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대학때 알던 형들을 만났습니다. 군 전역하고 처음보는 것이였지요. 2명의 형, 1명의 여자애와 술마시고 놀다가 A라는 여자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학때 제 첫사랑이었지요. 형들중 한명이 제 첫사랑이 A라는것을 알고 장난식으로 놀리는데 또다른 형이 그애 몇일전에 교통사고 크게나서 병원에 누워있다고 그러더군요. 별다른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첫사랑이 A라는걸 알게된 그 형이 지금 연락해보자. 너가 병문안 가봐야지 하면서 전화를 하는겁니다. 그순간 속에 뭔가가 울컥 하더군요. 화나거나 슬픈게 아닌 그냥 울컥하는 느낌.... 군대간 이후 이래저래 생각도했지만 역시 그애랑은 별로 맞지도 않고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거 같다고 스스로 정의내리고 그냥 신경끄고 살았는데 그순간 만큼은 속이 뜨겁더라구요. '아직도 나에게 이런 감정이 남아있나? A가 그렇게 건정되나?'라는 생각도 들고 스스로 짜증이 났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겠지만 A라는 애 이야기를 않할수가 없군요. 그전에 간단한 제 성향을 이야기 하면... "왜 넌 여자 안사귀냐? 네얼굴에(조금쓸만함--) 성격에 매너에 여자를 멀리하는건 게이들 뿐이다" 라는 소리 남자친구든 연자친구든 어떻게든 자주 들었습니다. 저는그저 관심이 적고 별로 마음도 없어서 그런건데 주변인들이 더 난리더군요. 아무튼 그런 부류였습니다. A라는 애하고 본래는 친했습니다. 대학 입학전 학교에 잠깐 갔다다 우연히 마주친후 이상하게 머리에 남는 애였는데 알고보니 같은학년 같은과 같은반에 동갑에다(재수로 들어간 학교였습니다.) 잡방향도 비슷하고.... 그야말로 친할수 밖에 없는 애였지요. 실제로도 매우 가까워서 둘이 사귀는줄 알았다는 소리 여러번듣고 그애 남자친구인줄알고 저를 경계하는 남자들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술이 잔뜩 취해서 밤중에 집에들어가다 그만 전화로 그애한태 마음을 내보이고 말았습니다. 밤에 술취한채 마음을 보이다니... 미쳤지요. 그일이 계기가 된건지 이상하게 그애가 저를 피하더군요. 저와1:1로 있는것을 극도로 피했습니다. 그래서 그당시 같이 어울려놀던 B라는 한살어린 친구와 몇일전 술을 마신 형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더니 B가 도와주겠다며 중간자 역활을 자처했습니다.
그리고 B가 제게 누나가 어떠어떠해서 어떤게 곤란했다고 하더라는둥 그런말을 전해주더군요. 약속잡아줄태니 기다리라는 말도 하구요. 조금도 이상한건 못느꼈지요. 다만, 그전부터 MSN이모콘티들이 화사해지고 옷도 신경쓰고 염색하고 운동하고 멋부리더니.... A와B 둘이 사귄다는 말들을 다들 하더라구요. 속으로는 크게 놀라고 화가났지만 내색은 않했습니다. 하지만 제일 화가나는건 어느누구 앞에서도 CC라고 자랑하던 그들이 나만 자리에 끼면 조용히 눈치보고 상대를 않하더라구요. 그때부터 그들과 멀리 떨어졌고 낮에는 공부 밤에는 알바만 하다가 군대갔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제가 군대간 직후 깨졌다고 그렇더군요. 남자는 자원입대하고 여자는 휴학했다나?
술자리서 같이있던 형이 전화한다고 말하기 전까지 A에대한 생각이나 감정은 다 지워놓고 있었는데 거의 2년만에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네요...
가끔 이렇게 잊을만하면 추억이 떠오르는것도 나쁘진 않내요. 술먹고 꼬장부릴만큼 힘든일도 아니고 그저 지나간 사건의 하나일 뿐 그이상의 의미는 아니니깐요.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단, 약간의 불안정한 감정이 몇일전 술자리 같은 때에 떠오른다는게 조금 불만이지만 그마저도 나쁜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너무 심각하게 몰입해 있으시는 분들이 있을듯해서 그냥 이런경우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찌끄려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