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짧은 이야기입니다...뭐 항상 짧았지만....
친구들과 간만에 만난 술자리 였습니다. 초등학교때 부터 친구였던 박군도 있었지요.
이박군은 당시 우리보다 대학을 일찍 졸업해(군 면제자였지요...ㅠㅠ)D대 병원 원무과서 일하던 친구 였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저희가 박군에게 병원이면 귀신 같은거 없냐라면 농담 투로 물어봤지요. 그러자 그박군의 표정이 살짝 굳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긴한데... 확실히 내가 얼마전에 경험을 한게 있어"
그리고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D병원 숙직실에 사람들이 절대로 쓰지 않는 침대가 있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그곳에 자면 꿈자리가 뒤숭숭 하다던지 몸이 쑤신다던지 그런 소문과... 뭐 여튼 그런자리가 있잖아요 딴 빈자리가 있으면 굳이 그곳엔 잘 앉지 않는 자리
아마 그 침대도 그랬던것 같습니다.
하루는 그친구가 야간 당직중에 잠을 좀 청하러 숙직실에 들어 갔더니 정말 재수없게도 그침대밖에 자리가 없더랩니다.
소문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피곤함이 그런 생각을 말끔히 지워 버렸다더군요. 그리고 그침대에서 잠을 청한지 한십분이 지났을까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슬쩍 눈을 떠보니 자기 위로 천장쪽에 피칠갑을 한듯한 씨뻘건 여인이 내려다 보더랍니다.
너무 놀라 이친구 비명도 못지르고 허둥대다 침대서 굴러 떨어졌다 하더군요.
"에이 니가 피곤해서 잘못 봤겠지"
우리의 핀잔에 박군은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를 계속 했습니다.
그친구는 자기도 그럴 거라 생각했답니다. 그래도 그여자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 바로 잠들기는 글렀다고 생각해 숙직실 구석에 있는 작은 책상에서 컴퓨터나 좀 하자고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런지 한 십분이 지났을까.. 선배 한명이 숙직실로 들어와 박군에게 왜 안자고 그러고 있냐고 묻더랍니다. 그래도 이친구 남자의 가오가 있다고 그냥 막상 누우니 잠이 안와 이러고 있다며 둘러댔고 그 선배는 그러려니 하며 그침대에 몸을 뉘였댑니다. 물론 눕기전 그선배 역시 왜 자리가 여기밖에 없냐며 투덜 댔다네요... 그리고 한 십여분 후에...
"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선배가 벌떡 일어나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고 곧 박군의 공포서린 눈과 마주쳤겠지요... 그리고 이내 눈치 챘을 겁니다.. 박군이 안자고 있던 이유를..
"그선배도 봤데.. 그 피칠갑한 여자..."
.......
악몽이란건 상황의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하지만... 같은날 같은 장소에서 두사람이 동일한 여자를 볼 가능성은 무얼까요... 참고로 그침대의 소문엔 그런 여자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