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껏 사랑하고 난 뒤 이별한 후에 새 여자를 만나는 과정이 부담스럽다고
느껴 보신 분들 없으신가요?
에 그러니까......
어떻게 여자를 알게 됐어도 이 여자랑 관계가 깊어지기 전에
해야 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들.
좋은 모습만 보여 줘야 되고
말도 골라야 되고(장난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 고민하고 밀당하고
약속이라도 잡으면 그 약속 전후로 무료하게 있지 않게
할 일이라든가 갈 곳이라든가 생각해야 하고...
저것들 외에도 정신적으로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몹시도 많죠.
남자가 먼저 좋아했을 경우에는 훨씬 더 머리 빠지게 고민해야 하고
그러다 여기 SOS게시판에 글도 남길 만큼 복잡하고.....
전에 만나던 여자랑 그 힘든 과정을 다 거쳐서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어색하지 않고
내가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있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지 않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위로하거나 격려받기도 하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안으면 마주 안아오고
상대방의 약한 점도 알게 되고 힘든 것도 알게 되고..
살아온 길을 알게 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힘든 사건이 찾아오면 같이 힘들기도 하고....
암튼 그렇게 됐었는데 누군가를 다시 만나려면 또 오랜 시간
가면을 쓰고 눈가리고 아웅할 걸 생각하니 지레 피곤해져서-_-.......
어떻게 알게 된 여자들이 첨에 관심을 가져 주면 그런 수많은 정신적 과정을
거쳐가는 게 머릿속에 그려져서 먼저 태도를 뒤로 슥 빼니
첨엔 관심 주던 애들도 얼마 안 가 흥미를 잃은 듯 멀어지더군요.
벌써 몇 명째인지 원....
얼마 전엔 친구의 친구들이라는 여자들과 다같이 술한잔 하게 됐었는데
여자들 앞에서 말 터는 게 피곤해져서 친근하게 구는 거 한 발짝 빼고 대했더니
숫기 없고 A형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네요-_-; 으음......
사실 시기적으로 외롭고 힘들긴 한데,
어차피 만나 봐야 힘들다고 한마디도 못하고(지나가는 말로야 할 수 있겠지만)
딱히 중요하지도 않은 뻘소리 해 가며 관심 묶어둘 행동을 하고 있어야 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걍 남자인 친구한테나 연락을 하는 게 편하더군요.
물론 머리로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누구도 옆에 있도록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그런 과정이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운 길처럼 느껴지는군요.
그 과정을 밟는 제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피로하달까-ㅅ-?
혹시 이런 상태 돼 보신 적 있나요? 옛날엔 딱히 헤어졌다고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 만나는 게
부담스럽고 피로한 적은 없었는데 이상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