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죽음을 맞이하는 그들만의 축제

부림이 작성일 09.09.28 23: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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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발리 중부 타운, 우붓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길거리가 소란스러워졌다.

대로라고 하는 잘란 라야 거리도 고작해야 왕복 4차선이고. 그나마도 양쪽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서

왕복으로 차가 진행되기도 어려운 상황속에서 소란의 근원은 갑자기 나타났다... 순식간에 등장한 약 70여명 정도의 장례

행렬이 바로 그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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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는 커뮤니티의 섬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수박'이라고 하여 협동에 의해서만이 가능한

농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고, 마을 사람들은 자체적인 단위로 '반자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사람이 죽었을 때 이 커뮤니티는 위력을 발휘한다

오늘 내가 목격하고 있는 이 군중들도 바로 마을 커뮤니티가 동원되어 큰일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네 시골의 꽃상여와 흡사한 상여를 장정 몇 명이 둘러매고 앞뒤로 사람들이 줄을

맞춰 행진을 한다 여인들은 머리에 음식을 얹고 남자들도 손에 이러저러한 것을 들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자전거를 타고 그들과 합류했다.

 

사거리쯤에서 갑자기 상여가 몇번 타원형으로 회전을 한다 아마 죽어간 사람의 진혼을

달래는 의식이리라 그리고 이들이 간 곳은 작은 공원이다

공동묘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관리가 되어있지 않는 곳인데 여기저기 작은 토분들이 있는것을

보아 공동 묘지인 듯 하다

 

상여를 내녀놓은 사람들에게 물 한잔씩이 돌아간다 물을 돌리는 사람은 이방인에게도

배타적이지 않다 내 몫으로도 한 잔의 물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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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에서 시체를 꺼낸다 시체는 관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곱게 염을 하고 하얀 천에 감겨 있다

한 노인이 사물처럼 꺼내졌다

나는 처음에 매장을 생각했다

그러나 옆에 놓여진 가스통을 본 순간 매장이 아닌 화장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화장을 모든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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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기 전, 죽은 사람에게 노잣돈이 모여지고 유족들은 죽은 자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이승에서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죽은 남편의 부인도, 죽은 아비의 아들도 그 의식을 하면서

통곡을 하거나 크게 슬퍼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인연의 끈을 놓아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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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위 제단위에 시체나 놓여지고 가스통이 옆에 자리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장의식이 진행되었다

시체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남자 서너명은 커다란 대나무통을 이용하여 기름을 붓고 가스 불을

조절하며 시체가 잘 타게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죽은 자이지만, 얼마 전까지 살아있었던 사람이 까만 숯덩이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에 있어 충격을 받은 것은 오직 이방인인 나 뿐이었다

 

그러나 내 충격의 감정 자체가 오히려 그들에게는 생소한 것이었다 왜냐 하면 그들은 이 의식을 마치

 

살아 있는 자들이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것처럼 너무나 태연스럽게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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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까만 발이 번쩍 들어올라가고, 머리가 툭하고 떨어지고 종국에는

마치 고기처럼 시체가 변핼 때까지도 이것을 지켜보는 유족들과 사람들은 그저 담담했다

아니..일부는 웃고 장난치며 잡담을 한다 내가 실로 충격을 받았다면 그것은 타들어가는

사람의 육신을 보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닌, 그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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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두교 종교관의 핵심은 윤회(reincarnatuin)이다 윤회는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고 즉 지금

이승의 이별이 완전한 이별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특별하게 죽음 앞에서 슬퍼할 이유가 없다

종교 자체가 모든 생활의 기초로 흡수되고 있는 발리 사람들이기에 이 엽기적인(우리들의 시선에선 엽기적인)

 

화장의식을 마치 축제처럼 맞이하고 있는 것인가보다

 

물론 자기의 직계 가족이 죽게 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이들도 마찬가지일 테다

특히 그것이 갑작스런 사고거나 예기치 못한 죽음이라면 종교 역시 산자를 위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이들의 장례 문화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제목처럼 '축제'다

 

 

화장에 대한 관점도 윤회적 종교관에서 파생된다, 즉 인간의 육체가 완전히 산화되어 흙과 불과

물과 공기와 에테르로 돌려졌을 때 비로소 영혼이 자유를 얻게 되며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다 그리고 화장은 이 인간 육체의 완전 산화를 완벽하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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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덥고 습기가 많은 이 곳에서 매장은 관리 자체가 매우 어렵다 한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돈이 없을 경우 일단 매장을 했다가 나중에 다시 화장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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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육신이 완전히 재로 남았을 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들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언젠가는 돌아올 사람이기에 매년 기일을 챙기거나 제사를 지내는 일도 이들에게는 없다

 

여행중 남의 나라에서 죽음의 의식을 지켜보는 일은 마음에 파장을 크게 일으킨다

호기심이 지난 자리에 남는 것은 재로 남겨지는 사람 만큼의 허무감이자 종교라는 또하나의 구속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영향력에의 두려움이다

 

그러나 파장이 지나가면 그 뒤안에 남는 것은 투명한 맑음이다 결국 한 줌의 재로 남는 것이

인간이구나..라는 한계를 똑똑히 목도하고 나서 느껴지는 그런 맑음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기도하나니 내 앞에서 태워져간 그 사람의 영혼이 편안히 안식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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