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주신 홀XX님 쪽지 양 엄청 방대하군요.미리 답변 감사하단 얘기에 빵 터졌습니다 ㅋㅋ양이 길어 여기 붙여넣기 해서 보다가 그냥 여기다 답변 달게요.보니까 답변이 무지 길어질 것 같아서요.좋은 내용이기도 하고요.
일단 내용을 보면 이미 정신적인 부분에서 여자한테 밀리고 있습니다. 음... 밀린다고 표현하면 또 밀당처럼 밀고 당기고 더 세게 밀고 이런 걸로 알 수 있으니까 정신적인 포지션이 더 낮다고 표현하는 게 더 좋겠군요.
여자가 엄청 예쁘다고 하셨는데, 이미 거기서부터 자신이 상대하기 어려운 여자남자 많으니까 감당하기 어려울 거야 하면서 자신이 쫄리는 걸 상대방에게 원인 전가를 하고 있어요.
멘탈이 쫄리기 시작하면 반드시 행동이든 말투든 눈빛이든 제스쳐에서든조금씩 조금씩 티가 납니다.
여자들은 그걸 귀신같이 캐치해서 본능적으로 이 남자가나한테 흔들리는구나, 아니면 이 남자는 내가 흔들 수 있는 남자가 아니구나하는 걸 느낍니다.
님은 어느 한 부분에서 자신이 행동을 실수해서 여자의 태도가 점점식는다고 생각하시는데(예를 들어 약 갖다 준 거라든가, 카톡이라든가) 그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점점점점 여자가 스스로 님보다 정신적으로우위에 서 있다는 걸 느끼게 된 겁니다.
인간은 간사해서 자신이 위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막대하는 경향이 있게 됩니다. 처음에 여자가 호감을 많이 표시했다고 했는데,그 시기 역시 여자가 님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어요. 간 보는 시기입니다.
간 본다고 표현해서 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님 역시 여자를 간 봤잖아요. 누구든 간을 봐요.
그 간 보는 기간(탐색전)의 시간 동안 이미 위치가 확정되기 시작했다고 해도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넘어가서.. 사실 아프다는 말에 회사까지 약을 사다준 것은 확실히 말해서 조금 과한 친절입니다.서로 관계의 농도와 빈도가 충분히 올라간 상태라면 감동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 님과 그 여자는 거기까지 관계의 농도가 올라간 상태가 아니에요.
엄마가 아들한테 밥 먹으라고 숟가락을 들이밀며 잔소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애정이지만,급식실 아줌마가 학생한테 밥 먹으라고 숟가락 들이밀면 그게 뭔 오지랖이고 부담스러운 행동입니까.
물론 그것도 정신적인 포지션이 서로 동등하다거나, 아니면 님이 그 여자보다더 우위에 있는 상황이었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나,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미 포지션이 여자보다 아래쪽에 있었기 때문에그런 과한 친절은 여성 입장에서 볼 때 '나한테 잘보이려고 그러는구나' 라는 수작이 뻔히 보이죠. 님 역시 그런 마음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을 겁니다.
감정이라는 건 자연스러워야 되는데 감동을 주려고, 자신한테 호감을 갖게 하려는 전략이 뻔히 보이면 그건 더 이상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노출된 전략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선 님의 예상이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자기한테 잘보이려는 다른 남자들과 비슷하게 보였을 가능성이 농후하죠.
자, 그리고 제가 님의 카톡 대화 내용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볼 수 없으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쪽지 내용상으로는 그다지 여성과 즐거운 카톡을 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가볍게 답변할 만한 질문형 톡인데 씹어서 당황했다고 하셨죠?
남자들이 참 어디서 '질문형으로 대화하면 답변이 잘 온다' 라는 내용 하나 줏어듣곤감정 교류 없이 그저 질문식으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카톡만 보내는 경향이 많은데
사연녀처럼 이쁜 애들은 밥 먹었냐는 카톡만 수십개씩 와요.
남자들이야 보내는 입장이니까 모르는데 예쁜 여자는 밥 먹었다는 대답만수십 번 반복하는 겁니다. 답변하다가 몇개는 씹어버리게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죠.
어떻게 보면 그냥 남자들이 오락하다가 재미없으면 '아 이제 그만해야지' 라고 끄는 것처럼별 큰 의미 없는 건데, 님처럼 자존감 약한 남자들은 여자가 카톡 좀 씹으면 '하 씨바.. 어장인가? 나한테 관심이 없나' 하고 혼자 상처받고 접어버리죠.
그리고 후에 여자가 먼저 선톡으로 뭐하냐고 카톡이 왔는데또 혼자 머릿속에 고민이 많아요.
내 카톡은 이틀동안 씹고 전화도 씹었으면서 설명도 안 해?예의가 없네?
이딴 생각을 하고, 대답을 할까말까 하다 회사 사람들이 씹으라고 하셔서씹었다고 하는데, 제가 한마디 할게요. 다시는 그 회사 사람들한테 연애상담하지 마세요.
여자 쪽은 전혀 생각도 안 하는데 본인이 혼자 밀당하면 뭐 합니까? 줄도 상대방이 잡고 당겨야 줄다리기가 되는 거지,상대는 아예 줄을 잡지조차 않고 있는데 혼자 밀고 당기고 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의미 없는 대화 시작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일단 저에게 쪽지주신 홀XX님은 여자랑 남자랑 뇌가 다르다는 걸 명심해주셨으면 하네요. 여자는 님처럼 어제 어떤 대화를 했으니 오늘은 이런 대화를 하는 게 맞고,어제 어떤 식으로 얘길 했으니 이만큼의 이야길 해줘야지~
이런 단계 따위는 없어요.남자는 자꾸 단계를 밟으려고 하는데 여자는 그냥 감정, 기분의 동물입니다. 지금 기분 좋으면 되는 거예요. 때문에 지금 부담스러우면 피하는 거고.
여자가 그렇게 말을 걸었다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지금 그냥 심심한데 대화하자는 거였을 뿐인데 혼자서 거기에 의미를 담고씹니 마니 혼자 계산하고 있으니까 타이밍을 놓치죠.
제가 글을 쓸때마다 강조하는 건데 여자는 머리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레벨이 다르다는 게 아니라 아예 종이 달라요.
머리에 꽃 달고 비오는 날 뛰어다니면서 웃는 광년이의 행동을 분석하려고 드는 인간은 없겠죠?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어차피 남자는 이해 못하니까. 광년이랑 머리 싸움 하려고 하면 그래서 무조건 남자는 지게 돼 있습니다.
오히려 남자도 짐승같이 머리 안 쓰는 애들이 미인을 얻는 경우가 그래서 많은 거예요.
자 그럼 쪽지 내용 중 지금까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됐고, 이제 최선은 뭐냐고 물으셨는데, 본인이 잘 알고 계시더만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하는 거예요.전에 며칠간 연락을 안 했어서 섭섭했다느니 그딴 소리 하지 말고그냥 지금 감정대로 대화하고 말을 해요.왜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는 거 지겹다면서 또 하려고 하나요.
솔직히 말해서 아마 이 여자는 쉽지 않을 거예요.멘탈이 이미 많이 흔들려 있거든요.
그런 점에선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네요 마음을 비울 수 있다는 게. 더 이상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지 말고, 이 여자가 떠나갈까 봐 무서워하지도 말고,내 행동과 말로 이 여자한테서 감정적인 이득을 보려고 하지 말고 이야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