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진혼굿

로제lol 작성일 13.10.11 17: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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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떼 대학 방학때 일 입니다.

 

몇 학년때 인지는 정확 하진 않으나 제법 고 학년 일 때 입니다.

 

레떼가 지금 이사간 집이 아닌 작년까지 부모님 사시던 집에 살때 였어요.

 

그 동네에 가깝게 지내던 동네 형이 있었어요.

 

저 고등학교 때 어쩌다 친해져서 알고 지내던 형님이죠.

 

저보다 7-8살 위?

 

그때 이 형님은 3살쯤 되는 딸과 이제 막 태어난 딸...이렇게 2 딸을 둔

 

딸딸이 아빠 였지요.

 

형수님은 맘씨 좋으시고 수더분한 인상의 전형적인 주부 였지만 성격도

 

쾌활 하시고 사람이 좋고 해서 저도 간혹 집에 초대 하시여 밥도 같이 먹곤 했었죠.

 

이 형님이 딱 한 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바로.....아들 이었어요.

 

하긴 아들이란 남자에게 자식 이상의 의미 이긴 하죠.

 

남자에게 아들이란 자기 뒤를 이어 영원히 살아 나갈 또 하나의 자신 이니까.....

 

그래서 모든 자식이 그렇치만 아들은 특히, 아버지께 누가 되는 행동은 하면 안되는 거죠.

 

그러던 어느 봄 이었어요.

 

집에 다니러 왔다가 우연히 그 형수님이 셋 째를 임신 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전 형님 네를 방문 하여 축하를 해 드렸고 환 하게 웃으시며 즐거워 하시던 형수님과

 

푼수 처럼 헤벌레 하며 좋아 하던 형님의 모습이 기억 나네요.

 

그런데 그게 형수님을 뵌 마지막 이었습니다.  ㅠㅠ

 

전 학교를 다니다 그 해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 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다 아니깐  우연히 수퍼에 갔다가 반가워 하는

 

슈퍼 주인과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그 형님이 생각나 물어 봤어요.

 

산달이 가까워 지는거 같은데 괜찮으시냐구요.

 

전 당연히 괜찮을 줄 알고 그냥 지나는 말로 물은 건데 주인의 대답은

 

너무나 뜻 밖 이었고 절 당황 스럽게 했습니다.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 지더니 하는 말이,

 

몇일 전에 돌아가셔서 장사 치뤘다는 거예요.

 

참.....

 

할 말도 없고 당황 스럽더군요.

 

건강 하셨던 분이라 저는 혹시 사고 라도 난 건가 해서 물어 봤더니,

 

임신을 하고 나서 암이 발병 했다고 해요.

 

그리고 몸에 신호가 오는데 당연히 임신 때문에 그런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고 그러다 돌이킬수 없는 지경이 된거랍니다.

 

그때가 작은애 3살? 쯤 이었으니 두살 터울 언니랑 그 어린 애들은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얘긴 들었지만 뭐라 위로 해 줄 말도 딱히 없고 .....

 

그러다 그날 저녁 동네 산책을 하던 중에 그 형님을 만났어요.

 

동네 선술집에서 깡 소주를 드시고 계시더군요.

 

사람 아주 배려 버렸더라구요.

 

원래 깡 마른 사람이 이건 살아 있는 좀비 였어요...ㅠㅠ

 

그 분위기가 말 할수 없이 무거워서 뭐라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 형이 내일 시골 처갓집에서 형수님 진혼굿을 할거라고 하더군요.

 

충북의 어느 시골 이었는데 애들 데리고 운전 하고 가다간 일가 몰살이라도 될거 같았죠.

 

장례에 참석도 못해 미안 했던 레떼는 그럼 같이 가자고 내가 운전 하겠다고

 

먼저 나섰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찍 길을 나서 그 집에 도착 했어요.

 

굿 준비로 분주 하고 친척 친지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 까지 100명은 족히 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진혼굿이 원래 한이 많을 처녀 총각이나 안 좋게 돌아 가신 분들 혼을 달래려 하는 굿 이랍니다.

 

이렇게 굿이 시작 되었지요.

 

그리고 무속인이 넋대를 들고 넋대를 잡을 사람을 고르더라구요.

 

넋대는 신장대랑 같이 대나무나 참나무 가지를 사용 하여 한다는데

 

둘의 의미는 전혀 다르 다네요.

 

신장대는 무속인이 자신에게 내려 오는 신과 교통 할때 쓰는 거고

 

넋대는 무속인이 부른 귀신이 왔음을 주관자에게 보여 주기 위한 도구 래요

 

물에 빠져 죽은 혼을 건질 때 쓰는 대나무도 넋대라 부른다고 해요.

 

그렇게 무속인이 한사람 한 사람 앞을 넋대를 들고 지나다가 남편인 그 형님께

 

넋대를 잡게 시켰습니다.

 

그리고 굿을 이어 나가는데................

 

굿을 하고 있던 도중에 바람이 쏴!!~~~~하고 불더라구요.

 

그 집 뒤가 대밭 이었는데 정말 그 소리가 음산 했어요.

 

그러더니 형이 잡고 있던 넋대가 떨리기 시작 했죠.

 

넋대가 서서히 떨리더니 점점 결렬하게 떨리는 거예요.

 

그 형님이 일부러 떠는 건 아니 였어요.

 

그 형님도 무척 당혹 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게 딱 봐도 표가 났거든요.

 

그러더니 한순간 넋대가 확 휘더라구요.

 

꼭 낚싯대에 고기 걸렸을 때 모양 으로요.

 

그러고는 나중 그 형님 말로는 알수 없는 힘에 이끌려 넋대가 가는데로

 

따라 다녔다고 하더라구요.

 

그 넋대는 평소 형수님이 다니셨던 동선을 따라 부엌도 갔다가 방에도 갔다가 그러더군요.

 

그거야 그 형님이 처갓집 이다 보니 형수님의 평소 행동과 장소를 알아

 

무의식 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할수도 있지만,

 

그렇게 돌던 넋대가 모인 친척 친지들 앞에서 한명 한명 멈추거나

 

꼭 쓰다듬듯 하며 지나다가 친족이 아닌데 유난히 오랫동안 멈춰서서 쓰다듬은

 

사람이 두명이 있었어요.

 

그 형님도 그날 처음 본 사람들 이라던데 그 넋대가 그런 행동을 하자

 

두 사람이 목 놓아 울었지요.

 

놀랍게도 한 사람은 어린 시절 같이 컸는데 이민을 가서 그뒤 한번도 못 본 사촌 이었고

 

한 사람은 어린 시절을 같이 한 동무인데 사정이 있어 결혼 때도 못오고

 

죽을때 까지 한번도 못 봤지만 형수님껜 특별했던 사람이라 더군요.

 

아무튼 그날 본 기억은 상당히 강렬 했어요.

 

그 뒤 십년쯤 후 한번 형님께 전화가 와서 오늘이 형수님 제사날 인데

 

와서 밥이나 먹고 가라고 하시 더군요.

 

알고 보니 그 전 까지는 제사 음식을 형님의 형수님이 준비 해 주셨는데

 

그 해 부터는 딸들이 손수 장만 하기로 했다는 나름 의미 있는 날이 었죠.

 

애들도 이제 다 성인이 되고 했으니,

 

걱정 마시고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고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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