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으로부터 이어집니다.)
뭐? 낭만이???? 이리 줘봐
"
후래쉬로 비춰본 하수구의 안, 캄캄한 그곳에는 두개의 빛나는 눈동자와 함께 황색무늬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냐~~~~옹, 냐~~~~~~~옹"
후래쉬 불빛에 비춰진 그 얼굴, 애처로운 듯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틀림없이 낭만이었습니다.
"아니? 정말 낭만이잖아! 안일병, 어서 가서 부소초장 불러와"
"네!"
"낭만이가 살아있었단말야?"
"히야.. 신기하네.."
"분대장님, 그럼 낭만이가 새끼들을 죽였던겁니까?"
철없는 박일병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물었습니다.
"넌 전부터 계속 낭만이를 범인으로 몰아가냐~ 아무리 짬이 탐나도 자기 새끼를 죽일 수 있겠냐? 어느날 갑자기?"
"그냥 넌 조용히 있어라"
"네...."
소대원들 사이에서는 죽지 않고 발견된 낭만이가 너무 반가우면서도 어떻게 지금까지 종적을 감췄는지 궁금해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한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저 녀석 겁에 잔뜩 질린 것 같습니다, 소초장님"
마침 그때 부소초장실에서 성급히 나오며 부소초장이 말했습니다.
"정말입니까? 정말 낭만이 입니까?"
"네, 하수구통 안에 있습니다"
후래쉬를 건네받고 부소초장도 직접 하수구를 확인하였습니다.
"저놈이 왜 저기 있지? 야야, 나와 임마~"
부소차장은 소매를 걷어부치고 거침없이 손을 하수구로 쑤욱 집어 넣어 낭만이를 꺼내려 했습니다.
"어어? 이놈봐라.. 뒷걸음질치네.."
하수구앞에서 낑낑대는 부소초장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아까부터 겁에 잔뜩 질려있었습니다. 쉽게 나오려고 하지 않을겁니다"
"그러게 말입니다..(낑낑....) 어휴, 안되겠습니다. 나올때까지 기다려봐야겠는데요?"
"그렇죠? 예전의 낭만이라면 바로 나올텐데..."
"제가 지켜보겠습니다."
행정반에서 업무를 보는 행정병이 나섰습니다.
"너 계속 지켜볼 수 있겠어?"
"전화소리 들리면 뛰어가서 받으면 됩니다~"
"그래, 그럼 낭만이 자극하지 말고 음식으로 유인해서 지켜보자"
"네"
"낭만이 나오면 놀라게 하지말고, 조용히 알려줘, 오케?"
"걱정마십시요, 마침 심심했는데 잘 지켜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행정병에게 보초를 맡긴 뒤 일제히 샤워를 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해가 지고 소초의 그림자가 길어질 때까지 낭만이는 꼼짝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황병아, 그냥 들어와~ 일단 낭만이 살아있는건 확인했으니깐 내일 마저 시도해보자"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확인한 하수구앞의 음식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어? 여기 놔뒀던 생선이 없어졌습니다, 소초장님" (생선반찬 많이 나옵니다 -.-;)
"그러네? 이녀석이 꺼내먹었나? 낭만이 안에 있나 확인해봐"
"네"
1분대장은 후래쉬로 하수구 안을 확인하였습니다.
"어? 없습니다, 소초장님!"
"밤사이 나왔나 보네.. 나와서 생선도 먹은것 같아."
"이제부터 짬버릴 때 예전처럼 낭만이 줄 음식은 따로 빼야겠습니다"
"그래, 우리 마스코트가 돌아왔으니깐, 녀석이라도 잘 키워야지"
그런 대화들로 그날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날 오후, 진지공사를 다녀온 후 맛있는 저녁식사를 가졌습니다.
소초원들은 반찬중에서 고양이가 좋아할만한 어묵과, 고기류를 짬통에 버리기 전에
항상 낭만이가 머물던 소초 옆 정자에 갖다놨습니다.
그러나 며칠동안, 정자안의 음식물이 없어지기만 할 뿐, 낭만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초원들은 낭만이가 더이상 우리 소초의 고양이가 아니라
자식을 잃은 슬픔(?)에 길고양이가 되어 민통구역 여기저기를 떠도는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음식이 없어지는 걸 보면 가끔씩 우리 소초에 들르는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소초원 한 명이 제가 있던 소초장실에 찾아왔습니다.
"소초장님, 나와보십시요, 낭만이 찾았습니다~!"
"그래? 잡은거야?
"아닙니다. 소초 옆에 있었습니다"
"소초 옆에? 일단 가보자"
"네, 저깁니다"
소초원이 말한 장소는 바로 우리가 음식을 놓아두던 정자였습니다.
이미 소식을 접한 소대원들은 일찌감치 나와서 낭만이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낭만이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다 이래 됐제?"
"그러게 말입니다... 그 놈 짓 아니겠습니까?"
"우리 낭만이 불쌍해서 어찌합니까?"
"휴..."
소초원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를 듣고 의아했던 제 마음은 낭만이를 보는 순간 그 대화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어???? 얘 왜이래????"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얘기듣고 와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모두들 측은한 눈으로 낭만이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낭만이는 힘없이 구석에 누워서 주위를 줄러싼 우리들을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지난번처럼 도망을 가려하지는 않았고.... 다만 몸 이곳 저곳에 엄청난 상처가 있었던 것입니다.
몸 여기저기에는 어디서 물렸는지 털과 살점과 파여 잇었고, 피까지 굳어있었습니다.
상태로 봐서는 오늘 바로 생긴 상처가 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생긴 상처인듯 보였습니다.
낭만이는 기운이 빠졌는지, 소초원들이 입에 음식물을 갖다대도 먹으려 하지 않고 멀뚱히 쳐다만 볼 뿐이였죠.
"이거 상처가 심하네... FDC야, 행정반에서 소염제 갖고와"
"네"
FDC가 소염제를 가지러 간 사이 우리는 낭만이의 상처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분명히 두목고양이 짓입니다."
"맞습니다, 지난번 하수구에서 나오려하지 않은 것도, 녀석이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겠습니까?"
"그때 겁에 잔뜩 질려있긴 하더라... 그 녀석..!"
"이번엔 정말 그놈을 꼭 잡아야겠습니다, 부소초장님"
"조금만 기다리자, 분명히 잡힐거야"
소초원들의 눈빛에서는 또다시 복수의 불이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산적 두목고양이... 모두들 그 놈을 잡아야겠다는 일념이었습니다.
어느 분이 남겨주신 리플에서 처럼,
GOP에서는 산짐승을 함부로 죽였다가는 불화가 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부대에서도 전술도로를 운전하다가 고란이를 치었던 중대장에게도 불화가 있었고,
심지어 진지공사간 뱀을 잡은 00병장은 말년휴가을 앞두고 축구중 발목을 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소초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그저 낭설일 뿐이었습니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켜둔 소초원들에게 무서울 것이란 없어 보였습니다.
오직 놈을 잡아야 겠다는 일념만 있을 뿐...
FDC가 가져온 소염제(흰색가루)를 낭만이의 몸 이곳저곳에 뿌려주었습니다.
"이걸로 소독은 되겠지... 그놈이 또 올 수 있으니, 낭만이를 행정반으로 옮기자"
"네"
이런 일들이 있기 전까지 낭만이는 곧잘 행정반에서 함께 밤을 지새워주기도 했었습니다.
GOP특성상 24시간 작전상태였기 때문에, 야간에는 저와 부소초장이 돌아가며 밤을 새웠죠.
그때 가끔씩 낭만이가 알아서 행정반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기도 했었습니다.
원채 사람을 좋아할 뿐더러 바깥의 추운 바람을 피하기에는 따뜻한 행정반이 최고였으니까요.
종이박스에 신문지를 깔고 낭만이를 그 안에 넣은 뒤 행정반 한켠에 놓아두었습니다.
이것으로 낭만이는 녀석에게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해가 중천에 떠있던 대낮..
어느 날 처럼 체육활동을 즐기던 그 날...
우리는 두목고양이와 뜻하지 않게 조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조우는 당시 그 장소에 있던 소초원들의 심장을 덜컹 내려앉게 만들었습니다.
"악!!!!!!!!!!!!!!!!!!!!!! 씨X 뭐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가 슬슬 하이라이트로 치닫네요^^ 많은 기대 바랍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