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의 경과

액숀천재 작성일 16.04.04 01:52:01
댓글 4조회 5,114추천 3

 

148634495213744.jpg 

 

처음으로 눌린게 13살무렵.

 

자다가 불현듯 눈이 떠졌는데 몸은 전혀 안움직이고 내몸(정확히는 영혼)은 시선이 고정된 벽을 향해 당겨지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지금 여기서 깨어나지 못하면 죽는다는걸 알았으며 그에 따른 공포가 밀려왔고 정말 죽을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간신히 가위를 풀 수 있었다.  

 

그게 가위인지 몰랐던 그때는 정신병인줄 알았다.

아무에게도 말못하고 하루에도 수십,수백차례, 정말 심할땐 일주일동안 제대로 잠든 시간이 불과 하루이틀정도...

아예 잠을 포기한적도 많았다. 피곤한 상태지만 그때 잠들면 열에 여덟은 가위였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깨어날때도 손가락 발가락이 아니라 머리를 움직여야만 했다.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각도로 치자면 적어도 80도 이상)를 순식간에 확 넘어가야만 간신히 깨어날 수 있었다. 79.999999999도도 안됨.

여하를 막론하고 그 이하일때는 다시금 가위에 스르르 빨려들어갔으니까..  

하지만 그 각도를 넘기는게 그렇게 힘들고 어려워 이러다 정말 죽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더럽게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진않았다.

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그것에 대해 못난 내자신과 엮어 분노가 점점 더 커져갔을 뿐.

집이 제일 심했지만 사실 장소를 가리진 않았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눌렸으니까...

 

아무튼 이것도 단계가 있는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게 되어 한동안은 그게 쭉 이어지곤했다.

 

처음엔 눈에 보이는 가위.

흔히들 겪는 사물왜곡.

난 정확한(?) 귀신을 본건 없지만, 옆에 자고 있던 사람이 돌아누워서 씩 웃는다든가 아니면 아는 사람이 개구리처럼 뛰어서 온다든가 하는식의...

 

그 이후엔 엄청난 군중의 중얼거림과 알아들을수 없는 괴상한 목소리들이 괴로움을 주곤했다.

정확히 알아들은적은 단 한번도 없고, 제멋대로 왜곡되고 비틀리곤 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눈만 간신히 움직이는 상황에 엄청난 목소리들의 무게에 의해 점차 아래로 깔려버리는 느낌이랄까... 

 

 

어느정도 또 그게 익숙(?)해지고 난 이후엔 꿈과 이어지는 가위였다.

이땐 주로 돌아가신 할머니가 범인이었다. 

십수년을 악몽 및 가위로 날 그렇게 무섭게 괴롭히던 할머니는 어느날 꿈에 내 자전거 뒤로 쫓아오는걸 "그만 좀 괴롭혀라. 진짜 지겹다"고 악에 받쳐 말하면서 집어던진 이후로는 아주 가끔, 그것도 그리 무섭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할 뿐이었다.

가족들 중엔 고모와 나를 제외하곤 할머니 영혼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없었다.

 

나름 대처한다고 베개밑에 가위를 깔아놓는 방법도 써봤는데, 열에 여덟 아홉은 효과를 봤지만 그 나머지 한둘인 날에는 고통을 몰아서 당했다.

참고로 내게 가위를 깔아놓는 방법을 알려준건 살아생전의 할머니였다.

 

이 이후엔 미친듯한 분노로 이에 대한 항변을 하곤 했다.

욕을 막 쏴대주면 다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감당(?)이 되곤 했기에...

근데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었다.

 

어느날 아침무렵에 난 욕을 하곤 가위에서 풀려났다. 그리고는 내얼굴 앞으로 훅 하고 뜨거운게 느껴졌고, 나를 통과해 사라졌다.

말은 없었지만 그 뜨거움은 악의로 가득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한날엔 욕을 하고 풀려나서 나말곤 아무도 없는 방에 내가 덮었던 이불이 공중으로 확 들려져 뒤짚혀지는걸 봤다.

어느 해 겨울엔 밤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찬 입김을 느끼며 살았던 적도 있다.  

 

혹자들은 수면장애라고도 하는데, 내 경우엔 적어도 두가지 이상의 요소가 겹친것 같다.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중간중간 대처방법을 바꿔보긴 했는데 언젠가 교통사고나서 입원했던 날 꿈에 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거꾸로 따라하던 다른 나를 보고는 그 이후론 그 방법을 쓰지않게 되었다.

 

엄나무가지가 좋다고 해서 묘목을 얻어와 조금 키운 후에 가지를 잘라 머리맡에 두고 잤는데, 깰랑말랑 하는 시점에 모르는 할머니 세분이 내 머리맡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시는걸 보고는 무서워서 가지는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세월이 좀 지난 지금은 다른 방법을 쓰고 있는데, 덕분인지 예전만큼 심하게 눌리지는 않는다.

그렇게 살 안찌던 체질인 내가 몇키로나 불었다면 말 다한거지.

 

 

 

 

 

 

천성적으로 기가 약해 그럴 수 밖에 없다는걸 안다.

죽기전까지는 결코 끝나지 않을 싸움(?)이 될거라는것도 잘 알고 있다.   

 

 

액숀천재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