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귀엽게 영감소녀가위눌림 입니다.
(1)
제가 중학교 다닐때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가 났었죠. 그리고 얼마후 뉴스보도에 아현동 사는
두 자매가 가스중독으로 죽은 기사가 보도 되기도 했었구요.
덕분에 아현동은...(아현동 사는분 죄송) 제 이미지에서 "가스" 라고 밖에 생각이 안납니다.
고등학교때 점심시간, 영감소녀와 제가 포함한 무리들은 모여서 수다떨기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짧은 시간에도 그땐 정말 재밋었던거 같애요.
대게 비오는 날은 무서운 얘기 하고 싶잖아요. 친구들하고 무서운 얘기를 하다가, 가위눌림에 대해서
얘기가 나오게 됐어요. 사실, 가위 안눌려 본사람 별로 없죠?
우리 무리에 있던 애들은 전부 가위눌림을 많이 겪어 봤더라구요.
대부분 뭐 티비소리는 들리는데, 몸이 안움직였다. 눈은 떴는데 못움직였다. 이런 얘기들이었어요.
물론 저도 가위 많이 눌려봤구요. 저는 대부분 잠들기 전에 가위를 많이 눌리더라구요.
잘려고 누운지 5분 이럴정도에.
영감소녀도 당연히 가위에 눌려봤다고 했죠. 영감소녀는 영감소녀답게 가위에 눌렸어요.
중학교때, 티비를 보다가 시간도 늦은것 같고 해서 잠자리에 눕게 됐대요.
영감소녀 침대는 발 아래 부분에 문이 있었고, 오른쪽에 큰 창문이 있어요.
한참 자고 있는데, 가위에 눌렸다...하는 기분이 들더래요. 많이 눌려본 사람들은 그 기분을 알잖아요.
영감소녀는 가위에 눌리면 막 깰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에 눈을 팍 뜬대요.
저도 해봤는데 장난 아니게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눈을 팍떴을때 실패하는 경우가 있대요. 그럼 다시 눈을
감고 또 눈을 팍뜬대요. 그래서 깼다 라는 느낌이 들면 바로 벌떡 일어나서 불을 켠대요.
처음에 제가 그럼, 눈 팍뜰때 잘못해서 귀신이랑 눈마주치면 어떻게해... 라고 물었더니
귀신도 내가 갑자기 눈 팍뜨면 놀라서 도망갈꺼래요. ㅎㅎㅎ
아무튼 갑자기 가위가 눌리는 느낌이 왔고, 영감소녀는 자신만의 방법을 이용해서 계속 눈을 뜨는데,
그 날따라 실수가 많더래요. 그러다가 조금 깼다... 라는 느낌이 들어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은 움직이긴하는데 정말 슬로우 영화처럼 느릿...느릿... 하게 일어나 지더래요.
몸을 반쯤일으켰을때, 자기 발 아래로 뭔가가 하얀 두덩어리가 보이더래요.
아차..싶어서 영감소녀는 다시 느릿..느릿... 뒤로 눕기 시작했대요.
일어나는것보다 더 힘들었지만, 지금 일어나면 큰일이다 하는 생각에 막 다시 누웠나봐요.
그런데 그런 포즈면 배가 막 땡겨야 되잖아요. 그런느낌없이 공중에 상반신이 살짝..
한 15도 각도 정도 상태에서 조금씩조금씩 누웠나봐요.
사실, 자신도 가위에 눌리면서 뭔가를 저렇게 선명히 본건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될까 고민했대요.
다시 일어나자니, 앞일이 깜깜하고... 깰려고 자신이 하던 방법처럼 계속하면 눈을 뜨는 순간마다
저 하얀 물체들이 팍팍 이동할꺼같은... 그 공포영화의 한장면같을꺼란 생각이 들었대요.
눈을 감자니 자신이 눈을 감은사이에 쟤네들이 자기얼굴 앞에와서 히히덕 거릴꺼 같고 해서
눈도 못감고 있었다나봐요. 그러다가 고개만 살짝 들어서 발 있는데를 봤대요.
역시 하얀 두덩어리가 서있더래요. 문에 비교해 봤을때 서있는 키였대요.
처음엔 어두워서 잘 안보였는데 점점 지나니까 눈이 익숙해 지면서 윤곽이 보이더래요.
역시나, 사람이었대요. 그것도 두명의 여자.
한명은 키가 163정도.. 대충느낌이 그런정도 키에 얼굴은 전형적인 처녀귀신틱했대요.
눈에 쌍꺼풀도 없고, 볼은 퀭하니 말라서 머리는 그냥 부시시한 긴머리... 피부색은 보통사람처럼 그냥
하얗지도 않고 까맣지도 않은 피부였고, 옆에 있는 한 여자는 당시 유행이었던 앞가르마 단발머리에,
키는 옆보다 작은 ... 한 157정도 되보이는키에 볼살이 희고 통통했대요. 몸집도 약간 있었고...
웃긴건 두 사람이 소복같은게 아니라 평상복 입고 있더래요.
그 두 사람은 그냥 아무말도 없이 서서만 있었대요.
자기를 보는것도 아니고 허공을 보는것도 아니고... 어디를 보는지 모르겠는 시선으로...
비유를 하자면, 동공이 벼있는것 같았대요.
그러다가 그 두덩어리가 짠듯이 양팔을 서서히 올리는데, 이번에는 자의가 아닌데 아까처럼 몸이 또
느릿...느릿.... 세워지더래요. 아까는 앉으려고 했던 포즌데 ... 이때는 마치 어렸을때 영화에서 본
강시가 일어나듯이 뻣뻣하게 천천히 세워지더래요. 문득... 느낌이 유체이탈하는 느낌이 들었대요.
한번도 겪어본적 없고 자세히 알아본적도 없지만, 왠지 사람의 느낌이라는게 있잖아요.
아니면 겁을 집어 먹어서 인지...그런생각이 막 들면서 발끝까지 다 일어나면 난 죽는다....
지금 잠에서 안깨면 난 죽는다... 하는 생각이 막 들더래요. 그래서 온갖 생각을하면서 잠에서
깰려고 노력을 했대요. 눈을 감고 마음속에서 공포심을 없애면서, 여긴우리집이다.
방 건너편엔 부모님도 계시다 하면서 스스로를 안심시켰대요.
그리고는 눈을 감은채로 벌떡 일어나서 문앞으로 달려가 대충 손짐작으로 스위치를 켰대요.
스위치는 아까 그 두덩어리들 등뒤쪽에 위치했는데 엄청 떨렸었대요. 내 팔을 잡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다행이 눈감은 상태에서도 불이 켜진게 느껴졌고, 그대로 불켜진채로 잠을 잤대요.
그리고 다음날 학교를 갔다와서 티비를 보는데, 뉴스에 그 두 여자 얘기가 보도되더래요.
아현동에서 가스 중독으로 두 자매가 새벽사이에 죽었다고. 얼굴도, 옷도 그대로.....똑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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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무섭나요? 내가 이얘기 들을땐 엄청 무서웠었는데....
(2)
한번 가위눌릴때 뭔가를 보니까 계속 보이는 느낌이더래요.
아현동 두 자매처럼 소름끼치게 정확한건 아니었지만, 그냥 뭔가가 보이는거 있잖아요.
자기방에서 발레하는 여자를 본다던지.(여기서 엄청 웃었습니다.. 왠발레...) 더 웃긴건, 자기 방구석에서
어떤 아줌만지 할머닌지하는 사람이 떡을 팔고 있다던지, 이런 쓸데 없는 영상들이요.
가위가 자주 눌리는건 아니지만, 눌릴때마다 이런게 보이니까 차라리 보일려면 아예 잘생긴 남자나
보여라 했대요. 이정도로 여유가 생기게 된거죠.
어느날은 학교에 갔다 왔는데 어떤 남자가 자기방에 앉아 있더래요. 하복입고 다닐때였는데 갈색 긴팔 목폴라티에
얼굴은 잘생기도 못생기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얼굴에 바지같은건 뭘입었나 기억도 안난대요.
앗!! 하고 놀랬는데 그게 꿈이었대요. 꿈 치고는 너무 생생한것같은 느낌이었죠.
자기가 남자나 나와라 했더니 정말 남자가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더래요.
그리고 며칠뒤에 잠을 자는데 뭔가 그런느낌 있잖아요. 예쁘게 자야겠다.. 하는 느낌
평소같으면 대자로 벌리고 자거나, 이불 겉어차고 그럴텐데 ,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예쁘게 자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대요. 마치 누가 보고있기라도 한것처럼.
아침에 일어나니까 기운도 없고 엄청 피곤하더래요. 밤새 예쁘게 잘려고 노력을 했대나봐요.
그냥 피식 웃음이 나오더래요. 내가 왜그랬나 싶고... 결국엔 사춘기라서 그런거구나 하고 말았죠.
그리고 또 자는데 전날밤처럼 그런느낌이 나더래요. 자고는 있는데 깨어있는 것처럼 논리적으로 생각을 했대요.
누가 날 보고 있다. 내 왼쪽 옆에 있는것 같다. 하는 생각. 그리곤 주저 없이 고개를 틀어 왼쪽을 봤대요.
사실 지금까지 본것들이 많아서 겁날것도 없었죠.
그런데 자기 침대 옆.. 그러니까 방바닥에 그 남자 앉아 있더래요.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되나....
자기가 누운방향과 같은방향으로 앉아 있었대요. 시선은 영감소녀 발쪽으로 가게...
영감소녀가 누운 침대 바로 옆에 앉아서 가슴 윗부분에서만 보이고, 자기를 안쳐다 보고있더래요.
바로 옆에 있어서 엄청 놀랬지만, 그다지 무서운 느낌은 안나더래요.
그래서 그냥 다시 고개를 돌려서 눈을감고 잠을 잤대요.
말하자면 그때부터 알수 없는 남자와 동거...처럼 됐는데요.
이상한건 그 남자는 자기한테 전혀 신경을 안쓴대요. 그냥 방을 돌아다닌다거나, 자기 피아노 위에 있는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면서 이게 뭔가..본다거나. 삐삐(당시에는 휴대폰이 보급화안돼서..)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만지작거리면서 본다거나 그랬대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밤에 봤던 그대로 물건이 놓여있다는거죠.
어느날은 영감소녀 방 책장에 있는 세계문학을 꺼내서 읽어본다거나 그랬대요.
영감소녀는 세계문학전집이 있어도 안읽는데, 그 남자가 집어든 책이 다음날 일어나보면 정말 그 순서 그대로
있었더래요. 예를 들면, 여자의 일생 옆에 죄와벌, 그 옆에 대지...이런식으로요.
밤에 잠을 안자고 그 사람을 관찰해서 인지, 몸무게가 5키로가 빠졌대요. 스스로는 다이어트 되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좀 지나니까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된거죠.
그러다가 엄마가 걱정이 되서 공부하느라고 힘드냐고 물어봤대요.
그렇다고 엄마한테 나 사실 방에 남자있어. 라고 말 할수는 없는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 했대요.
그리고 어느날 잠을 자는데, 정말 오랜만에 가위 눌린 느낌이 나더래요. 누가 위에서 누르고 있는 느낌.
그런데, 이상한건 영감소녀의 종아리와 종아리 사이에 다른사람의 종아리가 느껴지더래요.
다리를 겹치고 있는..약간은 야할수도 있는 포즈있잖아요.
영감소녀는 덜컥 겁이 난거에요. 전에 책에서 읽은글이 귀신과 정사를 나눈 여자..에 대한 글이 생각이
났대나봐요. 물론 신체적으로야 아무 이상 없겠지만, 그래도 겁이 난거죠.
막 발버둥을 치는데, 발버둥이 쳐지더래요. 그런데 그 남자는 계속 양어깨를 누르고 있었대요.
그러다가 영감소녀가 니가 싫어.. 니가 싫어... 이런식으로 계속 중얼 거렸대요.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나면서 가위에서 풀려났대요.
그런데 왠지 미안한 느낌이 나더래요. 니가 정말 싫은건 아닌데. 미안해..... 이런생각이요.
다신 안올것 같았더래요.
영감소녀의 생각처럼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남자가 보이지 않았대요.
그리도 며칠뒤 잠을 자는데 귀에서 웅웅~ 하는 소리가 들리더래요. 그러면서 목소리가 들리는데,
마녀같은 목소리와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더래요.
"요즘어때?" 라면서.....
영감소녀는 "그냥...피곤하고 그래...." 하면서 대답을 하는데, 자면서 대답하는게 느껴지더래요.
자기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거죠. 자면서 잠꼬대처럼 힘없이 얘기하는...
그러면서 그 목소리는 이것저것 물어보더래요. 뭐라고 물어봤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데 그 목소리가.. " 요즘 누구랑 같이 있지 않았어?" 라고 묻는순간 온몸에 전기가 짜르르 흐르는
느낌이 들면서 가위에서 깨어났대요.
그 남자랑 지낼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 목소리를 듣는순간 알수 없는 공포가 확 밀려오더래요.
그래서 영감소녀는 마음을 먹고 다음날, 엄마한테 말하기로 했나봐요.
엄마는 깜짝놀래더니, 우리딸 어떡하니...우리딸어떡하니.. 하면서 외할머니대에 무당이신분이 계셨었대요.
그리고 바로 그날 수맥, 이런것 때문에 침대 위치도 바꾸고 점짐에서 부적도 뗘오고 이랬대요.
그 뒤로 가위가 안눌린건 아니지만, 전처럼 그런 경험은 없었대요.
그리고 몇년뒤 아파트에 흉흉한 일이 많이 일어나서 이사를 갔대는데....
그 아파트에 일어난 일과 이어집니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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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