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항(이상한 골목)-2

리어켓 작성일 20.01.07 09: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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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정신이 확 돌아온 길수는 현관문을 바라 보았다. 아뿔싸현관문이 밖에서 잠그도록 되어있었다. 왜 이걸 이제야 봤을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현관문을 아무리 두드려 봤지만 어떠한 인기척도 없었다. 인아에게 달려들어 나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며 따져 물었지만 인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길수의 흥분이 차츰 누그러 들자, 인아가 입을 열었다.

 

 

=오빠사실은 저도 여기 갇혔어요…=

 

=…=

 

 

 

 정신이 혼란해진 길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상황 파악부터 하고 있었다.

 

-난 단지 하룻밤 잘 곳을 원했을 뿐인데…-

 

 머리를 감싸고 허탈하게 앉아있는 길수에게 인아가 얘기했다.

 

 

 

=저도 처음엔 서울로 상경해서 막막하던 찰나에 어떤 아주머니가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맨 처음은 하루에 많으면 10만원이나 벌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는 말에 혹해서 들어 왔는데벌써 들어 온지 3주가 다 되어가요그 동안 전화도, 편지도 부모님께 서울 올라왔다고도 연락 한번 못 해봤어요. 당연히 돈도 못 받아봤고요. 보시다시피 문은 밖에서 잠그게 되어있는 구조고, 창문도 반지하면서 옆 건물에 가려서 보이지가 않아요. 맨 처음에는 소리도 쳐보고 집 안 물건들로 두들겨도 봤지만 문은 꿈적도 안하고 소리치면 어떤 남자가 들어와서 패고 협박 받고 있어요. 다시는 나갈 수 없는 곳 이예요 여기는…=

 

=그럼 나 이전에 다른 손님들한텐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요청해 보지 않았어?=

 

=해 보았죠. 혹시 들어오기 전에 아줌마가 요구르트 하나 주시지 않던가요?=

 

 

 

문득 이 방에 들어오기 전 포주한테 받은 요구르트 병이 생각났다. 내일 아침에 먹기로 해서 그냥 주머니에 찔러 넣고 방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 요구르트 속에 뭘 넣었는지 들어오면서 그걸 마신 사람들은 샤워를 하고 나선 어지럽다며 픽픽 쓰러져 잠들어버렸어요. 그리곤, 새벽 3~4시정도 되면 어떤 남자들이 들어와서 그들을 데려갔었어요.=

 

 

 

 요구르트를 그 자리에서 마시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라고 생각 하면서 새벽 3~4시에 어떤 남자들이 들어온다는 말에 다시 한번 놀라 인아에게 물어봤다.

 

 

 

=3~4시에 데려간다고? 잠깐, 그럼 단 한 명도 그걸 안 마신 사람은 없었어?=

 

=있었죠. 새벽 2시정도 되면 저기 보이는 전화기처럼 생긴 인터폰이 울려요. 밖과 유일하게 소통 할 수 있는 것인데 저것 또한 밖에서 걸어야지만 가능 해요. 2시에 어떤 사람이 인터폰으로 요구르트 마셨냐 고만 물어보곤 마셨다고 하면 새벽3~4시에 들어오고 안 마셨다고 하면 아침에 문을 열어주며 어디론가 데려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한번은 어렵게 어렵게 구한 종이에 살려달라고 편지를 써서 손님에게 맡겼는데 돌아온 건 구타뿐 이였죠. 여기서 나가는 대로 전부 몸수색을 당하는 것 같아요. 그리곤 그 남자들의 행방도 어떻게 되는지 모르죠. 여기 왔던 사람들 중 저를 구하러 다시 찾아온다고 해놓고는 돌아오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도 아까 받은 250, 혹은 받은 팁으로 겨우 하루에 빵 한 개, 우유 한 개 저들에게 사달라고 부탁해서 그걸로 겨우 연명하고 있었어요. 그마저도 손님이 없는 날이면 굶는 것이 일수고요.=

 

 

 

 나름 인아 자신이 살기 위해 온수와 수건에 값을 매긴 것에 역정을 낸 것이 미안 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나에 대해서 무엇을 믿고 이 아이가 얘기를 꺼내는 걸까. 혹시 인아가 뿌린 덫이 아닐까도 생각 했지만 방의 분위기와 깡마른 그녀의 몸이 증거가 되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나도 살고 너도 살 수 있을까?=

 

=아마 오빠를 노린 게 그 들고 오신 전대 때문일 수도 있어요. 오빠가 들고 온 그 돈을 뺏으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돈을 노린 것 이라면 이미 들어 오기 전 충분히 뺏고도 남았을 텐데.=

 

=오빠도 보셨듯이 여기 들어오는 길 자체가 미로 같기도 하고 밤에는 그 건달 놈들이 지나다니진 않는 듯 해요. 여기 이 골목에 저 같은 사람이 몇이나 더 있는지도 모르죠. 그 이모가 혼자 뺏기에는 역부족 이였을 꺼 예요. 그리고 만약 뭔가 뺏는 장면을 본다면 여기 들어오던 다른 사람들 모두 도망 갈 테니까 새벽과 아침에 한번씩 다 도는 것 같아요. 아무튼, 저는 예전부터 나름 길에 대한 기억력이 좋아서 맨 처음 들어오는 그 길을 지난 3주동안 까먹지 않으려고 애 썼어요. 그리고 지금도 어떻게 이 미로를 통과하는지도 알고 있고요. 길은 제가 안내할 테니 저를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시겠어요?=

 

=너 뿐만이 아니라 나도 지금 살아 나가야 하는데 당연히 도와야지.=

 

=제가 그 동안 봐온 바로는 새벽에 나가는 게 제일 안전 해 보여요. 아침에는 앞에 서있는 건달들 수가 꽤 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새벽에 오는 건달들은 늘 같은 사람 2명이 들어오곤 했어요. 제 생각엔 그 둘이 제일 막내인 듯 보였어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새벽 2시가 되면 인터폰이 울릴 꺼예요, 그럼 저는 오빠가 그 요구르트를 마셨다고 할께요.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그 둘을 제압하고 도망가야 해요. 가능하시겠어요?=

 

 

 

 자리에 안 맞게 괜한 자부심이 일어난 길수는 군대에서 배운 공수도와 태권도등 아는 무술은 다 끄집어 생각해 내기 바빳다. 머릿속에선 수 만번의 시뮬레이션을 하였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닥치면 가능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하지만 해야 했다 아니 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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