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에서 만난 그녀(3)

오젠장 작성일 08.11.24 20: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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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일이 전개가 되서....갑작스럽게 글을 또 쓰게 되었네요

 

 

2편의 답글이 달리기도 전에 갑자스러운 일이 생겨서 이렇게 올립니다.

어제 올릴까 했는데 몸도 마음도 피곤한지라.. 오늘 올리게 되네요.

1개의 도움이 되는 조언이 올라오기 위해 99개의 악플이 달려야 한다면

그정도는 달게 받겠습니다 ㅠㅠ

 

어제 사실 글 쓰고 산책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하지 라고 고민할때

갑자기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ㅠㅠ..

 

 

 

 

 

 

원래 가슴이 답답하거나 악상이 안떠오르거나 방에 있기 갑갑할때는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산책하기 좋은 예술의 전당도 있고 반대 쪽으로 좀더 멀리 나가면

한강이 있기 때문에 나름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해서 그 점을 맘껏 누리길 좋아한다.

 

어제 아고라에 글을 올리고 산책을 하러 밖에 나왔을 때 였다.

풀린 날씨의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는데 평소에 울리지도 않는 전화기에서 문자가 왔다.

 

<일요일인데 뭐하세요?>

 

응?...어????? 

난 내 눈의 의심하고 몇번씩 다시 봤다. 이건 틀림없는 그녀의 번호다.

어쩌지..??? 한가하다고 하면 왕따처럼 보이려나? 혹시 오늘 보자는 건가..?

 

<그냥 날씨가 좋아서 예술의 전당에서 산책이나 하려구요 ^^>

 

그래.. 쓸대 없는 거짓말 해서 뭐하나......그냥 이럴땐 솔직한게 장땡인듯 싶다.

 

<혹시 길동무 필요하지 않으세요?>

 

....................

자..잠깐.. 뭐지 이 전개는???

아직 어제 먹은 술이 덜깼나?? 꿈인가????????

지금 이거 나한테 먼저 만나자고 하는거 맞나???????????????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뭔가 현실감이 없는 전개다.

 

<네..^^ 있으면 저야 좋죠>

 

이 상황에서 너무나 뻔한 문자의 정석 54쪽 두번째 문단 response에 관한

뻔하고 뻔한 대답. 날 욕해도 좋지만.. 이럴때 더 좋은 대답을 가지신 분은 조언을

부탁드린다.........

 

<저 그럼 잠시 일보러 나왔는데 예술의 전당으로 갈께요. 주차장 있나요?>

 

음??? 운전도 하는구나. 워낙에 주변에 운전하는 여자들을 몰라서 그런지

왠지 굉장히 생소하다.

 

<네. 유료 주차장 말고 위로 올라가면 대X사라는 절 앞에 주차하면 돼요>

 

난 돈 아끼는 거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한다. 100원 더 아낄수 있는 모든 방법은...

가만.. 이거 쪼잔하고 소심해 보이는거 아냐;; 괜히 얘기했나.....

아....담배....담배가 필요하다....

 

 

 

 

원래 산책할때는 담배를 피지 않는 주의지만 오늘은 담배가 절실했다.

 

 

한 30분을 돌아다녔을까....헉.. 예술의 전당 주변에는 담배 파는 곳이 없다.

내가 이상한 곳만 돌아다녔는지 몰라도.. 정말 슈퍼는 문 다 닫고..

그 안의 매점들은 언젠가 부터 예전(예술의전당)안에는 전구역 금연이라고

팔지 않는다 했다. 그녀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멀리 갈수도 없고..속만 탄다.

 

 

 

 

 

<<<뚜와우아웅~~~따라라라~>>>

이..이건??????!!!!!!

그녀의 벨소리로 지정해 놓은 라운지 풍의 재즈 곡........

처음으로 걸려온 그녀의 전화다!!!!!!!!!!!!!!!!!!!

 

음 아 흠 흠 아 아 큼큼...

 

아 오늘 따라 왜이렇게 목이 이상하지. 아 기침 나올거 같아. 어떡하지

목은 또 왜이렇게 걸걸 한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여보세요...?"

 

발신자 이름이 다 뜨는 이 시절에 여보세요 참 오랫만에 해본다.

 

"네~ 저 예술의 전당 거의 다 왔는데요.. 주차장은 어느 쪽으로 가면 되요?"

 

"아...아 예술의 전당을..음.. 오른쪽에 두시고 오다보면 제..제가 길에 서 있을께요."

 

"예-쓰. 글루 갈께요~"

 

ㅎㅎ "쓰"에 강세를 주는 귀여운 발음까지...^^..

............

가만.....

우리 방금 한국어로 대화했잖아!!!!!!!!!!!!!!!!

아...지난번에 한국말 잘 못하시는 것 같다 그랬을때 부정도 안했는데..

나도 모르게 여보세요가 나와 버렸네.......아..ㅠ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는건가...

 

 

 

 

얼마를 기다렸을까.. 까만 차 한대가 내 앞에서 속력을 줄이더니 멈추고

창문을 내리는 것이다. 까맣게 태닝된 창문뒤로 보이는 그녀의 크고 깊은 두 눈...

아름 다운 그녀의 얼굴과 너무 잘 어울리는 그녀의 까만 차...

그것은 내가 항상 갖고 싶던....

122752765877326.jpg

(사진은 메가오토 펌)

 

 

 

폭스바겐 골프 GTi!!!!!!!!!!!!!!! 헉...내가 이차를 타보는 일이 내 인생에 생기는 구나..

 

차에 타자 이 몸을 감싸주는 버켓시트...내 주변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인대쉬 네비..

300km/h 까지 써있는 계기판...말로만 듣던 DSG 까지.....

 

"많이 기다렸죠?"

 

앗차.. 내가 지금 촌놈이 한양 구경온듯 이러고 있으면 안되지...

 

"아..아뇨 뭐 산책하고 있었는데요 ^^"

 

"생각보다 한국말 잘하시네요.."

 

"네 뭐 저..저도 한국인인데요;;; 문자로도 잘한다고...."

 

아아..자꾸 쓸대없이 말만 주저리 주저리..뭔 소리 하는 것이냐 나는..

후..이렇게 보니까 세미 정장을 입고 골프 GTi 를 운전하는 그녀의 모습......

왠지 굉장히 잘 어울린달까.. 한폭의 그림 같다. 마치 자동차 CF를 보는 듯..

 

뭐 처음 만났을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한층 더 클래스가 높아 보인달까..

나도 돈과 사회적 위치로 사람을 판단하고 그러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이 알수없는 위화감이랄까...........너무 고급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비교되는 내 모습...

 

근데...

 

운전은 왜이렇게 난폭한 거야 ㅠㅠ!!!!!!!

 

경사가 40도 가까이 되는 쫍아 터지고 옆에 사람들이

지나가는 이 산길을 급정거와 급발진으로 열심히 오르고 있는 그녀.....

사실 잘은 모르지만 백미러에 사람들 팔꿈치가 부딛힌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ㅠㅠ

옆좌석에 앉아서 발에 힘이 쫙쫙 들어가는 나........

 

 

 

 

 

 

휴........드디어 올라와서 후진을 급발진으로 돌진해 주차하는 그녀의 차에서 내렸다.

 

"제가 운전을 잘 못해서요 ^^"

 

아.... 예..... 그러시겠죠. 난 무슨 카레이서 옆에 앉았던 기분이라구요.....라는 생각을 하며

 

"아뇨 잘하시던데요 ^^"

 

라고 대답하는 나였다.

 

 

차를 봐서 그런걸까? 오늘은 오히려 어제보다 뭔가 훨씬 더 분위기가 불편하고

더 위화감이 느껴진다. 하이힐로 열심히 예술의 전당까지 내려온 그녀.

 

"혹시 담배 있어요?"

 

"저 없는데요..여기 주변에 안팔더라구요.."

 

"아.........차 안에 놓고 왔는데...."

 

ㅠㅠ.. 아 잘보일수 있는 기회였는데... 하필 이럴때 담배가 없고....

 

우리는 한 1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큰 대화 없이 산책을 했다. 예술의 전당에 한번도

와본적이 없다는 그녀를 위해 건물 이름등을 설명하다 아래 디자인 샵이 보여 그쪽으로 갔다.

 

창밖에 진열되어 있는 램프들을 보더니

 

"아 나도 학교다닐때 저런거 디자인 해야 했는데" 라며 들어가 보자고 한다.

 

나는 뭐 이거 뭐가 뭔지..안에 있는 장식품들은 내가 보기엔 그냥 애물단지...

왠 손바닥 만한 재밌게 생긴 의자들이 있어 유심히 보다가

 

"ㅎㅎ 이런건 누가 살까요?" 라고 하자

 

"이 의자들은 디자인 올림픽때 출전해 수상한 유명한 의자들이에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자. 가만히 있으면 50점이라도 간다. 아아 오늘은 왠지 가시방석..

하지만 하나 하나 굉장히 유심히 관찰하는 그녀. 그녀의 말로는 K대에서 디자인

전공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이런 저런 디자인에 대해 알수 없는 말을 듣다가 다시 나왔다.

 

 

 

 

 

"살~짝 추워지는 것 같은데 어디 갈까요? ^^"

 

또 싱긋 웃는 그녀.

 

"네^^ 어디든지...요.."

 

다시 차 앞으로 올라갔는데 갑자기 그녀가 차키를 나한테 내민다.

 

"여기 내려가는 거 잘 못할거 같은데 대신 운전해 주세요"

 

내 손안에 놓여진 골프 GTi 키..

내 손안에 놓여진 골프 GTi 키..

내 손안에 놓여진 골프 GTi 키..

내 손안에 놓여진 골프 GTi 키..!!!!!!

 

바들바들바들...그래 운전 해보고 싶다고 꿈속에서 까지 생각했지만..

그녀 옆에서 하면 왠지 긴장되서...아아 사고나진 않겠지 설마설마 ㅠㅠ

 

"괜찮겠어요?"

 

사실 보험이 가입이 되지 않은 남의 차를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 그녀에게 피해가 갈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물어봤다.

 

"네 ^^"

 

.......저 미소 때문에 내가 거절을 못한다.

일단 시동 키고...........오오 조용하다!! 라이트..라이트....음...ㅠㅠ어딨지...

 

"라이트는 저 옆에 돌리면 되요"

 

돌리고...자 이제 기어..기어....끙끙 왜 안 움직여 ㅠㅠ

 

"여기 누르고 당겨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어제 부터 왜 이런 모습만..

아냐..그래도 운전이라도 잘하자.

 

사실 예전에 부모님이 10년만에 차를 바꾸시면서 나한테 물려주신 96년식 쏘3를

조금 몰고 다녔었다. 하지만 오르는 기름값과 기타등등 유지비가 너무 힘들어

차를 팔고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니는데.. 한 8개월 만에 운전 해보는 듯 싶다.

 

 

 

 

왠지 오랫만이라 그런지 운전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게 됬다.

그녀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골프 GTi를 운전하게 될 기회..내 인생에서

몇번이나 있을까..신나게 한남대교를 건너고 명동쪽을 둘러 다시 강남쪽으로 왔다.

 

"차가 참 좋네요 ^^"

 

"이 거 돈 아끼려고 연비효율이랑 차값 싼걸로 엄청 고민해서 고른 거 에요 ^^"

 

아...이 엄청 위화감 느껴지는 멘트. 우리 부모님이 10년만에 바꾼 차 보다 비싼차를

가지고 차값이 싸단다............

혹시 내가 강남 산다고 날 엄청 부자로 착각하는 거 아냐....?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어쩌지..한없이 드라이브만 할수도 없고...

아. 예전에 잠원동 한강공원쪽 리버X티 쪽에 운전 연습을 하던 곳이 생각이 났다.

 

난 학원 갈 돈 아끼려고 일요일 아침 한강공원 주차장에서 실기 연습을 하고

경찰서에서 시험만 봤던지라.. 거기 예식장 옆에 커피숍을 본 기억이 있다.

 

"한강쪽에 따듯한거 마시러 갈래요?"

 

"네 ^^ 좋아요"

 

 

 

 

그렇게 우린 일X 커피숍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담배와 함께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부모님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고 동생은 미국에 있고 자신은

대학교를 위해 한국에 와서 졸업후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왠지 비교되는 것 같은 나는 나에 대한 얘기들을 최대한 자제했다.

사실 그냥 이곳에 앉아서 얼굴을 바라볼수 있다는 것과 그녀에 대해 더 알게 된다는 것

난 그것 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내일 출근 해야 하는데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네 이제 슬슬 가야죠 ^^"

 

이제 헤어질때..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배려해줘야..........

 

"집에 제가 데려다 드릴꼐요"

 

"정말요? 그러셔도 괜찮아요??"

 

"네 ^^"

 

굿무브!!!! 이걸로 적어도 그녀가 어디 사는지 알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차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테헤란로 중간에 위치한

오피스텔....

 

3~4룸은 되어 보이는 크기의 적어도 월세 200은 나오는 듯한 오피스텔 주차장

으로 들어갔다. 아아..우리 집 만한 곳에 혼자 사는 구나 그녀는.....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요^^"

 

"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

 

 

 

그렇게 집으로 오게 되었는데..

어제만해도 뭔가 희망이 보이던 것이 내가 오히려 절망적이 된듯 하다..

이 위화감..이 차이..

처음으로 무언가 노력해서 극복이 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렇게 못살지도 잘살지도 않지만 우리 집안의 경제사정 때문에

어디가서 주눅들거나 챙피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내가 그렇게 잘생기거나 능력이 있지도 않지만 내가 그렇게

못난 놈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다.

 

하지만 정말 이번엔 뭔가.. 역시 나와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인 것인가..하는 느낌이....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런 질문이 아닙니다 ㅠㅠ

 

인생 또는 경험의 선배로서 조언 좀 해주세요..

 

진짜 이대로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될까요..? 오르지 못한 산을 바라보는 것인가요?

 

정말 사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 끼리 이루어 지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 한 것인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계급차이 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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