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살이 넘도록 가위에 눌려본적이 없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나 공포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찾아보면서도
도대체 왜 난 가위도 귀신도 보이지 않는걸까? 하며
실제론 귀신같은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21살이되고 주위에 친구들이 하나 둘 입대를 했고 저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입대를 했습니다.
가장 더울 시기에 입대를 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하필 자대배치를 받고 부대에 갔는데 하필이면 배치 다음주에
유격훈련까지 해버려서 2년군생활에 유격2번 혹한기2번을
다 겪었었죠.. 유격 다다음주엔 대대 전술 훈련까지 겹쳐서
시작부터 온갖욕이란 욕은 다먹었던걸로 기억나네요.
그렇게 힘든 이등병시절을 보내고 군번이 풀렸던 관계로
후임이 하나들어오자 쑥쑥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 자폐증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후임이 있었습니다.
눈을 못쳐다보고 말투도 어눌하고 일을 시키면 제대로 하지도
못해서 걸레질이나 단순한 노동만 시켰습니다.
힘쓰는일도 덩치에 안맞게 쓸모가없어서 그 위에 후임들이
저몰래 데려가서 혼을 많이 냈다고 나중에 알려주더군요.
저도 처음엔 다그치다가 포기하고 니 맘대로해라 상태였죠.
포기하기전 한창 갈구던 시기에 제가 드디어 야간 근무조의
조장으로 처음나가던 날이었습니다. 운이좋게도 사수는 친한
맞후임 녀석이었죠. 둘이서 낄낄대며 노가리다 까다가 복귀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사수는 자폐증있는 앞에 나온
후임이었는데요 근무 투입할때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애가 좀 모자라긴해도 훈련때나 사격시엔 에프엠으로 하는
놈이었거든요. 투입전에 할일을 물어보니 제대로 대답도 했죠.
근무 투입시간은 2시쯤인가 3시쯤인가 그랬을겁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비몽사몽으로 준비하고 초소에 올라갔는데
실제로 근무교대 보고나 인수인계등 별 문제없더군요.
보통 간부들이 순찰오는 통로에 망을보게하고 맞후임이랑
노가리를 까기 시작했습니다. 이시간이면 누가 순찰올것도
아니라생각해서 여유있었죠. 아시다시피 우리의 적은 빨갱이
보단 간부들아닙니까..ㅎㅎ 후방부대라 긴장감이 느슨하기도
했구요.
노가리까다가 슬슬 뭐없나 하고 둘러보는데 부사수가 아주
제대로 에프엠포즈로 근무중이 더군요. 의외로 믿을만해서
기특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특한 생각은 저를 수면
유도로 이끌었고 졸기 시작했습니다. 졸다가 제가 졸았다는
사실에 깜짝놀라며 깨었습니다. 깨고나서 많이 당황했는데
정신차리니 제 앞에 군인하나가 정면을 주시한채로 근무서고
있더라구요. 처음엔 그냥 사람이 있다고 인식만해서 간부가
왔나 싶어서 아 x됐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졸고있으면 사수나 부사수가 간부발견시에 큰소리로 수하를
할것이고 저는 그소리에 깼었겠죠.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럼 간부는 아니고 누구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맞후임은
60사수니까 총이다르고 그럼 부사수앤가? 왜 보초안서고
여기 들어와 있는거야?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몸을 제쪽으로 돌리면서 총구를 저에게 향하는 겁니다.
소름이 쫙끼치면서 움직이려했는데 손가락하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아..이게 가위라는 거구나 깨달았습니다.
오감이 이렇게 리얼할줄은 생각도 못했죠.
총구를 저한테 향한채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가 성인
남자가 아니라 하이톤의 여자 소리로 하하하히히히히히 이런
비슷한 웃음으로 미친여자가 웃듯이 웃는 겁니다.
거기서 부터 너무 무서워서 맞후임이름을 죽어라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딱 깨어났는데 맞후임이 절 부르는 겁니다.
식은땀이 흐르고 진정이된후에 물어봤습니다 니가 깨웠냐고
그러자 후임이 속삭이듯이 제가 자면서 자기 이름을 부르길래
절 깨운거였습니다. 정말 처음 가위눌린거라 굉장히 무서웠고
깨워서 고맙다고 사수에게 말했습니다. 부사수를보니 미동도
안하고 제가 보란곳을 보고있더군요. 그것도 좀 공포였습니다.
여차여차 복귀를하고 다시 활동복입고 취침하려는데 왠지
몸이 무거운게 또 가위가 눌릴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설마 하며 잠을 청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얼마안돼
온몸이 조여드는 느낌과함께 또 가위에 눌렸습니다.
아까 무서운 경험을 한터라 눈을 꼭 감고 가위에서 벗어나려
용쓰는데 관물함위 구석에 뭔가 스르륵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저도 모르게 눈이 떠졌습니다. 소리나는 쪽을보니 머리카락이
길게 빠져나오고 있더라고요. 얼어붙은채 보고있는데 슬슬
움직이다가 잠시 멈추더니 이마경계부근이 살짝보이기
시작하는겁니다. 공포로 얼어서 윽윽거리지도 못하고 숨도
못쉬며 보고있는데 스윽하고 머리가 반쯤 나왔습니다.
창백한얼굴로 쳐다보는데 오금이 다 지리더라구요..
또 숨도 못 쉬고 꺽꺽거리는데 뱀처럼 관물대를타고 슥슥
내려오는 겁니다. 저도 모르게 옆자리 후임을 애타게 불렀는데
화장실 다녀온 후임이 마침 깨워주더라고요..
정말 식겁했죠 처음이라 더 무서웠고 생각보다 생생해서..
첫 가위후 한달인가 두달쯤후에 또 가위에 눌렸습니다.
이번에는 오전작업 끝나고 점심먹고 오후에 일하기 싫어서
근무취짐방에 슬쩍 들어갔습니다. 마침 저희 생활관이라서
셋팅 딱 해놓고 근무취침하는 후임옆에 슬쩍 엎드려 같이 잤죠
막 잠들려하는데 옆에 보일러병 후임과 근취후임에 대화하는게
들리는 겁니다. 별 시덥잖은 잡담이나 하고있네 생각하는데
갑자기 이놈들이 야 이새끼 듣고있나보다 이러는 겁니다.
저는 화가나기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니 선임이 듣고 있음
말을 조심해야하는데 이새끼? 한마디 하려는데 아뿔싸..
몸이 안움직이더군요. 순간 아 얘네 자는거 보고 누운건데
대화할리가 없지.. 싶은겁니다. 또 가위라고 깨닫는 순간
바로 귀옆에서 속삭이듯이 듣고있지? 듣고있지? ㅋㅋㅋㅋ
이러는데 미쳐버릴거 같더군요. 눈 꽉 감고 있는데 총기 가지러
온후임이 깨웠습니다. 스프링처럼 탁 튀면서 일어났는데
후임이 놀라서 누구랑 그렇게 이야기 하냐고 묻더군요.
어안이 벙벙해서 나 자고있었다 하니 누구랑 대화 하는데
옆에 대화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상해서 깨웠다네요..
멍하니 앉아 있는데 깨워준 후임에 행보관님이 찾는다해서
주섬주섬 행정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눈에 딱 들어오는겁니다
네.. 바로 그 자폐있는 후임의 자리에서 자고 있었던겁니다.
소름이 쫙 끼쳤고 행정실에서 행보관님한테 탈탈 털리면서도
그 후임생각만 났습니다.
가끔 그 후임을 보면 그냥 씩웃을때가 있는데 그것도 이제
쏴 하더라고요..
처음에 갈구다가 포기했다고 했었죠? 2번째 가위를 눌리고
포기하게 된겁니다..ㅎㅎ 갈궈도 애가 안변하니 지내는동안
잘해주자고 마음먹은거죠. 그후로 전역할때까지 한번도
가위에 눌리지 않았습니다. 우연이겠지만 당시엔 좀 소름이..
지금은 연락이 다 끊겼는데 그 자페후임이 가장 보고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도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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