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A씨와는 벌써 10년 째 알고 있는 사이다.
A씨는 범강장달이의 사내대장부에 술을 몇 말이고 연이어 붓는 호남자였고
거기에다 호탕하고 재미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한 마디로 어디서나 찾는 분위기메이커 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어떤 큰 건물이 들어섰다.
들은 바로는, 한 신흥종교의 집회를 위한 건물이라고 한다.
우리 동네에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 없었기에 헛수고라고 생각했지만
동네의 30% 이상의 사람들이 신흥종교에 빠지게 된 것은 채 2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며칠 째 보이지 않았던 A씨를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의 결과였다.
그는 눈자위 밑에 다크서클이 배여 있었고 뺨은 광대뼈가 보일 정도로 수척해 보였다.
거기다가 무기력함이 온 몸에 밴 듯한 자세가, 마치 내가 알던 A씨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A씨, 대체 무슨...?>
그러나 그는 줄이 끊긴 종이인형처럼 허망한 표정만을 한 채 눈 앞에서 사라졌다.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증발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여자들이 많았다.
그것도 신흥종교집단의 신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종자들의 가족들은 신흥종교집단을 의심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었다.
유가족들은 애가 타고 속마음이 검게 타들어갔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실종자들은 민법에서 정하는 일반실종의 기간을 훌쩍 넘어버렸고,
가정법원은 그들에 대해 사망신고를 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A씨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는 실종 사건 초기부터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로 거론되었으나,
초기 경찰의 소극적인 초동조치와 경찰서장의 나태함 때문에
수사망에서 곳 벗어나 온존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수십 년 간 계속된 무사안일함에 방심하였고,
그의 지인 중 하나가 그의 집에 전시되어 있던 한 실종자의 유퓸을 발견한 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A는 여자들을 납치하고 강간했다고 한다.
30명 넘을 적부터는 일일이 헤어라는 것을 포기했다고.
<어째서 그런 짓을 하셨습니까?>
검사의 심문에 A가 씨익, 웃었다.
<종교의 가르침 때문이었지. 난 계율에 충실했을 뿐이야.>
<아니, 세상에 어떤 종교가 그런 비인륜적인 짓을 강요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A의 얼굴엔 더 큰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사실인 걸. 증거도 있어.>
그리곤 굵으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읖조렸다.
<내게 강간은 평화, 내게 강간은 평화~>
그 얼굴은 어떤 이에게는 수음을 처음 경험한 소년의 황홀한 홍조로도,
어떤 이에게는 악마의 그것과도 흡사하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