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진심을 강요하지 말지어다

좋은느낌이다 작성일 14.05.13 19: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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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글 하나 썼다고 감사하게도

쪽지도 보내주시고 고민을 여쭈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군요.



방금도 새로 온 쪽지를 읽다 하나 생각이 나서 다 아는 이야기를 하나 써보려 합니다.



가끔 연애에 능숙하지 못한 남자, 간혹 여자분들도 마찬가지로

어떤 이성을 좋아하게 되어 가슴앓이 하면서 나름대로 관심을 보이다가

상대방이 막상 그 관심에 응해주지 않거나 다른 이성과 만나버리면 



왜 내 진심을 그렇게 몰라주나!

나는 저기 바람둥이 새끼들하고는 달리 그녀(혹은 그) 하나만 바라보고

잘할 수 있는데. 

난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진심인데.

그걸 몰라주다니 바보다. 그렇게 돈이 좋나? 




이런 생각으로 낙담을 하고, 상대방에게 분노까지 합니다. 



답답하죠. 자신은 그렇게나 진심이거늘 상대는 그것도 몰라주고

내게 쌀쌀맞고, 저기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 놈팽이랑은 히히덕거리고.



그리고 또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 또 같은 식으로 관심을 보이고

'진심은 통하게 돼 있어!' 라는 친구의 조언에 그냥 또 난 진심이니까~

하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하다 관계는 끝나고 말이죠.



아, 어쩌다 그렇게 연애 시작에 성공하게 된다 해도 

이상하게 자신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진심을 다해 사랑하려고 했는데

상대 쪽에서 뭔가 스믈스믈 이상한 기운을 풍기더니 



'미안.. 오빠한테서 연애 감정이 잘 안 생겨. 

만나다 보면 생길 줄 알았는데 아니야.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만날 거야.'



라는 카톡이 옵니다 ㅠㅠ




나쁜 년..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데.





자... 길어지면 지루하니까 여기서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당신만 진심이 아닙니다.


너, 나, 우리 모두 다 진심이에요.



우리 모두는 자신의 진심대로 삽니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여자한테 찝적대는 수많은 남자들은 진심이 아닐까요?


남자가 예쁜 여자 보면 얘기하고 싶고 손 잡고 싶고, 친해지고 싶고

사귀고 싶고, 더 나아가면 뽀뽀도 하고 싶고, 관계도 가지고 싶고..


그 마음은 뭐 진심이 아닌가요?

나는 그녀의 몸이 목적이 아니라 마음을 얻고 싶으니 걔네보다 진심이라고 표현하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



진심인 건 다~~~~~~~ 마찬가지예요.

내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찝적대는 수많은 남자들도 모두

그 여자랑 잘되고 싶은 마음은 진심입니다.

몸을 원한다 해도 그 몸을 원하는 마음은 진심이죠.



거짓없는. 





진심은 기본이지 무기가 아니에요.




요새는 그래도 좀 잠잠해졌지만 픽업을 생업으로 하는 냥반들도

맨날 입에 달고 사는 소리가 바로 '야, 진심삘이야. 진심삘로 가야 해'




얼마 전에 제가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옆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한 분이 있더군요.

신호등 파란 불이 길지 않은 횡단보도라 조급하지 않을까 해서

파란불이 되었을 때 도와드린다고 말하며 휠체어를 밀어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딴에는 좋은 일한다고 생각하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분은 밀어드리는 즉시 휠체어 바퀴를 꽉 잡고 움직이지 않더군요.


제 도움이 불쾌한지 입을 씨근씨근대고 있었습니다.



저는 달리 다른 의도 없이, 그저 도와드리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에 했던 것이었고,

그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거짓 없는.


근데 그 진심을 거부당하자 그 순간 창피하기도 하고 내 순수한 진심을 

몰라주고 불쾌해하기까지 한 상대에게 화가 나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시 혼자 길을 걸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해 주더군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자신이 진심이라 하여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줄 의무도 없고,

상대방에 따라선 자신의 진심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연애겟 한정 예시를 들자면, 저기 솔이를 지금 그토록 오래 쫓아다니는 

팬더너부리님도 진심이죠. 저렇게 간절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저게 지금 몇 개월쨉니까. 

진심으로 따지자면 솔이라는 여자가 저분 만나줘야 맞는 거 아닌가요.




요 근래 들어선 남자인 저도 여자와 카톡 같은 걸 하다가도

여자가 대화에서 매력도 없고 재미도 없으면 저한테 관심을 보인다 해도

재미없네.. 이 사람과의 대화

하면서 그냥 더 이상 대화를 잇지 않습니다.



하물며.. 당신이 맘에 들어할 여자라면 수많은 남자가 찔러보고 있겠죠.

다들 진심으로요.


그런데 그 수많은 남자 중에서 유독 당신만의 진심을 특별하다는 걸 캐치하여

다른 남자들을 버리고 당신을 선택하길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입니다.



남자들은 자신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울분을 터뜨리는데,



그렇다면 여자가 자신의 감성을 건드리고, 이야기하고 있으면 유쾌한 남자들을

다 떨궈내고 자신의 진심을 독심술처럼 파악하여 당신을 만나야 된다는 이야기인 겁니다.




진심인 것은 이제 당연하고,

그 진심을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상대방이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피식 웃음이라도 지을 수 있게 자신만의 전달 기법, 포장 방식을 고민해야지


진심인데 왜 통하지 않느냐고 울분만 터뜨리고 있으면

몇 번을 되풀이해도 상대방은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 겁니다.


어쩌다 얻어걸려도 연애가 평탄치 않겠죠.



너무 길어지면 재미없으니 오늘은 이만~

이상 모두 다 아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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