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에 관하여
돈이 언제나 문제다. 돈 때문에 감정을 망치고, 돈 때문에 사람을 버린다. 얼마나 삭막한 세상인가.
정말로 연애하려면 돈이 많아야 할까? 진정 연애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사람은 돈이 많은 남자란 말인가?
눈을 감고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돈이 좋다. 그래서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
헌데 차분히 앉아 생각해보니, 나는 엄밀히 말해 돈을 갖고 난 뒤의 포만감이나 자신감을 더 원하는 것 같았다.
사실 돈 그 자체는 그저 푸르죽죽한 종이 조까리에 불과하다. 헌데 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아무튼 돈이 많으면 편안하다. 그렇다면 감정을 갖기 위해 돈을 번다는 건데, 그 감정이 미리 주어진다면 어떨까?
포만감과 자신감, 편안함이 갖추어졌다면, 그 때도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할까. 나는 이게 정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 때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소위 된장녀와 관련된 글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궁금했던 건 된장녀를 욕하는 사람들이 입은 실제 피해액이 대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었다. 내 후배 중에는 40만원 짜리 안나수이 핸드백까지 선물해 가며 년을 졸졸 쫓아다니는 놈이 있었다. 누가 보나 된장녀인 그년을 좋다고 쫓아다니며 싫다는 내색 한 번도 안하는 내 후배였지만, 그놈이 입은 피해액은 소형차 한 대 정도는 되었으리라.
여기서 중요한 건 금액 자체가 아니라는 거다. 누가 술값을 내고 영화비를 내고 밥을 샀느냐는 중요치 않다. 신기한 건 그렇게나 손해를 입었으면서 그놈은 아직도 년에게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줘 미안하다는 거다. 이 때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여자가 당신의 돈을 얼마나 갈취 하느냐 와는 상관없이, ‘갈취당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여자’가 바로 된장녀라고 놀림을 받는다는 거다. 부끄럽게도, 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날 존중해주고 내가 원하는 걸 줄 줄 아는 여자를 만나면, 나는 그녀에게 한없이 부족하게만 해준 것처럼 느꼈다. 난 그녀가 된장녀가 아니라 생각했다. 허나 내 예금잔고를 비교해 보면, 내가 된장녀라 부른 여자를 만났을 때 보다 그녀에게 훨씬 더 지출을 많이 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고작 술집에서 여자에게 3만원 정도 덤탱이 씌인 것밖에 안되지만, 고년 아주 된장녀였다며 내게 투덜거린 군대 동기가 있었다. 나는 그놈의 한풀이를 들었을 때, 문제가 되었던 건 액수가 아닌 그녀의 태도였다고 확신했다. 아마도 그녀는 ‘이런 건 당연히 남자가 내는거지’ 하는 고자세로 나갔을 게 뻔하다.
내 후배를 홀린 그 지능적인 '안나수이 여자'는 정반대의 케이스다. 된장녀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돈을 '실제로 갈취'한다.
설령 그게 나라도 돈을 갈취당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수많은 금액을 갈취당했을 것이다. 이런 여자는 진정 ‘현명한 된장’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여자에겐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 이런 여자는 남자에게 만족을 줄 줄 아는 여자니까. 그녀가 명품을 좋아한대도 상관없다. 된장녀는 명품을 좋아하느냐 마느냐 와는 상관없다.
여자의 외제차선호, 성형여부, 명품기호 모두 된장녀와의 상관관계가 ‘전혀’없다. 엄밀히 볼때 된장녀의 기준은 그녀의 고자세적이고 시건방진 태도지, 돈 자체가 아니라는 거다. 아무리 검소한 여자라도 날 거지같은 남자로 취급하며 밥값 술값 낼 때 미안한 기색을 단 하나라도 비추지 않는다면, 난 그녀를 된장녀로 낙인찍는다. 돈은 누구나 좋아한다. 문제는 마인드다. 저 클레오파트라부터 최근의 김옥빈까지 예전부터 존재해온 게 여자의 된장 습성이다. 있어온 걸 어떻게 바꾸겠나. 예전부터 있어온 걸 이제 와서야 개념화시켜 마녀사냥하고 욕하는 게 우습지 않은가.
희망적인 사실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도리어 남자가 유리하다는 거다.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면, 여자에게 ‘나 정말 너에게 많이 베푼다’는 이미지만 심어주면 된다는 거다. 정답은 돈 자체가 아닌 자신감, 포만감인거다. 이런 여유로운 자세가 돈이 없어도 여자에게 정말로 돈많고 능력있는 남자다라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여자가 진정 원하는 건 남자의 ‘돈’이나 명품이 아니다! 돈이 많아보이는 ‘느낌’이다. 이렇게 보면 돈 많은 남자들이 된장녀에게 놀아나며 여자 잘 꼬신다는 얘기는 하등 듣지 못하는 게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한 가지 팁은 데이트시 장소를 자주 바꾸는 거다. 계속 장소를 바꾸면 여자는 하루를 만나도 굉장히 오래 만난 것처럼 느끼게 된다. 여자는 시간을 양이 아니라 질적으로 따지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보냈느냐보다 얼마나 다양한 곳을 다녔느냐다.
이 때 비싼 곳은 무작정 피하라. 싼 곳으로 로테이션을 돌리면 된다. 다만, 돈은 당신이 전부 내라. 싼 곳 5군데 돌아다니며 지출한 5만원이 하룻밤 보내려 지출한 모텔비 5만원보다 훨씬 값지다는 걸 알아두라. 이 때 지출이 많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집에 와서 잔고 한번 확인해보라. 얼마 안 된다.
주의할 점은 홍대에서 만났으면 홍대, 강남이면 강남 이렇게 아예 장소를 못 박고 그 안에서만 돌라는 거다. 이리저리 끌고 댕기면 피곤해한다. 최단거리에서 로테이션 돌려라.
두 번째로 돈 없다고 미안해하지 마라. 미안해한다면 당신은 그녀의 카테고리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거다. 돈이 없다 ->여자에게 못 해준다 ->그녀에게 미안하다 ->그녀의 기득권 획득. 이런 사이클이 계속되는 거다. 돈이 없는 게 ‘잘못’은 아니다. 돈이 다 떨어지면 정직하게 말하라.
“나 돈 다 떨어졌어. 이제부턴 너가 리드해야 할 것 같은데ㅎ 돈 있지? 자~ 어디갈까?"
이 때 중요한 건 당신의 몸짓이다. 당신이 돈이 떨어져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든가, 말에 초점이 흐려지거나 더듬거리면 여자는 당신이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아챈다! 그녀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라. 당당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지녀라. 그리고 당신의 돈이 다 떨어졌다는 건 이미 당신이 많이 쐈다는 증거기 때문에, 이 때 지갑을 열지 않을 여자는 별로 없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태도가 항시 오만불손하고 건방지다면 그냥 헤어져라. 그런 여자는 아마 BMW를 사준다 해도 만족 못할 정신질환자다. 혹은, 당신이 당신의 자신 있는 모습과 유머러스함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불만을 그런 식으로 표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둘 중 하나다.
나는 정말로 남들이 말하는 된장녀를 사실 만나본 적이 없다. 내 기억상으로는 내 퍼스낼러티에 만족 못한 여자와 만족한 여자로만 구분될 뿐이다. 데이트 나가기 전에 잠시 거울을 들여다보며 당신의 스타일, 몸짓, 자신감을 한번만 더 재고해보자. 모자란다 싶으면 거기에 투자해보자. 명품 백이 40만원이면 35만원은 당신 헤어스타일과 시계, 신발에 투자하고, 5만원만 그녀에게 지출해보도록 하자. 당신은 여자에게 ‘돈 많이 써준’남자로 기억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