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에 피부 고민때문에 글 올렸던 또리또리야 입니다.
글 하나 하나 읽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고 또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은 한의원에서 약 꾸준히 먹으며, 식단 조절하고 있습니다.
라면, 인스턴트, 술, 커피, 빵 이런 건 절대로 안 먹고 있구요.
주마다 모공청정팩이랑 각질제거 등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얼굴 씻고 나서는 꼭 스킨, 로션 바르고 수분크림 바르구요.
이렇게 하니 확실히 올라오는게 적어졌습니다.
그렇게 관리하는 어느날 갑자기 제일 친한 친구가 내일 볼 수 있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걔는 카사노바입니다. 양다리 세다리 걸치는 그런 녀석인데, 가끔 힘들면 저를 부르는 녀석입니다.
알았다고 하고 나가려는데, 댓글에서 BB크림 추천해주신거 보고 제 여동생한테 화장 좀 부탁했습니다.
원래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호기심에 몇번 발라보고 포기하다가 다시 도전한거죠..
동생이 프라이머, 비비, 컨실러까지 갖고 와서 해주더군요.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친구가 놀라는 겁니다. "도대체 얼굴에다가 무슨 짓을 한거여?"
전 순간 얼굴에 화장한게 너무 티났나 싶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좋아졌어?" 하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랑 얘기하다가 역시 여자얘기가 나왔는데, 장난식으로 외롭다고 하니 걔가 "소개팅해줄까?" 하더군요..
전에는 그렇게 소개팅 해달라고 해도, 좀만 더 기다려봐라.. 이러던 애가 너무나도 쉽게 먼저 소개팅 해준다는 겁니다.-_-
전 장난인줄 알고 알았다고 하고 집에 가니 바로 카톡 날라오더군요.
자기 여친한테 너 좋게 말해놨으니 곧 얘기가 있을거라는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소개팅할 여자라면서 번호를 주더군요.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 진짜할줄은 몰랐거든요.
연락처 받고 5일 정도 카톡이랑 전화하다가 어제 드디어 첫만남을 가졌습니다.
카톡이랑 전화할 때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소개팅녀는 22살이었구요..
25살 먹고 하는 첫 소개팅이라 무척이나 떨렸습니다.
그래서 여자 좀 안다는 친구, 동생, 형들한테 소개팅 팁 같은 걸 많이 물어봤는데, 거의 공통된 점이
맘에 들면 초반에 잡으라는 거더군요. 폭풍 매너를 보이며 호감을 강력하게 보여라 이런 얘기들 이었습니다.
첫날에 손도 잡을 수 있으면 잡으라고도 하구요 ..
약속 장소에서 만났는데, 첫인상은 그냥 그럭저럭 이었습니다.
도착했다고 전화와서 전화를 받고 어디냐고 물으니 뒤에서 툭툭 치대요.
그리고 같이 밥먹으러 가는데 어색한지 혼잣말로 아 웃겨 하면서 실실 웃더군요.
처음하는 소개팅이라 무척 버벅거렸습니다. 의자 빼줘야하나 하고 의자를 살짝 빼니 제가 거기에 앉는 건줄 알았는지
그냥 반대편에 앉더군요. ㅎㅎㅎㅎ 전공, 영화, 주선자 얘기 등등 했습니다.
군대에서 크림스파게티를 즐겨먹어서 까르보나라 시켰더니 무척 느끼하대요 -_- 결국 다 못 먹었습니다.
그리고 카페가서 서로 전 여자친구 남자친구 얘기하다가
(어쩌다 전 여자친구 얘기를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사진 궁금하다고 보여 달라고 해서
친한 친구한테도 안 보여줬다면서 사진 보여줬습니다 -_- 전 여친이랑은 사귄 과정이 좀 특이하고 재밌어서
이땐 소개팅녀 눈이 초롱초롱 해지더군요..)
9시 30분까지 가봐야 한다고 해서 딱 역 열차 들어오고 타는 거 보고 보냈습니다.
(집까지 바래다 드릴께요. 하니 손을 저으며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애프터 신청을 만난 당일 해야한다고 들었는데, 그러진 못했습니다.
그냥 집에가서 카톡으로 추운데 나와서 고생많았다. 다음에 또 보자는 식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니 푹쉬라고 답장 오더군요.
분위기는 뭐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그냥 편한 아는 여동생을 대한 기분이랄까요?
여자쪽은 저를 별로로 느꼈던 거 같습니다. 여자가 갑자기 9시 30분에 가야 한다고 해서 뭔일 있냐고 물으니까,
옆 마을에 사는 친구가 보자고 했다 하더라구요. 원래 못 간다고 했다가 놀래켜 주려고 간다는 걸 보면... 음..
주변 조언대로 좀 적극적으로 나가려 했지만, 어제 멘탈 붕괴 된 일이 있었습니다.
소개팅 하루전날 일하는 알바생들이랑 술을 먹었습니다. 그만 둔 동생녀석이 하나 있는데, 걔가 저를 굉장히 잘 따랐었어요.
걔가 다다음주 군대간다고 보고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걔 보려고 약속잡고 한명 두명 모이다보니 5명이서 저를 제외하고
술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 개자식들이 술이 들어가자, 제 피부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저 형 피부로 암벽을 탈 수 있겠다." "형같은 피부 가지고 어떻게 세상살아요?"
"나도 저 형 처럼 안되게 정말 관리 열심히 해야지" "형. 피부 이쑤시개로 파셨어요?"
"너 여자 못 사겨서 불쌍한데, 너한테 소개팅은 못해주겠다. 왜냐하면 너무 쪽팔려서!"
결국 술의 안주는 제 피부였습니다. 한 두명이 놀리니 전부가 다 제 피부가지고 놀리더라구요.
순간 오랜만에 개빡치더라구요. 하지만 욱하는 거 참았습니다. 술자리에 형이랑 누나 등 윗사람이 있었고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애들이니까요. 분위기 망치는 거 같아서 조용히 입닥쳤습니다.
그리고 나와서 헤어지는데 또 피부가지고 ㅈㄹㅈㄹ하더라구요.
"형은 여자 절대 못 사겨요. 어떻게 이 얼굴로 여자사귀시려고 해요?! 여자가 그 얼굴에다가 뽀뽀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애들 또 깔깔깔 웃어댑니다. "진짜 피부 일부러 이렇게 만들기도 힘들겠다"
참았어야 했는데, 결국 그 자식들 머리채 잡고 확 끌어당겨서 귓가에 대고 얘기했습니다.
"한번만 더 내 피부가지고 ㅈㄹ하면 뺨따구 찢어버린다. 한번 더 지껄여봐. 평생 얼굴 못 들게 만들어줄께"
결국 그렇게 분위기 안 좋게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나서 바로 다음날 소개팅 -_-
동생한테 부탁해서 티 안나게 화장하고 갔습니다만, 어제 그 일 때문에 계속 위축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여자한테 소극적으로 대하게 되고 제 얼굴 쳐다보면 주눅들고... 참 아쉬움이 많던 첫 소개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여자가 맘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집에 갈 때 참으로 씁쓸하더라구요..
뭔가 제대로 해주질 못한거 같아서 ...
원래, 댓글 달아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관리하게 되었고 결국 인생 첫 소개팅까지 하게되어서 감사하다는 보고를
드리고자 했는데, 또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긴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뒤에 좋은 일 생기면 또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계속 소개팅녀랑 연락해보려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