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재구성
지난주에 한 분이 내게 쪽지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요약하자면 강의 시간에 정말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데, 이 여자에게 거절당하지 않도록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워낙 상황이 긴박해보였던 터라 나는 이례적으로 정성들여 답변을 했다.
나는 그분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몇 가지 접근법과 대처법, 멘트, 그리고 향후 계획까지 적어드렸던 것 같다. 얼마 후 답장이 왔는데, 예상대로 너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내가 쓰는 모든 글에 추천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크게 한 턱 쏘겠다 하셨던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연락은 없다.
늦게나마 나는 이 자리를 빌어 그분께 사과한다.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사실 내가 정말 하고자 했던 말은 따로 있었다. 다만 나는 그가 기대하는 답변을 했을 뿐이다. 그래서 만족을 얻어내기는 했다. 허나 그에게 정녕 필요한 건 일종의 ‘불편한 진실’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이런 쪽지들을 수없이 많이 받고 있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항상 외부에 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전에 외부의 상황부터 바꾸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진다는 건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기 싫어한다. 허나 내 경험으로는 외부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일단 나 자신부터 문제가 없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건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항시 초점을 외부로 돌려버린다.
당신은 거절당하지 않는 법 보다 거절당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얻도록 해야 한다. 그녀가 당신을 거절하기 전에, 당신이 거절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게 훨씬 옳은 자세다. 허나 만약 이런 답변을 보냈다면 그분은 아마 발끈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이기에 불편하고, 불편하기에 진실에 가깝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싶었다. 허나 가끔씩 해답은 자기만의 세계를 벗어난 곳에 있다.
그는 보통 사람처럼 외적인 결과가 자신을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들 거라 믿고 있었다. 그에게 거절은 고통이요, 허락은 쾌감이다. 허나 만약 그에게 거절이 더 이상 거절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래도 고민이 그렇게 절실해질까?
거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 거절을 받아들이는 당신의 태도를 바꾸는 건 가능하다. 외부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자신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당신에게 더 이상 거절이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여자에게 거절당해도 아무렇지 않다면, 작업이 놀라우리만치 능숙해진다. 실제로 당신은 능숙한 작업꾼이 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하는 건, 통계적인 수치와는 ‘전혀’상관 없다는 거다. 실제로 몇 백 명의 여자와 자 보았다 하더라도 거절에 익숙하지 못하면 그는 늘 자신을 찌질이로 여길 뿐이다. 허나 비록 몇 명 사귀어보지 못했지만 거절에 익숙하다면, 그는 자신을 대단한 픽업아티스트로 여길 것이다.
마음이 가볍다면 정말로 작업에 익숙해질 거다. 물론 실제론 당신의 작업성과가 저조할수도 있다. 허나 당신의 마음은 통계를 무시한다. 백 번 거절당해도 당신은 단 한 번도 거절당한 적 없다고 말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이런 마음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통계적인 성공률도 결국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백 번 거절당해도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으니 더더욱 많이 접근할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여자는 더 많아진다. 선순환은 선순환을 부른다.
물론 당신은 이런 착각속에 살고싶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며 자신을 기만하긴 싫다고 할수도 있다.
허나 항시 우리는 착각속에 살고있다. 저 여자가 내게 반하면 좋겠다는 착각속에 살고있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좀 더 당신에게 유리한 착각속에 사는 것이 어떤가.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을 기만하며 살고있다. 물론 이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접근은 항시 마음을 가벼이 해야 한다. 그게 당신의 건강에 이롭고, 앞으로의 작업에도 도움이 될뿐더러, 여유가 함께하기에 현재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여유로운 당신의 자세는 우두머리 수컷의 자세다.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싫어할 여자는 없다. 거절에 연연하지 않을 때 당신은 자연스러워진다. 자연스러울수록 당신 본연의 개성이 마구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게 매력이 된다.
작업스킬은 그 다음부터 익혀도 절대 늦지 않다. 당신은 먼저 당신의 마인드부터 다잡아야 한다. 한 번의 거절에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휘청거리는 빈약한 마인드를 가진 남자에겐 아무리 스킬이 화려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시중 연애서적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음악을 들려주기 전에 악보부터 보여주고 있는 격이다. 스킬을 익히기 전에 기본부터 익혀라.
마인드를 기르는 데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단지 당신이 하는 모든 시도가 다음번을 위한 초석일 뿐이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 없이 많은 거절을 당해보는 것 뿐이다. 거절을 거절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자세는 일반적인 남자의 시각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자세다. 당신은 그래서 보통 남자들의 정신세계에서 약간 벗어난 이상한 녀석이 될 필요가 있다. 한 편에선 그들과 공감대를 이루기 어려워지겠지만, 한 편으로는 당신 곁엔 여자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