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강변북로..

옥수수맨 작성일 07.10.30 10: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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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의도에서 경기도 남양주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입니다.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는데 얼마전 사무실 직원들과 회식을 가졌습니다. 술을 마시면 대리운전을 불러야

 

하는데 대리비가 아까워서  어떻게든 안 먹고 버텨 보려 했지만 동료 직원들에 집요한 노력으로 결국은

 

술을 먹고 말았지요... 어쩌겠습니까... 술은 마셔 버렸고....기왕 마신 술 기분좋게 마시고 놀았지요.^-^;

 

시계를 보니 새벽 1시40분이 넘어가고 있었어요. 대리운전을 불러서 제가 조수석에 앉아 출발했지요.

 

여의도쪽에서 강변북로를 타는곳은 그 시간에도 차가 많이 있답니다. 그쪽 자체가 사무실이 몰려 있고 

 

목요일 늦은시간 까지 술 마신 사람들 실어 나를 차 들로 인해 진입구간엔 거의 차가 많이 밀려 있지요.

 

근데 그날은 뭔일인지 차가 없더라구요. 간간히 쌩쌩 달리는 차들 외엔..

 

뭐 차 없으니 빨리가서 좋고.. 마신 술 기운에 살짝 눈이 감겨 올 쯤... 시속 90키로 정도로 속도를 내던

 

기사 아저씨가 속도를 줄이더라구요. 졸린 눈으로 봤더니 간간히 잘 달리고 있던 앞 차들 브레이크 등이

 

보였어요. 그때 우린 1차선 쪽을 달리고 있었는데 다른쪽 차선은 차가 하나도 없었고

 

제차 앞으로 2대 정도가 있고 감시카메라도 없는 곳인데 속도를 줄이더라구요. 전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눈을 감으려 하는데 차선 왼쪽 가드레일 위에 뭐가 보이더라구요.  뭐지?....

 

앞 차들이 속도를 계속 줄이는 바람에 제차 역시 기사 아저씨가 50키로 까지 속도를 줄여 달리고

 

있었습니다. 왼쪽 가드레일 위에 있던건...놀랍게도 사람이였습니다. 그것도 여자.

 

가드레일 위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머리는 밤색 빛에 긴 생머리였고 하얀 반팔 면티에

 

파랑색 반바지인지 치마인지를 입고 앉아 있더군요.

 

앞 차들이 속도를 줄인 이유가 그 때문이였습니다....

 

"이 시간에 저 사람 뭐하는거지?" 지나가면서 얼굴을 보려 고개를 돌렸지만 머리카락이 옆모습을 가리고

 

있어서 볼순 없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와 아저씨......순간 이건.... 뭐야....하는 표정......

 

하지만 이내 곧 우린 거기에 왜 그 여자가 그러고 앉아 있는지 나름 추측을 했습니다. 

 

남친이랑 싸워서 남친이 길 한가운데 버렸을것이다....-,.- 차가 고장나서 그런걸까?..

 

아니다..정신병자인가?? 설마...산책 나왔을껄요??? ㅋㅋㅋㅋ 뭐 이런 농담을 하면서 갔지요....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고장난 차가 서 있어서 도움을 구하고 있다거나

 

그쪽 주변에 아파트, 빌딩이 많이 있지만 불빛이라곤 겨우 드문 드문

 

 서 있는 가로수가 전부인 자동차 전용도로에 그것도 사람 진출입이 불가능한...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말 그대로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거기에 사람이 그런 자세로 있다는건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저씨랑 저는 곧 입이 다물어 집니다.

 

약 15분 정도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갔습니다. 머리가 복잡했어요. 뭐였을까...왜 거기에 그렇게 앉아

 

있는걸까...아까 먼저 봤던 다른 차 운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잠도 깨고

 

담배를 피기 위해 창문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표지판을 보질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건너편에 워커힐 호텔이 보이더군요. 거의 집에  도착해 가고 있었지요. 깜깜한 창밖 달리고 있는 차는

 

우리 밖에 없었습니다. 그 시간 그쪽은 차가 더욱 드문 곳입니다. 거긴 빌딩이나 아파트

 

같은건 없고 왼쪽은 산 오른쪽은 한강...강 건너서나 보이는 아파트가 전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꺼낼려고 호주머니 안쪽을 쳐다보는데..

 

아저씨 비명을 지르며 속도를 줄이더라구요. 순간 너무 놀라 앞을 봤는데....아....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아까 강변북로에서 봤던 그 여자.... 아까 모습 그대로 가드레일에 앉아 있는겁니다.

 

순간 오싹 한 정도가 아닌 정신이 그냥....멍 하다고 해야 하나??

 

아저씨가 놀라서 속도를 내는게 아니라 속도를 줄이더라구요. 덕분에 그 모습을 더욱 적나라하게

 

봤습니다. 신기한건 등에 브래지어 자국까지 보입니다.. 그렇게만 보면 사람 같습니다. 하지만

 

15분을 달려온 우리 앞에 15분 전에 강변북로 가드레일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은 뭐란 말입니까?

 

너무 겁이나니까 눈이 아프더라구요. 태어나서 처음 이였습니다. 그렇게 뭔가에 무서웠던거.

 

아저씨 그 사람 옆에 지나가자마자 미친듯이 속도 내기 시작 합니다.. 그분도 꽤 무서우셨을꺼예요. 

 

혼자 본게 아니란걸 다행으로 여겼지요. 혼자 그 상황을 봤다면 아마 꼼짝 못했을거 같아요.

 

어떻게 왔는지 간신히 집에 도착해서 아저씨랑  담배 한대를 피웠습니다. 오늘 첨 본 기사아저씬데

 

마치 둘이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처럼 느껴지더라구요.ㅎㅎㅎㅎ

 

미안한 마음에 대리비에 2만원 얻혀서 드렸습니다. 아저씨 괜찮다고 하는거 억지로 쥐어 드렸지요.

 

아저씨도 겁나서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가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무튼...전 그날 그런걸 보고도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잠을 잤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그날 본 그 여자는 잊을수가 없네요.

 

귀신이라든지 이상한 일을 겪었다는 글이나 얘긴 많이 들었습니다만

 

 에이...설마...뻥 아니야? 했는데...

 

 막상 제가 겪고 보니 세상엔 믿기 힘든 무언가가 있긴 있구나...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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