병만 길들인다고 초반에만 그런다네요.) 초소에서 폭행을 상습적으로 했다는겁니다.
확인된바 없지만 소문이구요. 전 죽은 저 상병이 그런짓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리고 탈영한 그 이병은 평소에 지나칠정도로 내성적이고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였답니다.
육군표준인성검사에 "평소엔 내성적이지만 갑자기 돌변할수 있다" 라고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교대장이라는 사람은 정말 억울했을겁니다.
왜냐하면 원래 그날 자기 근무 아닌데 다른사람이랑 바꿔서 섰다네요.
그리고 그후에 저희부대는 약 한달간 상급부대의 괴롭힘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앓았습니다.
제가 이런 애기 하는 이유는,
저희 부대가 안좋다 이런 애길 하는게 아닙니다.
저희부대는 정말 좋았습니다.
저 사건때문에 보직 해임된 대대장님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부디 행복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그 상병도 편히 잠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그 교대장 병사도 악몽을 잊고 건강하게 살기를...
자살한 그 이병은 뇌를 받치는 뼈가 부서졌는데 살아있답니다.
식물인간이 되었단 소리가 있던데, 말도 한다는 소문이 들린거 보면 건강하겟죠...
뭐 암튼 그 사건에 연류된 사람들 악몽을 잊고 모두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이상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