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에서 만난 그녀(2)

오젠장 작성일 08.11.23 23:59:39
댓글 6조회 1,480추천 2

지난번에 같은 글을 아고라에도 올렸었어요.

리플이 100개 정도 달렸는데 한 90%는 욕...;;;

하지만 그래도 추천해주신 분들이 몇분 계셔서 내심 감사했어요 ^^

제 글에 리플이 있길래 보니까 다음편을 올려달라 그래서

오늘 아침에 아고라에 써놓은 글을 퍼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글 올렸던 블루입니다. 나쁜댓글 좋은댓글 다 감사 드려요 ^^

일단 오해의 소지가 있던 부분 먼저 말씀드리자면 제가 날백수는 아니고 현재

작곡가입니다. 하지만 요즘 워낙 음반업계가 불황인지라 요새는 백수마냥 일이 없네요.

그렇다고 그냥 손떼고 놀고 있는 것은 아니구요..ㅠㅠ 재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압구정동에서 만난 그녀는 외국인 친구들을 통해서 말을 붙이게 된 "한국인" 입니다.

외국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하고는 왠지 이질감 느껴 연인 또는 결혼은

상상 조차 안가요 ㅎㅎ;; (그리고 외국인들 사진은 어차피 흐리니 인터넷에 올려도 된답니다)

 

어쨋든 관심 가져주신 분들 다 감사드리고 특히 "한마음"님 감사 합니다 ^^.

 

 

 

 

 

 

 토요일 6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토요일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금요일에는 이런 문자가 왔다.

 

<근데..한국어도 할줄 아세요?>

 

<네 한국말 잘해요 ^^>  라고 대답을 했는데

 

<왠지 어색해요 ^^ 잘 못할거 같아요> 라는 것이었다.

 

이거 왠지 만나기 전부터 이상한 오해가 쌓이기 시작하는 구나..

 

 

금요일에 모처럼 강남역에 가서 좀 젊잖은 자켓을 하나 사고 내일은 뭘 입을까 고민하며

잠을 청하고.. 그리고 설레는 맘으로 토요일 6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토요일이 왜이렇게 더딘 것인지..

일이 손에 안잡히는 것은 당연하고 모처럼 다운받은 만화를 봐도 게임을 해도

시계는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5시 30분.. 아아 늦지 않게 이제 나가야겠구나!! 라고 하는데 갑자기 오는 문자

 

<정말 죄송해요..7시에 보면 안될까요?>

 

휴.....뭔가 아쉽지만 안도되는 이 한숨.. 벌써 출발했으면 큰일날 뻔했네.

 

<네 괜찮아요 ^^>

 

솔직히 이 상황에서 이 말 말고는 어떤 말을 할수가 있을까.

그렇게 기다리다 혹시나 늦을까봐 늦느니 좀 더 일찍 가자 라는 생각에 6시 15분에

집을 나왔다. 운이 좋게도(?) 145번은 순조롭게 와 6시 반에 압구정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음.. 일단 여유롭게 보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해 초X렛 커피 창가에 자리를 잡고

담배를 한대 피며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일이 있어서 나왔는데 담배를 피는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날 못알아보면 어떡하지?'

'그날 어두워서 내 얼굴이 잘 안보여 만나자고 했는데 밝은데서 보고

정색하면 어떡하지?'

'만났는데 내가 재미 없다고 심심해 하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마음은 걱정 투성.. 7시가 다되어 가는데 다시 문자가 온다.

 

<정말 죄송해요 ㅠㅠ 7시 반까지 갈께요>

 

아..

솔직히 난 누가 30분 늦는다 그러면 한국의 복잡한 교통체중 때문에 뭐

흔한일이라 크게 생각 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는 오늘 출근을 한다 했으니

일이 늦게 끝나는 것일수도..

 

하지만.....하지만 ...ㅠㅠ

지금 이 상황에서 30분은 마치 30년 같단 말이다!!!!!!

그래도 만나고 싶은데 어떡하나...우리 나라 남자들의 흔한 거짓말을 해야했다.

 

<네 저도 방금 막 도착했어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요 ^^>

 

아아아아악!!!!!!! 지금 30분째 커피숍에서 사람구경 하고 있으면서

이게 왠 망발이냐....그러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7시 40분이 좀 넘어서였을까... 저쪽 입구에서 또 다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화아악!! 마치 그녀에게 조명이 집중되어 주변이 비교적 어두워져 보이지 않는

마치 무대에 프리마돈나가 등장하는 장면을 연상 시키는 그런 이미지..

 

나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그녀 한곳에만 조명이

집중되어 있었으니....

 

"죄송해요....." 라며...

살짝 웃으며 내 앞에 앉는 그녀에게....

 

"아니에요 ^^ 기다리면서 재밌었어요"

 

......................

이미 내 이성은 안드로메다로 간듯 싶었다. 기다리면서 재밌다니...뭐가???

그냥 괜찮아요도 좋았을텐데 재밌다니 도데체 뭐가.....!?!?

 

"휴..저 담배 하나만 펴도 될까요?"

 

"네 ^^ 여기 라이터가.........?!?!?!?!"

 

담배??????!?!? 어..어라라 이런 기억은 없었는데..

마치 한동안 참았던 사람 처럼 깊게 빨아마시고 후~ 하고 뱉는 그녀.

 

난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외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잠시 한국에 들어오셔서 1주일 동안 같이 계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가 담배 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1주일동안 냄새가 날까봐

피지 못하고 참느라 그렇다는 것이다. 오늘 늦은 것도 부모님을 공항에 마중하고

나오느라 늦었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바라던 동화같은 진행은 아니지만.. 어딘가 담배피는 모습도 매력적이게 보인다..

 

 

 

첫날은 잘 바라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마주 앉아서 보니 더욱 더 이뻐보인다.

시원하게 내려오는 갈색 생머리,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거 같은 크고 깊은 두 눈,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반듯하고 오똑한 코, 아랫입술이 살짝 더 두꺼운 입술

동그란 얼굴에다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살짝 있는 볼살...

 

아아....여신...ㅠㅠ .. 눈을 땔수가 없다.......

 

"저..저기 시간도 늦었는데..그..바밥..먹으러 갈까요?"

 

ㅠㅠ 아아 망했다. 이미 내몸은 후덜덜덜 떨리고 있었고 정신은 뒤죽박죽

가야하는 곳이 마켓오 인지 오마켓인지 기억도 안난다.

 

"그래요 ^^"

 

그렇게 우리는 나와서 길을 걷게 되었다. 아.. 이 뭔가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뿌듯하고

왠지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봐 줄 것 같은 이 느낌..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걷는데 압구정동은 로데오 ㄱ 자 길 말고 안의 골목들은 영 잘 모르는 지라..

인터넷 지도 보고 그렇게 수없이 외웠는데 또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어라? 여기가 아닌가?"

"아..이쪽 길이 아니고 반대 쪽이네요 ^^;"

"아 저 왼..아니 오른쪽으로.."

 

ㅠㅠ..............하나님 제게 힘을.....

하이힐 신고 있는 여자를 오래 끌고 다닌다는 것은 안좋다는 건 나도 안다..

진짜 길치인 내 자신이 이렇게 원망스럽긴 처음...

 

"어디 가시는데요?"

 

"아 마켓오요..."

 

"이쪽으로 가면 되는데요 ^^"

 

...얼마나 무능력해 보일까.. 결국에는 내가 아니라 그녀가 앞장서는 꼴이 되어버렸다.

남자가 딱딱 리드해야 멋있게 보인다던데..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겨우 도착하게 되었다. 계단을 올라가고..내가 이 가계를 고른 이유중

하나는 흡연석이 있다는 것이었다. 웨이터의 안내를 따라 흡연실을 드러가려는데..

 

끙.........왜이렇게 문이 안열리지...?

이때 웨이터의 말

 

"손님 여기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립니다."

 

 

대. 망. 신.

쪽. 팔. 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 그냥 유리문으로 만들던가.. 나무로 만들어서 오색창문 까지 붙여놓고...

자동문이라니..이건 너무하잖아...뒤에서 그녀가 '풋' 이러는 소리가 들렸던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어찌저찌 잘 앉아서 메뉴를 고르고.. 뭔가 말을 해야할거 같은데.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자꾸 얼굴 쳐다보면 눈이 마주치고 그러면 또 피하고...

 

"여기 자주 오시나봐요?" 라는 어색한 대화를 했다.

 

"예전에 동생이랑 자주 오곤 했어요 ^^ 요즘엔 통 못오지만"

 

아..동생이 있구나.. 이런건 캐치..하지만 정말 할 대화가 없다.

식당에선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 좀 정신이 없긴 했지만..

워낙 긴장한 탓에 반도 못 먹고 배가 불러 음식을 남겼더니 양이 참 작다고

놀라는 눈치다. 그렇게 1시간 이 좀 넘었을 시간인가. 시계는 9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술 한잔 하러 갈래요?"

 

오.. 술이라.. 술이 들어가면 이 분위기가 조금 나아지려나..

 

"네 뭐 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흠 뭐가 좋으려나..소주는 좀 그렇고.."

 

"그럼 맥주 드시러 가실래요?"

 

"네 ^^"

 

일단 순조롭다. 식사는 4만원이 안되는 3만 6천원 정도로 나왔고 그녀와 식당을 나와

대화하기 좋게 좀 조용한 곳을 찾아 갔다. 로데오 쪽을 가는 길에 X클TXX 옆에 REDXXX

라는 곳이 조용해 보이고 사람도 없길래 들어갔다.

 

흠..맥주는 평소에 나름 좋아한지라 일가견도 있고..어디보자.

흠 역시 이럴땐 부드러운 호가든 한잔? 만원...그래 뭐 이정도야...

 

"전 호가든 마실께요 ^^ 진씨는 어떤걸로?"

 

"어? 저도 호가든 시키려고 했는데 ^^"

 

와!!!!!!!!!!!!!!!!!! 이게 참 아무것도 아니지만..나에겐 오늘 하루에 있어서 처음으로

왠지 그녀와 통했달까..공감했달까..갑자기 자신감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왠지 신이 나서 호가든이 나오자 그녀의 잔도 병을 열심히 돌리면서 따라줬다.

(호가든은 효모가 있는 맥주라 컵에 따라 마시는 방법이 특이)

 

 

 

 

사실 이때부턴 뭔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통 기억도 안난다.

다만 그녀가 한병을 먹고 배부르다 그래 또 어던 술을 먹을까요 했더니

데낄라 샷을 마시자길래 데낄라를 마시기 시작했단 것은 안다.

 

둘이서 4잔씩 8잔을 마셨을까나? 무슨 시간이 그리 빨리 가는지 시계는 새벽 2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아아....오늘 출근도 하고 왠지 피곤해 보이는 그녀.

좀 취한 것 같다고 말한다.

 

"갈까요 ^^?"

 

난 내가 너무 질질 끄는 그런 모습이 되고싶지 않아서 쿨하게(한척) 얘기했다.

 

"네...오늘은 좀 피곤하네요 ^^"

 

항상 무슨 얘기를 할때 싱긋 웃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는데 가격이..9만 6천원......거진 10만원 돈.

자..잠깐..홍대서 데낄라 마셨을때 이렇게 안 비쌌는데..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에겐 정말 큰돈이다. 후....뭐 다음주엔 다이어트나 해볼까..? 라며 돈을 내려는데

 

"밥은 제가 얻어 먹었으니까 여긴 더치페이해요"

 

라면서 나한테 5만원을 건네주는 그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녀의 머리위엔 금색 원이..그녀의 등에는 하얀 날개가...

그녀의 옷은 순백색으로 빛나고 어디선가 또 나팔소리가.....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천사를.....

 

그녀를 그렇게 택시에 태워줬다.

 

"오늘 즐거웠어요 ^^"

 

그녀가 또 싱긋 웃으며 얘기한다. 아..어쩜 저리 상큼할까 ^^..

 

"저야말로~"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가 마치 꿈처럼 지나간 것 같다.

시간의 흔적은 어디로 갔는지 무슨 얘기를 하며 시간이 흘러갔는지...

몸이 그냥 붕뜬것 같다. 아아......

 

 

 

 

아아.................? 근데 이제 어떡하지...?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할까요.......

 

이미 이렇게 됬는데 "저녁 또 사드릴까요?" 라고 하기도 뻘쭘할 것 같은데..

 

뭔가 자연스럽게 다시 약속을 잡는 방법은 없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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