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배고픈듯 작성일 09.05.14 22: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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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밑에 게시글에 수호천사라는 말을 들으니 떠오르는 게 있어서 글을 써봅니다.

 

사실 이 글은 미스테리 게시판에 먼저썼었는데,

 

그저 자신의 마음가짐일뿐이라고 결론이 났지만 그래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글을 써봅니다.

 

 

고 3때 생각했던 일이 이루어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별거 아니었습니다.

 

맑은 하늘을 보고 비왔으면 좋겠다 생각하자

 

다음 날 비가 온 지극히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힘'은 알게 모르게 강해져갔습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소설책을 읽다가 더 읽고 싶다고 생각하자

 

선생님이 3교시 연속안오시거나(물론 고3때라 바쁘시기도 하셨음)

 

 

축구도중 애들이 골키퍼만 시켜서 나도 공좀 차보고 싶다고 외치자

 

모두가 보는 앞에서 팔을 벌에게 쏘여서 수비수로 교체되었습니다.

 

(그리고 벌에게 쏘인 자국은 체육이 끝나자 가라앉았습니다.)

 

 

수능 끝나고 타 지역에 있는 친구네 집에 놀려가려고 엄마와 함께 고속버스 터미널에 갔을때,

 

동전넣고 타는 목마를 보고 '타고싶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때, 한 아저씨께서 많은 사람들을 헤치며 하필이면 제 앞에 서서 말했습니다.

 

"어-이 꼬마, 그럼 이 아저씨가 목마 타줄까?"

 

저희 엄마께서는 무지 깜짝 놀라시더군요. 아저씨께서는 목마 위에서 "이랴~ 이랴~"하시다가 경찰들에게 끌려가셨습니다.

 

엄마께서는 저보고 눈에 띄는 타입이라 남들이 말을 건다고

 

주의하라고 엄청 걱정하시더군요.(실제로는 엄-청 평범한 타입으로 한번 보면 바로 잊을 타입입니다.)

 

 

결국 친구네 지역에 놀러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지역이었기에, 친구의 말을 들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죠.

 

친구또한 버스 시간표를 외우지 않아 언제올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1시간을 기다리자 제가 기다리다 지쳐서 말했습니다.

 

"좋-아 그럼 내가 버스를 불러주지. 나 사실 초능력이 있거든?(장난하는 말투로)

 

눈감고 이렇게 버스야.. 와라..하면.."

 

"야, 버스왔다. 안타고 뭐하냐."

 

그때 버스가 와있더군요.

 

여담이지만 일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1시간이나 기다려서 약속장소에 늦게 생겼었는데,

 

갑자기 버스 노선이 바뀌어서 약속장소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겟다고 생각하자

 

바로 밑에 층에 사는 홀수층 엄청 귀여운 여자애가 매일 저랑 같은 짝수층 엘레베이터를 타는가하면

 

(제가 그 아파트에 10년 살았는데, 그런 여자애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게다가 홀수층에 사는데 한달동안 짝수층만 타더군요.. 결국 말한번 건네보지 못하고 혼자 포기하고 끝났지만)

 

 

수능이 끝난 어느 날은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이끌려 늦잠에 약한 제가 정각 9시에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http://www.jjang0u.com/Articles/jBoardMain.html?db=106&id=8231&page=1&pflag=v

(이건 제가 예전에 쓴 글. 제목 : 아침 9시

만약 이 모든게 수호신이 한 일이라면 그때 목소리의 주인공이 저의 수호신일 수도 있겠네요 ㅋ)

 

 

이 일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며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뒹굴뒹굴 할즈음..

 

저는 추리소설에 빠져있었습니다. 명탐정 코난과 소년탐정 김전일이죠.

 

"아. 코난이 가면 맨날 사람이 죽는단 말야? 내 곁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친구가 자기네 집에서 놀자고 전화를 한 것이죠.

 

친구네 집에서 놀고있었는데, 동네 아주머니께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네 집이 술렁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옆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어린애라며 사건에 가까이 하는 것을 허락되지 못했고

 

결국 친구네 집에서 놀지 못한채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철이 없던 저는 싸이 다이어리에

 

"뭐야-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무슨일이지?

 

근데.. 왜 나는 아닌건데..

 

이럴거면 차라리 내 곁에서 일어나줬으면 좋겠어

 

정말 따분한게 제일 싫어"

 

라고 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택시 운전을 하시는데 강도를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제가 어리석은 것을 깨달았고,

 

아빠 택시도, 아버지도 무사하길 빌며

 

마지막으로 이런 쓸데없이 뭐든지 생각대로 이루어진 능력따위 없어졌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께서는 상처하나없이 무사하셨지만, 한달동안

 

뒤에서 괴한이 식칼을 들고 덤벼드는 악몽을 꾸셨다고 합니다.(자다가 소리지르며 깨시기도 하셨습니다.)

 

그 후 아버지께서는 저녁 늦게 남자를 태우는 것을 꺼려하시며,

 

또 비슷한 일을 당할까봐 날마다 헬스장에 다니십니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그저 약간의 특이했던 추억.

 

고 3말기에 생겨 지금도 가끔씩 작은 소망들은 생각하는 순간 이루어지곤 합니다.

 

일부 친구들은 저에게 수호신이 씌여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되, 저에게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엄마같은 수호신.

 

그게 사실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어도 조금 신기했던 기억이었습니다.

 

무섭지 않아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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