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유격장 야전 병원

늑대의눈빛v 작성일 13.08.01 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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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그리 무섭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을 생각하면 섬뜩해서...


2007년 여름의 일입니다. 06년 12월에 입대해서 갓 일병 달았을 때, 두렵기만 했던 유격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입소행군은 힘들었지만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행군이 끝났을 때 어마어마한 포스를 지닌 유격장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언덕 위에 천막을 치고 짐을 풀자마자 체력단련을 한다고 해서 유격장 연병장에 집합했습니다.

첫 날은 준비운동 격이었는지 그나마 견딜만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비가 오는 바람에 산악유격이 취소되고 우리는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연병장에서 PT체조를 했습니다.

체력이 강하지 않았던 저는 PT를 한지 3시간만에 체력이 바닥나서 어지럼증을 느껴서 야전 의무대로 부축받아 갔습니다.

그 전에 다리에 쥐가난 선임들 다리를 마사지 해줘서 그런지 선임들도 뭐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유격조교 한 명과 제 맞선임이 저를 부축해서 의무대 텐트에 내려놓고 갔습니다.

의무대 텐트 안에는 의무병 일병짜리 한명이 있었고, 모포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정체모를 사람이 누워있었습니다.

저도 야전 매트에 뉘여졌고 저를 부축하고 온 분들은 다시 유격장으로 돌아갔습니다.

텐트 내부는 가림막으로 나뉘어졌었는데, 한쪽은 의무관이 약품들과 함께 있었고, 제가 있는 쪽은 병실 같은 곳이었습니다.

의무관이 잠깐 얼굴을 비추며 저한테 증상을 물어봐서 저는 어지럽다고 말했습니다.

의무관은 그 말을 듣고 의무병 일병한테 주사 한 대 놔 주라고 말하고는 가림막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어지러워서 눈을 감고 있다가 살짝 눈을 떠서 그 의무병을 보고 있었습니다.

의무병은 주사기를 가져와서 잘 포장되어 있는 주사 바늘의 포장을 벗기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실수인지 의무병이 주사 바늘을 흙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살짝 몸을 숙여 그 바늘을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주사바늘에 묻은 흙을 입으로 훅훅 불더니 저를 힐끗 쳐다봤습니다.

제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자 그 의무병은 부자연스럽게(그렇게 느껴짐) 주사바늘을 버리고 새 바늘을 가져왔습니다.


저항할 힘이 없었던 저는 의무병이 오염된 바늘로 주사를 놨더라면 반항하지 못했겠죠...

그 후로 의무병은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재미없는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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