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왕따의 일기(스압)

텁가위 작성일 08.07.23 12: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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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20일



겨울방학이 내일로 다가왔다.
이번 방학이 초등학생때의 마지막 방학이다.
지금 친구들과 몇몇과는 헤어지게 되겠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 사니까 자주 만나고싶다.




2000년 3월 14일


중학교의 입학이다.
교복을 입으니 다들 몰라보겠다. 처음보는 사람같다.
첫 중학교교실로 들어왔다. 나는 2반이였다.
1층에 있는 교실로 배정받았다.

첫날이라 자리는 자기가 앉고 싶은데로 가서 앉는 거였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내가 아는 얼굴이 있나 찾아보
았지만 아무도 나와 아는채를 하지 않는다.

"어 재는 나랑 6학년때 같은반..."

근데 나를 보고도 아는채를 안한다.
나는 그냥 맨 뒤 구석자리로 가서 앉았다.




2000년 5월 20일


이 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급식이란걸 해본다.
초등학교때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여기선
급식이라니... 그냥 가만히 교실에서 급식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거다.

처음에는 급식먹을 친구가 없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친구가 생겼다. 4~5명끼리 책상을 붙여서 급식을 먹으니까
초등학교때 생각이 났다. 즐거웠다.



2000년 6월 5일


우리와 자주 놀던 5명의 친구중 한명이 전학을 간다고
나에게 말해왔다. 아쉬워라. 나는 언제가냐고 물었다.

8일날 간다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뭔가 작별의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뭐가 갖고 싶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저번에 너희집에서
본 그 조립식 장난감이 가지고 싶다고 했다.

그건 나에게도 중요한건데....
나는 알겠다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대신 전학가도 연락을 꼭 하기로 했다.


2000년 6월 8일


우리와 함께 늘 놀던 친구 한명이 전학을 간단다.
아.... 재밌었는데... 언제나 함께였던 친구가 전학을
간다고 해서 나와 몇몇 친구들이 선물을 준비했다.

내가 아끼는 조립식 장난감을 주었다.
친구는 기뻐하며 받았다.

그후 그 친구에게 두번다시 연락을 오지 않았다.




2000년 8월 17일


오늘 복도를 거닐다가 초등학교6학년때 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아는척을 하려다가
나는 살짝 그 친구를 놀래켜 주려고 일부러 그 친구가
걸어오는 쪽으로 걸어갔다.

서로 마주칠뻔할때까지 난 비키지 않았다.

그러자 그 친구가 갑자기 날 불러세웠다.

"야. 너 뭐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말투가 달라져 있었다.


"왜?"


"왜? 미치겠네 너 앞으로 조심해. 눈 똑바로 뜨고 다녀."



난 그냥 무시하고 갈길가는척 했다.
이럴수가. 초등학교때는 그렇게 친했던 친군데...




2000년 12월 23일


겨울방학이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나면은 2학년이 된다.
과연 지금 우리반의 친구들중 몇명이나 같은반이 될까?
난 그냥 지금 그대로 쭉 올라갔으면 좋겠다.



2001년 4월 7일


반에 아는아이가 한명도 없다.
운도 나쁘게 나 혼자만 다른 반이 된거 같았다.
반에는 전에 1학년때 같은반이였던 내 친구들이 한명도 없었다.
아니 작년에 우리반이였던 애들 자체가 없었다.

전혀 모르는 아이들.... 모르는 얼굴들....
나는 또 구석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반 애들도 좀 사겨둘걸...



2001년 4월 9일


아, 유일하게 아는 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5~6학년때 친한 친구였다.
서로 자주 집에 놀러도 가고 그랬는데...

내가 먼저 아는채를 했다.

"안녕 반갑다 야 너도 같은반일줄은. 근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왜
한마디도 안했어?"


".....어 그래 안녕..."

어쩐지 나를 대하는게 꼭 첨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야 재 뭐냐?"

"어..? 어 글쎄.."


글쎄라니. 우리 친구잖아.





2001년 5월 4일


큰일났다.
사실 그동안 내가 남몰래 좋아했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여자애 이름을 공책 뒤에 몰래 작게 써놨는데 그게
우리반 어떤 녀석한테 들킨것이다.

그녀석이 내 공책을 가지고 이리저리 뛴다.
교실안을 돌아다니면서 공책을 들고 큰소리로 "이거보래요~"
한다. 나는 당황스럽고 또 창피해서 돌려달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반에서 애들이 다들 나와 그 녀석을 번갈아 본다.


결국에는 내 공책은 누더기가 되어져서 바닥에 떨어졌고
나는 그걸 주섬주섬 주어서 다시 책상서랍에 넣었다.

아... 앞으로 학교를 어떻게 다니지...



2001년 5월 6일


또 그녀석이 왔다.
내 자리 앞에 와서 나를 쳐다보면서 계속 시비를 건다.
넌 왜 그따구로 사냐는둥, 그 여자애 좋아하냐는등...
알고싶은것도 많은 녀석이다.


나는 귀찮아서 대꾸를 안했다.

갑자기 그녀석이 "너 그 여자애한테 가서 니가 좋아한다고 다 까발린다?"
라고 했다. 순간 나는 당황해서 "야! 그러지 마!" 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석이 "그럼 넌 내 장난감을 하던가." 라고 했다.

무슨말인지 몰르겠다. 장난감? 그게 무슨 말이지?

"장난감을 하던가 아니면 내가 가서 말을 하던가. 둘중에 정하라고~"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수 없었다.







2001년 5월 19일



급식시간이 왔다. 나는 급식을 받으려고 줄을 섰는데
그녀석이 갑자기 뒤에서 내 어깨를 있는 힘껏 발로 찼다.
순간 나는 주춤거렸고 그틈에 녀석과 그 친구들이 세치기를 했다.


나는 분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는수 없이 제일 마지막에 줄을 섰더니 나중에 급식을 받을때는
밥도 부족했고 반찬은 맛있는건 동이나고 없었다.


제기랄.... 앞으로 1년을 어떻게 보내지..?




2001년 6월 8일


신체검사가 있는 날이다.
여자애들은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남자애들은 화장실이나 다른데서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바로 우리교실옆에 있는 4층 남자화장실의 맨 끝칸에 갔다.
한창 옷을 갈아입고 있는 그때 갑자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다수의 애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중에는 좀 노는애들도 있었고 다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애들이였다.


나는 최대한 숨죽이며 조용히 했다.
바지는 미처 채 갈아입지도 못하고 반쯤 올려져 있는 상태로
그대로 손으로는 체육복 바지를 잡고 그대로 멈춰있었다.

잠시후...


갑자기 누군가 내가 있는 칸을 두드린다.
제길... 하필이면.. 괜히 마지막칸을 택했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없는척을 할까? 아니야 그랬다가는 더욱 세게 문을 차겠지.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나갈까? 그래 그러자.


나는 다음번 문을 두들기고 난후 바로 문을 열었다.
생각외로 문을 두드린거는 여자아이였다.


"어....? 여긴 남자화장실인...."


"그래서. 꼽냐? 여자가 남자화장실 온게?"


순간 나는 그 여자애가 우리반에서 노는 남자애들이랑 자주 노는
일진여자애라는걸 알아챘다.

순간 머리속이 하애졌다. 빨리 이 자리를 떠야 하는데...



그때 누군가 내 뒤로 다가와 내 목을 졸랐다.
나는 숨이 막혀서 놓으라고 했지만 녀석들은 낄낄 거리며 그게 재밌
다고 지들끼리 웃고 난리가 아니였다.

내 앞에 있는 일진여자애가 말했다.


"얘 진짜 반응 웃긴다. 킥킥. 얼굴 빨개진거봐."


"야. 이새끼 우리반에서 왕따잖아. 너 얘 이름 아냐?"


"뭐였더라? 뭐였어? 궁금해."


"xxx잖아 킥킥. 근데 이새끼 꼴에 여자는 밝힌다? 저번에 한번
우리반에 그 xx한태 그거 딱 걸렸잖아. 공책에 이름 써논거."


"그랬어? 진짜 웃긴다 킥킥"


정신이 몽롱해 진다....
내 앞에 있는 애들이 나에대해 뭐라 떠들건...난 지금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제발 목좀 풀어달라고...!!


순간 내 목을 죄어오던 손이 풀어졌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서 가픈 숨을 몰아쉬었다.



"야. 왕따. 있잖니 혹시 너 담배불 있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새끼가 라이터 가지고 다닐거 같냐?"



"음.....그런가? 그럼 할수 없지."


"야. 나가라. 얼른. 우린 여기서 담배 펴야 하니까."



나는 아무말 없이 옷을 주섬주섬 챙기고 화장실을 나왔다.




2001년 7월 14일


그날따라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체육이 들었는데 그날은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교실수업이였다.
체육선생님은 여자였는데 교실에서도 매트를 깔고 실기수업을 하겠다고
하여서 책상을 뒤로 다 밀고 매트를 가지고 와서 수업을 했다.


"다들 체육복으로 갈아입어라. 바지만 갈아입어 바지만."


여자애들은 교실에서 남자애들은 밖에서 갈아 입는다.
매번 똑같은 패턴이였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야. 너 우리가 가려줄테니까 저기 뒤에 에어컨 있는데서 갈아입어라."


갑자기 어떤 여자애가 나에게 와서 하는 말이였다.
생전 나한태는 말도 안붙이던 애가 갑자기 와서 그렇게 말하니까
약간 당황스러웠던 나는 "저기 무슨일로..?"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애가 약간 짜증섞인 어조로


"아, 글쎄 그럴일이 있어. 아니 사실 화장실에 지금 남자애들 북적대잖아.
그러니까 넌 거기 들어가서 옷 갈아입을틈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잖아?"


뭔가 약간 이상했지만 그 여자애 말이 틀린건 없었다.
어차피 화장실 가봤자 또 그 일진새끼들이 날 때리거나 괴롭히겠지.
그럴바에 차라리 여기서 후딱 입는게 나을거 같았다.


"하..하지만 ..."


"얼른 시간없어!"


나는 얼결에 여자애들이 시키는 대로 에어컨 뒤로 갔다.
교실에는 여자애들만 있었고 체육선생님도 잠시 자릴 비운 상태였다.
교실안 여자애들은 서로 대화하느라 바빴고 여기를 볼 틈같은건 없어보였다.


"자 얼른 갈아입어. 남자애들도 서서히 오잖아. 나중에 남자애들이 오면은
너 여기서 갈아입는거 보고 너 바지 벗기려 들걸? 그러니까 어서 서둘러!"


맞는 말이였다. 나는 일단 여자애들이 남는 여벌 체육복으로 대충 가린
걸 확인한뒤에 서둘러 교복바지를 벗었다. 그날따라 벨트를 했는데 그걸 푸느라
시간이 더 걸리는듯 했다.

일단 교복바지를 벗으면서 고개를 들어 교실안을 살펴보았다.
안경이 자꾸 내려가서 손으로 올리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지만
여길 보는 여자애들은 없었다.


"다 입었어?"


하고는 내 옆에 있던 여자애가 날 쳐다보며 말한다.


"아,,, 아직이야! 보지마!"


"뭐 볼게 있다고...빨리 입어."


팬티만 입은채로 교실 뒤에 서있자니 뭔가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일단 체육복바지로 서둘러 입어야 하는데....어디있지?

나는 체육복바지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바지는 없었다.


"저기...나 체육복 바지가 없어진거 같은데.."


"어 그래? 그럼 우리가 찾아가지고 올게."



순간 여자애들이 일제히 나에게서 멀어졌다.
잠깐만. 그럼 날 가리는거는....? 난 교복바지도 벗었는데...


나는 서둘러 교복바지를 입으려고 했다.
하지만 교복바지는 어느새 여자애들중 한명이 들고 도망가버렸다.
그 순간 나는 알아챘다. 이건 다 장난이라는것을.


서로 대화하느라 열중이던 교실안 여자애들이 일제히 내쪽을 쳐다본다.
약속이라도 한듯이 다들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뒤이어 교실 뒷문을 열고 남자애들도 들어왔다.


"너자식 뭐냐? 변태냐? 왜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어?"


"저새끼 팬티봐라. 색깔 진짜 촌스럽네. 흰색이냐 아직도?"


"변태새끼 아랫도리만 벗고 지금 뭐하는거냐 느끼냐? 킥킥킥"


너무나 심한 모멸감....
반아이들 모두가 짜고 나를 속이고.... 놀린것이였다.


아까 나에게 말을 건내던 여자아이가 큰소리로 다들리게 말했다.


"야~ 내가 그런거야. 그냥 장난으로 그런건데  진짜로 갈아입을줄이야 킥킥"



장난이라고.....? 이게 장난이였다고... 난 진심으로 호의로 받아들였는데...
하긴.... 첨 보는 애가 나한태 그렇게 친절하게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나는 일단 바닥에 떨어진 체육복 우시도리로 아래를 가리고 교실을 가로질러
복도로 나갔다. 복도로 나와도 반 아이들의 조롱은 계속되어졌고 나는 견딜수가
없어서 서둘러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체육선생님이 올라오시는걸 보았다.

서로 마주쳤다.


"xx야. 너 지금 뭐하니?"


"선생님... 저 바지가 없어져서..."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아무것도 안입고... 교복바지는."


"그것도 어디있는지 잘..."


"아니 체육복이 없으면 그냥 입지 않으면 될걸 바지는 왜 벗고 돌아다녀. 얼른들어가!"


"네....."


겨우 빠져나왔는데 날더러 다시 또 거길 들어가라고..?


체육선생님이 앞장서고 나는 뒤이어 따라 들어갔다.
선생님이 들어오자 어느새 반 아이들은 아까와는 달르게 바닥에 앉아 있었다.
다들 뒤이어 내가 들어오자 힐끔 힐끔 쳐다보며 웃는 눈치였다.


그때였다.


"선생님~ 여기 임자없는 교복바지가 있는데요?"


"그래? 얘 그거 xx꺼 아냐?"


"글쎄요. 근데 그냥 주죠. 아랫도리가 횅한데 킥킥"


"가서 받아서 입어라."


".........네"



나는 교복바지를 받고 서둘러 뒤에가서 입었다.
원래는 내바지였는데 남의손에 받는게 이상한 기분이였다.

더불어 나는 바지를 다 입고 책상 사이 좁은 틈새에 앉고 수업을 들어야 했다.




2001년 11월 2일


어느새 1년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못버틸것만 같았던 시간도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새 이력이 났는지
무덤덤해졌다. 반에서 나는 아직도 왕따였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
면은 다들 내가 일어서는 모습만 봐도 낄낄 댔지만 그것도 조금은
익숙해 졌다. 뭐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리긴 하지만...


요즘은 급식을 안먹는다.
같이먹을 사람도 없거니와 항상 마지막에 받다보니까 그냥
안먹게 되었다. 반에서 나와 유일하게 말을 트던 친구는 사실은
반아이들이 없을때만 학교 뒷편에서 조용히 나와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교실에서는 아는채도 안한다.

뭐 그러려니 한다. 나같아도 반에서 지독하게 왕따 당하는 친구를
두고 싶진 않을테니깐....


오늘은 왠지 좀 기분이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



2002년 3월 19일


3학년이 되었다. 어느새 이 중학교에서 용케도 그 악몽과도 같았던
지난 1년을 보내고 중3이 드디어 된것이다.


이제는 중1 후배중에는 이웃집 동생녀석도 입학해 있었다.
그녀석은 내가 학교에서 왕따라는걸 모르고 있다. 내가 내색을
안하기도 하지만 워낙에 학교에서와 밖에서의 내 모습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입에서 냄새날만큼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집에서나 이윳집에 놀러갈때는 학교에서 못다한 말들을
죄다 다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이 쉴새없이 말하곤 한다.

그 덕에 주변어른들과 부모님들은 내가 학교에서 친구도 꽤 많고
잘나가는 아이인줄로만 안다. 외모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였고
어릴때부터 달리기는 잘했기 때문에 다들 내가 평번한 학교생활을
무난히 하고 있다라고만 여기고 있다.


실상은 아무도 모른채.....




2002년 5월 18일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매년 하는 거지만 난 이 체육대회라는게 참 싫다.
이 체육대회라는게 종목과 코스마다 이동하며 자기가
알아서 참가해서 기록을 재고 해야 하는건데 이동하는
애들은 다들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하지만 나는 혼자기 때문에 혼자 다니다 보면은 괜히
소극적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종목에 참가를 하려고
해도 애들이 많은 곳은 피하게 되서...

그러다 보니 나는 시간내에 다 하지 못하기가 일수였다.


"xx야."


뒤에서 누군가 불러세워서 돌아봤더니 담임선생님이였다.
중3 담임은 중1때 담임보다 훨씬 반 아이들과 친화력이좋았다.
근데 대신 그만큼 나에겐 독이였다.

"너 왜 혼자 다니니? 친구 없어?"


"아뇨 그냥.."


"그러니 초반에 친구를 잘 사겨뒀어야지. 중학교 친구 오래간다 은근히?"


은근히 나를 놀리는듯한 저 말투와 눈웃음... 짜증이 났다.


"너 윗몸일으키기 했니?"


"아뇨..."

"그럼 일루와."


담임이 내 손목을 잡아 끌고 갔다.

도착한 곳은 윗몸일으키기장.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xx아 너 여기 여자애좀 잡아줄래?"


"네?"


담임이 가리킨 곳에는 잡아줄 애가 없어서 혼자 누워있는
1학년 여자애가 있었다. 혼자 매트에 누워있었고 옆에는
시작대기를 기다리는 아이들로 꽉 차 있었다.


"너 저 여자애좀 잡아줘. 그리고 다 하고 너도 저 여자애
한데 잡아달라고 하고."


"아니....전  근데 저 말고도 잡아줄 얘는 있을텐데..."


"남자애가 잡아줘야지 그래도. 넌 힘좀 쓰잖아."


"아 그래도...."


"얼른!"




나는 하는수 없이 담임의 반강제적인 협박에 못이겨
그 여자애의 다리를 잡아주게 되었다.


"꽉좀 잡아주세요."


"아 네."


약간은 쌀쌀맞은 어투였다. 왠지 굉장히 위축이 되는 느낌이다.


"그럼 시작!"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윗몸일으키기는 시작되었다.

"하나...둘.....셋.....넷....다섯...."


"끝 그만!"


다 하고 난후 여자애가 일어서며 물었다.


"저 몇개나 했어요?"


"어.. 10개?"


"그래요? 그럼 오빠 누워요."


"나?"


"해드릴게요."


"어..."


얼결에 나도 하게 되었다.

난 34개를 했다.



체육대회도 어느정도 끝나갈때쯤....


교실에 들어와서 피로에 찌든 몸을 잠시 휴식시키고
있는데 교실로 어떤 여자애가 찾아왔다.


아까 그 여자애였다.


"저기요."


"어..... 아까 그..."



여자애는 뭔가 할말이 있는듯 나에게 다가왔다.
교실에는 다행히도 애들이 없었다. 다들 운동장에 있었기 때문이였다.



"오빠 아까 고마웠어요. 감사 인사로 이걸..."


음료수였다. 오렌지 쥬스였다.
나는 뭘 이런걸 이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속으로 은근히 좋았다.
여자애한테 이런걸 받아본적은 초등학교때 이후론 처음이였다.


"저기 오빠 혹시 체육 잘하세요?"


"어.? 아....아니 별로...."


"하긴... 운동장에 보면 늘 축구하는 선배들 중에 오빤 못봤으니까...."


왠지 내가 왕따라는걸 알아채가는 기분이였다.


"근데 아까 윗몸일으키기 34개나 하셔서..."


"그건 좀 무리를 했고..."


"그럼 저 그만 가볼게요."


"어..... 잘가.."



여자아이는 교실앞문으로 들어와 앞문으로 다시 나갔다.
아무도 없는 빈교실... 나는 그 여자애가 준 음료수를 가방속에
넣었다. 왠지 바로 마셔버리면 이 기분도 날아가 버릴것만 같았다.



2002년 9월 23일



여름방학동안 꽤나 즐거운 일이 있었다.
어느정도 중3이 되자 반에서 날 괴롭히는 아이들도 없어졌고
그냥 난 조용하고 말없는 아이로 변해있었다.


이런 생활도 이제는 익숙해 졌다.
중1때는 초등학교때처럼 반 애들과 시끄럽게 떠들고 내가
거의 주동이다 시피 해서 교실을 시끄럽게 물들였지만 중2
가 되고나서부터는 왕따라는걸 경험하게 되었고 중3때는
어느새 나는 반에서 조용하고 말없는 과묵한 아이가 되고 말았다.


반 아이들중 몇몇은 내가 원래부터 과묵한 아이인줄로만 아는 애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중2때의 지독한 왕따의 경험때문이라고는 말 못하기 때문에
그냥 원래 좀 내성적인 성격이라고만 둘러댔다.

이제... 졸업도 얼마 남지 않았다.
좋은 추억......보다는 악몽으로 점철된 나의 중학시절...


이렇게 끝나는 걸까......?



2002년 12월 13일



아침부터 눈이 와서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난 눈이나 비가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그냥 아무일 없는 맑은 태평한 하늘보다는 뭔가가 내리는게
내게는 더 매력적이고 훨씬 세상이 꽉차보였다.


방학은 내일이였다.
다들 고등학교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어떤아이는 벌써 합격을 해서
신나있었고 어떤아이는 아직도 합격을 못해 전전 긍긍해 있었다.


아마도 그때문이였나보다.

중3때 아이들의 괴롭힘이 멎은것은...
다들 고등학교진학문제를 두고 공부에 여념이 없었던 터라서
누굴 괴롭히는일 따위... 할 겨를이 없었던거 같았다.


결과적으론 내게 그건 잠시간의 휴식을 준 셈이니 나에게는
좋은 현상이였다라고나 할까...........?



이제 방학을 하고 나면 이 중학교도 영영 바이바이다.


잘있어라. 나의 끔직한 기억을 가져다준 저주받은 학교여....




더이상 미련은 없다.





2003년 3월 졸업식



운동장에서 졸업식을 했다.
교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해산이 되었고 각자 교실에 남겨둔 물건이 없나
확인하러 들어가고 나오는 애들은 친구들끼리 놀거나 그냥 헤어지고 부모님 차
타고 가는 애들도 더러 있었다.


혹은 부모님과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처음으로 학교에 오시는 날이였다.


"xx야. 너도 사진 한장 찍어야지. 친구들 불러."


"아냐. 친구들 사진찍는거 싫어하고 벌써 집에 갔어. 나도 갈래 피곤해."


"그러니? 그럼 엄마랑만 찍자."



찰칵.




사진을 찍고 집에 왔다.
엄마는 가게일때문에 나랑 사진만 찍고 곧바로 일하러 가셨고
나는 집에 혼자 돌아와서 문을 따로 쇼파에 가방을 팽개친뒤에 티비를 켰다.


재밌는 영화가 하고 있었다.


"정말 이대로 끝나는걸까...?"




뭔가 더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없었던것은 아니였다.
애초에 뭔가를 더 바래봤짜 생기지 않을것이란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한명이라도.... 누군가 나를 찾아와서 그동안 잘 지냈다며, 혹은
내게 졸업했다고 나를 찾아와 주는 친구가 한명쯤은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날 밤까지 아무도 찾아온 사람은 없었으며
나는 그대로 내방 침대로 가서 눈을 감고 깜빡 잠을 잤고
다음날 새벽 5시에 눈을 떴지만 아무도 없었다.








-에필로그-





2008년 7월 23일




눈을 떴는데 이상했다. 내 방이 굉장히 넓어 보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아도 역시 넓었다.
게다가 깨끗이 정리된 방안. 이럴리가 없는데.


내방에 창문을 열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찬공기가 들어왔다.

밖을 내다보니 건너편에 빌라가 보였고 바로 밑에는
골목길이 보였다. 저 멀리서 보이는 높은 아파트가
보였고 우리집은 3층이였다.



"그럴리가......"


나는 내방을 나와서 거실로 갔다.
넓은 거실.... 예전에 버린 초록색 탁자가 나와있었다.
냉장고도 예전거네..... 내가 중학교 졸업하고 버렸던 냉장고..


바닥을 보니 엄마가 자고 있었다. 아, 맞다. 내가 중학생때는
항상 엄마는 거실에서 주무셨지.


시계를 보았다. 아침 7시 24분.


티비를 켰다. 아침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운..."




2002년....



다시 그때로 되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날 내가 자기전 했던 말이였다.
대학모임에서 술에 잔뜩 취한 내가 집에와
읖조린 말....


달력을 확인했다. 2002년 12월....24일.


거울을 확인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내 모습...


엄마를 보았다. 아, 엄마를 보니까 더욱 확실해졌다.




"엄마는 작년에 이혼하셔서 더이상 같이 살지 않으셨는데..."





만약.....



그때로 다시 되돌아 갈수만 있다면....



모든걸 다시 되돌릴수만 있다면...


다시 시작한다면 더 잘할텐데...


내 인생을 바꿔버릴수도 있을텐데...







the end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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