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온 침대' 에 이어 또 한편 실화를 써보겠습니다.
이번엔 친가의 동네에서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저희 친가는 경북 의성입니다.
70년대 중반에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으로,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신 걸 토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요즘도 시골마을은 해가지면 딱히 즐길거리가 없어
기껏해야 이웃집으로 마실(이웃집이나 사람이 모인 곳에 놀러가는 일)을 가거나
댁에서 TV를 보며 소일거리를 하기 마련인데
그 당시에도 당시 마을 이장분께서는 막걸리 한 사발을 받아 이웃집에 마실을 가시던 중이셨습니다.
도시의 이웃과는 다르게 집집 마다 좀 떨어져 있어서 몇백미터를 걸어서 가야 했는데
조용한 시골의 밤길을 가다가 보니 뭔가 희미하게 이상한 소리가 들리셨답니다.
뭔가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의 신음소리 같기도 한...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소리가 났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의 근원지를 따라
발길을 돌리셨습니다.
소리가 가까워 올 수록 이장님께선 그 곳이 마을 토박이인 '이씨'네 집인 것을 확신하셨고
잰걸음으로 달려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더욱 가까이서 소리가 들리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분명 그 집에서 나는 소리가 맞았지만
집 주인도 없이 불이 꺼져 있는 집안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함 반, 긴장감 반으로
혹시라도 산짐승이 집으로 흘러들어와 집안을 파헤치고 있는게 아닐까 농기구를 모아 놓은 창고로 살금살금 가서
곡괭이 하나와 집에서 나올때 그 때만해도 시골길은 가로등이 별로 없어서 건전지가 들어가는 손전등을 들고 다니셨는데
손전등을 집쪽으로 비추며 집어들고 다가 갔답니다
근데 옛날 시골 기와집 형태였는데 마루 아래쪽에 빈 공간에 불빛을 비추자 뭔가가 눈에 들어왔고
그것은 다름아닌 '이씨'의 막내 딸 이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손전등만 비추며 허겁지겁 달려가니
그 마루 아래에서 배를 움켜쥔 자세로 마치 노루나 산짐승들이 울부짖듯이 울고 있었는데
모습도 짐승이 움크리고 있는 그것과 똑같았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움켜쥔 배 안쪽으로 선혈이 낭자했고 그 앞엔 큰 부엌칼이 역시 선혈이 묻은채로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 즉시 이장 어르신은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며 집집마다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으셨고
읍내 파출소와 의료원에 신고해 일단 병원으로 옮겨졌고 조용했던 마을이 일순간에 뒤집어 졌습니다.
일단 당시 요즘 처럼 추석명절을 앞두고 막내 딸만 남겨둔 채 부모와 가족은 집을 비운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안내했고
자살시도였는지 강도였는지 여부를 놓고 경찰에서도 수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환자가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고 사건에 정황에 관해 진술 했는데
그 진술내용이 너무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진술 내용인 즉슨,
부모님과 동생들이 먼저 이웃 마을인 친지 댁으로 가 계셨고
사건의 당사자는 집안에 남아 뒷정리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루바닥을 닦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안개가 낀 것 처럼 뿌옇고 흐릿하게 변해갔고
싸리문 밖으로 부터 시커먼 형체가 아른아른 거리더니 점점 집안으로 들어오더랍니다
그리고 그 물체가 가까워 오면서 서서히 분간이 되기 시작했는데
그 형체는 다름아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의문의 남녀는 다름 아닌 사건 당사자는
3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큰 오빠와 그의 여자친구 였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마치 누군가를 크게 비웃듯이 깔깔 대며 큰 소리로 웃더니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꾸고는
'엄마 아버지도 아무개,아무개(오빠 언니들)도 곧 따라 갈거니까 너무 억울해 말거라, 네 년은 죽어야 되!!
죽어야 되!!'
하면서 소름끼치는 비웃음 소리를 연발하며 마루바닥을 닦던 여동생을 반강제적으로 끌고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옆에 있던 그 큰 부엌칼도 오빠가 처음부터 들고 있었던 것이었고 실제 수사중에도
집 안의 물건은 아니었다는 결과가 나왔답니다.
아무튼 그렇게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디로 끌려 가는지도 모르게 머리채까지 쥐여쥔채 끌려갔고
그 뒤로 정신을 잃어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났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에 누워있었고 본인에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 조차 인지를 못했다네요
아무튼 오랜기간 수사가 진행되었고 사건 당사자와 가족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토박이에
마을에서 인심도 좋게 얻어 원한 살만한 일도 없고 외부인이나 강도에 의한 가능성도 희박했기 때문에
당사자의 단순 자살미수 사건으로 종결되었고
당사자의 진술내용은 정신착란에 의한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분류해 정신과 치료 조치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당사자의 아버지는 마을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틈이 날때마다
'내가 그놈의 노루 새끼를 잡아먹는게 아니었다...
다 내죄다.. 내가 죄인이다..'
라며 자책을 했습니다.
알고보니 사건이 일어나기 몇 주 전
사고 당사자의 아버지 '이씨'는 마을 뒷산에 벌초를 하러 갔다가
올무에 걸려 발버둥 치고있던 노루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마침 명절도 다가오고
몸보신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눈치를 살피고 벌초에 사용하려던 낫으로 노루에 복부와 목줄을 내려쳐
숨통을 끊고 집으로 가져와 손질을 하려 했습니다
그 와중에 노루가 홀몸이 아닌 뱃속에 새끼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가족들은 찝찝하고 영물스럽다며 먹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이씨'는 미신이네 뭐네 하면서
새끼까지 손질해 온 가족이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손질하기 전 움크리고 앉아있던 죽은노루의 그 모습이 어찌나 이장이 묘사하던 마루 안에 흡사 괴짐승의
소리를 내며 울부짖고 있었다던 딸의 모습과 일치하던지 몸서리가 쳐지고 죄책감을 많이 느꼈답니다.
이 후 '이씨' 집안은 마을에 조상대대로 살았던 삶의 터전을 등지고 결국 마을을 떠났다고 합니다.
새끼를 품고 억울하게 죽은 노루가 정말 영물이라
원한을 풀지못하고 '이씨'와 그 가족들을 죽이려고 했던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