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항(이상한 골목)-完

리어켓 작성일 20.01.07 09: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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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수는 초조하게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상경해서 겪은 일이 이런 일 이라니어쩔 수 없다. 지금은 여기 인아라는 여성과 나, 둘이 도망 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인아도 이번엔 도망 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었다.

 

 

 

=쓸 때 없는 것들은 다 버리고 가. 나가는데 방해만 될끼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한텐 정말 필요한 물건들 이예요.=

 

 

 

 다시 침묵만이 흐르는 방안. 어느덧 12, 1시를 지나 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무렵 인아가 말 한대로 방안에 인터폰이 조그만 소리를 내며 울렸다.

 

 

 

=마셧어요. 지금 자고 있습니다. …=

 

=뭐라 하드노?=

 

=아까 말씀 드린 그대로예요. 이따 데리러 올 테니 준비하라고 하네요…=

 

 

 

이제 실전이다. 길수는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 했다. 전대도 몸에 다시 한번 꼭 밀착 시키고 확인 하였다. 집 안에 무기가 될 물건들을 찾아봤지만 전부 쓸모 없는 것들뿐 이였다.

 

2 40. 후우긴 한숨으로 긴장감을 떨쳐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미쳐버릴 듯한 방안의 공기담배만 연거푸 피워대던 길수는 슬슬 일어난다. 언제 닥칠지 모를 그 놈 들의 역습을 대비하여. 그때였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인아가 외친다.

 

 

 

=지금이야 뛰어!!!=

 

 

 

문이 열리자 마자 길수는 달려들었다. 사정없이 한 놈을 잡아 쥐어 팼다. 옆에 놈이 어버버 하는 사이 그 놈에게도 달려들어 마구 두드려 팼다. 아무리 건달이라지만 갑작스럽고 살기가 가득 찬, 한 사람의 공격에 손 한번 못 써보고 두 명 모두 당해버렸다. 됐다. 탈출 할 수 있다. 인아가 뒤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어서 뛰어 어서!!=

 

=이쪽으로!!=

 

 

 

인아가 지시 하는 방향으로 무작정 뛰었다. 그래도 옆구리는 몇 대 맞았는지 욱씬 거렸다. 여기만 탈출하면 된다. 숨이 차 올랐다. 하지만 무작정 뛰었다. 골목에 골목을 돌아 무작정 뛰고 있다. 인아도 숨이 차는지 속도가 느려졌다. 뒤에서 들려오는 인아의 발소리가 늦어지자 길수는 인아를 부축하며 어서 길을 알려달라고 했다. 뒤에서 얼굴이 피범벅 된 덩치 둘이 씩씩거리며 쫓아 오고 있었다. 인아가 더는 못 달리겠는지 점점 느려지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오빠 미안해요. 잘 들어요!! 이 바로 앞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한번 다음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면 이 골목의 끝이 나와요. 오빠 먼저 도망가요 어서!! 전 도저히 못 움직이겠어요 어서 먼저 도망가요!! 제가 어떻게든 막아 볼께요.=

 

 

 

 오늘 처음 만났지만 같이 살기로 한 정이 남아있는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고 뛰면 될 수도 있었지만 완강히 뿌리치며 인아는 길수가 먼저 가도록 하였다. 인아가 알려준 길대로 맨 처음 골목에서 오른쪽 다음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도는 순간

 

 !

 

-?!-

 

 길수는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고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길수는 머리 뒤쪽으로 뜨끈한 무언가 흐르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ㅅㅂ이기 뭐꼬겨우 서울 왔는데 이기 뭐꼬…-

 

 몸에 힘도 못 주고 간신히 정신만 버티고 있는데 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

 

-저 ㄴ은 도망도 못 가고 여긴 왜 왔나…-

 

 길수는 자기 상황도 상황이지만 인아에게 괜한 미안함과 불쌍함을 느꼇다. 그때, 인아가 길수 뒤에 누군가에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성공 했네? 이번 놈은 꽤 단단해 보여서 놓칠 줄 알았는데. 이모! 어서 약 주세요 빨리!!=

 

=아이고 인아야, 니 증말 약 안 끊을끼가? 인제 구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깡말라서 남자 놈들이 거부 한다니까.=

 

=됐고 어서 약이나 줘요. 망할 주사 자국은 왜 안 없어지는 거야. 저놈 전대 두둑 하던데

 

그걸로 상태 좋은 뽕 좀 얻어봐요. 이것도 급이 있나 봐. 맨날 주는 건 느낌도 없어=

 

 

 

길수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혼자 실소를 터뜨렸다.

 

-제기랄. 어쩐지 서울 올라오고 싶지 않더라니…-

 

길수 뒤에는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쪽도로 빽빽하게 차들이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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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글 쓰다 보니 금방 끝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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