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만나려면 안만나지 왜 만나서 지랄일까요?

좋은느낌이다 작성일 11.09.14 03: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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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동안 연패군요. 크윽 쉬바

열받아서 뻘글 하나 휘갈깁니다.

 

얼마 전 어떤 대규모 모임에 나갔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여자 연락처 몇 명을 받아냈었는데요

 

요 근래 배우는 게 많아져서 시간이 없어 만날 엄두도 못 내다

우연히?? 추석이 돌아와서 오늘까지 사흘간 세 명 만나봤네요.

 

한 명 더 있는데 그건 다음 주로 미뤄뒀고.

 

암튼 그건 그렇다 치고,

 

오늘 만난 애는 스무살짜리 애새끼였습니다.

걍 풋풋한 느낌이 좋아서 연락처를 가져왔는데 그닥 막 땡기는 건 아니라

대충 카톡으로 얘길 하고(전 상당히 맘에 들면 문자를 하고 대충대충 휘갈기고 싶으면 카톡 씁니다)

그랬는데, 솔직히 감이 반반이더군요.

 

그제 만났던 여자애는 문자 썼는데 확실히 만나기 전에 연락처 받을 때부터

반응이 괜찮아서 되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는데(실제로 나쁘지 않았네요 만날 때)

 

오늘 만난 20살 여자애.. 앞으로 통칭 애새끼는 답장은 꼬박꼬박 오는데

카톡 확인하는 시간이라든가 반응이 '아 쉬발 존나 애매하다' 였네요.

 

차라리 '좀 부답스럽네요' 그러면 '오키도키. 잘 지내렴~'

하면 되는데 만나자는 약속은 다 좋다고 그러고 답장도 씹는 건 없고..

 

해서, '하긴 첨에 약간 어색해도 술 한잔 하면서 끌어내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데 정장 치마에 보라빛 셔츠, 갈색머리카락을 올림묶음한 여자가 서 있더군요.

헐 얼굴 느낌이 화요비(느낌이) 같다. 나 화요비 좋아하는데.

말 걸어볼까 말까 고민하는데 지하철이 딱~

아오..

 

근데 멀리서 봤더니 이뻤는데 가까이서 보니 나이가 적어도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

몸은 이쁜데, 아니 얼굴도 예쁘장한데 나이가 들어 보이긴 합니다.

혹시 나보다 확실히 나이 많아 보이는 사람한테도 될라나?

하는 물음이 들더군요. 해서 만약 나랑 같이 내리면 해보자.

제 약속장소가 환승역인데다 약속장소로 많이 쓰이는 곳이라 확률이 없진 않았죠.

그러다 몇 정거장 후에 약속역이라 내리는데, 그 확률이 맞아서 화요비녀도 같이 내리네요.

그녀는 다른 지하철로 환승하려는 듯.

간만의 길거리 말걸기라 솔직히 긴장됐지만 최대한 억누르고 옆쪽으로 걸어가

상태를 보니 이어폰을 끼고 있더군요.

 

그래서 옆으로 걷다가 한 팔을 그녀 앞쪽으로 내밀어 저를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눈이 커지면서 '뭐이 쉬발롬은?' 하는 표정을 짓더군요. 요새 흉흉하니까요 세상이.

 

저는 제 귀를 가리키면서 '끼고 있는 이어폰 빼봐' 하는 제스쳐를 취했고, 빼네요.

멘트야 뭐 딱히 새로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이 평범하게 했네요.  뭐랬더라?

'아까 그쪽 봤는데 알고 지내고 싶어서 말 걸었어요.'

 

했더니 화요비녀가 '아, 네.' 하면서 뒤로 한 걸음 확 빠지고 역내 지도에 등을 기대네요.

그림이 마치 강도에게 위협당한 여자 같은... 아니 이뇬이 누가 잡아먹나.

그래서 아예 저도 한 걸음 뒤로 빠져 줬습니다. 사실 첨에 말 걸때 괜히 가까이 붙어 있는 것보다

좀 빠져 주는 게 여자한테 안심이니까요.

 

'사실 아까 xx역에서 봤는데,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봐 말 안 걸려고 했어요. 근데 우연히 내리는 역도 같은 거예요. 말을 걸으라는 것 같더라고요.'

'아아..' 여기서 좀 웃네요.

'연락처 가르쳐 주세요.'

 

했는데 아, 으음.. 하면서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군요.

간만이라 목소리가 좀 작아지고 긴장빠는 게 느껴졌나 보네요.

하여간 여자들 레이더는 가관이야. 최대한 태연한 척했는데..

여기서 우물거리면 놓치겠다는 삘이 훅 지나가서

'XXX XXX XX XXXX XX XX XXX'

뭐 사실 가릴 만큼 대단한 멘트는 아니고, 걍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차 있어 보이는 멘튼데

제가 맘에 든 멘트라..

 

암튼 하나를 갈겼더니 그제야 얼굴이 좀 부드러워지면서

'아, 네.. 그럼..'

하면서 휴대폰 달라는 손동작을 보이네요. 해서 전 그냥 그쪽 거 달라고 하고

제 번호를 찍어 줬더니

'그런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뭘 벌써 그런 걸 궁금해 하세요. 그런 건 나중에 만나서 얘기해요.'

'저보다 나이 적으신 것 같아서요.'

'괜찮아요. 먹을 만큼 먹었어요^^' (아 쉬발 대가리가 썩었네요. 이딴 위트없는 대사가 처 나오다니)

'네에.'

그 뒤는 뭐 바로 보내면 정없으니까 가볍게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인 거 좀 물어보고

오늘은 나도 약속있으니 다음에 연락하겠다고 헤어졌는데..

오늘은 연락 안했는데 나중에 연락할 때 제대로 응답이 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개인적인 느낌으론 마지막 멘트가 꽤 인상깊게 먹힌 것 같으니 조만간 만날 것 같군요.

 

뭐, 이 부분은 뻘글 쓰는 김에 대부분 다 알고 있는 거겠지만 혹시라도 길에서 말거는 방식

궁금한 분이 있을까 봐 팁 쓰는 기분으로 적은 거고,

 

열받는 건 그 뒤 스무살 애새끼랑 만나서부터입니다.

만났는데 제대로 눈도 안 마주치고 말투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술은 안 먹겠다질 않나.. 아니 그럼 약속장소를 술집 밀집구역으로 잡았을 때 미리 말을 하든가.

예전 모임에서 술 존나 잘 처먹는 거 봤는데 뭔 개지럴을...건강의 이유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님.

 

돌아다니다가 그 지역 답이 안 나와서 얘기나 하자 하는 마음에

그럼 맥주 좀만 시켜서 얘기나 하자 해서 호프 들어가서 주문하려 했더니 자긴 사이다 지랄을 하길래

그럴 거면 아이스크림이나 처먹자 해서 베스킨 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 처물려 주고,

그때부터 아 쉬발 내가 이 애새끼를 왜 만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걍 꺼지라고 하고 집에 갈까 하다가, 나한테 반응 좋은 년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지.

좃같은 반응 하는 년도 마음 열게 만들어야지 싶어서

좀 설득하자 하는 개뻘짓 생각에 난 너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나왔는데 너도 그렇지 않냐 하는 식으로

물었더니, '얘기는 무슨 얘기예요, 그냥 놀러 나온 거지.'

라는 대꾸를 툭 내뱉네요. 목소리 톤이 존나 간지였음.

 

처음 만났을 때 얘기하다 어쩌다 어깨에 손을 잠깐 올렸더니 쳐내면서 '손 내려요~' 개지랄을..

 

부글부글 끓는 거 참자참자 해서 그럼 니년이 술도 못먹고 사이다나 빠는 애새끼니까

그럼 멀티방 가서  wii나 처하자 애새끼야. 마리오 같은 거나 해야지 니 수준에.

라는 내용을 살짝 순화시켜서 말해 멀티방에 갔더니 20분 기다려야 된다더군요.

 

에휴 그냥 기다리자 하고 기다리는 내내 반응이....

 

울컥울컥....

결국 '너 나랑 억지로 있는 것 같고, 나도 그런 상대랑 같이 있는 거 별론데.'

그랬더니 그제야 지가 좀 심했다고 생각됐는지 표정 풀면서 '왜그래요' 하면서 제 다리를 툭 치네요.

'이러고 있어 봤자 서로 별론 것 같아. 나가자'

너 같은 년한테는 멀티방 만사천원도 아까워. 아니 그보다 진짜 아깝긴 하다. 디비디방도 두시간 가격인데

뭘 믿고... 하는 얘기까진 참았지만.

 

그리고 뭐 인사하고 헤어졌네요.

 

아니 이해가 안 되는 게..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면 모를까 전에 뻔히 얼굴도 보고 목소리도 보고

해서 지가 번호 줘 놓고 연락 잘 하고 하다가 막상 만나니까 지랄일까요?

 

맘에 안 들면 첨부터 만나질 말든가 참 젓같은 하루네요.

 

 

아 뭔 뻘글을 이렇게 길게 썼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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