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헤어졌네요. 마음이 쓰라리네요.

좋은느낌이다 작성일 12.08.09 06: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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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글 웬만하면 쓰지 않지만, 참 타이밍 무섭게


헤어지고 새벽에 들어오는데 ko경수 님께 연애하고 있는 분에게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쪽지가 와 있네요.


일단 뭔가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주실 만큼 좋게 봐 주신 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돼서 연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글을 써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그리고.. 함부로 가르치는 듯한 글을 쓸 만큼의 견식이 없기 때문에 게시물을 남기는 것이 부담이 되더군요.



아무튼 마음이 참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상황에 ko경수 님 쪽지를 받고 보니 

헤어졌다는 이야기라도 남겨보고 싶네요. 


참 뭐랄까, 솔직히 여기 글 올리는 분들께 맘 돌아선 여자는 돌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빨리 잊는 게 낫다고 말해 왔고, 또 그렇게 확실히 생각도 해 왔는데,

막상 이별을 하니까 머릿속에 그런 공식? 들이 떠오르질 않더군요.



저는 남녀가 사랑을 해서 연인이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음... 희생? 아니 희생이라고 하긴 뭣하고... 서로가 서로의 생활에 들어가고 들어옴을 당하는 것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물론 상대방의 삶도 존중은 물론 하는 게 맞지만, 어느 정도는 연인으로서 타인과는 다르게

합리적으로만 생각지 못하는 부분들을 서로 이해하고, 어느 정도는 들어주려 노력하는 게 

연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일단 자신의 삶이 언제나 1위였습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자신만 알거나 그런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시간과 상황이 맞으면 만남을 거부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만날 때 성격이 더럽거나 이기적인 것도 아니고,

잘 맞고 저 좋아해줬습니다.

(아, 금전적인 부분은 당연히 모두 더치페이였죠. 동갑이었고.)


저도 사실 성격이 독특해서 좋아해주는 사람 찾기 쉽지 않은데, 여자친구는 그런 절 그냥 좋아해줬습니다.



다만 언제나 자신의 삶의 균형이 깨지지 않는 만큼에서요.

직장인이었는데 다음날 회사 생활에 리듬이 깨질까 봐 평일엔 절대 늦게 들어가지 않고 같이 모텔에 있다가도

11시 되면 나가야 된다고, 두시간에서 세 시간 이상 있어본 적이 평일엔 거의 없습니다. 

자고 가도 되는데 불편해서 잠 잘 못잔다고, 그럼 다음날 회사 생활 힘들다고 칼같이 일어나서 헤어지고 그러는 아입니다.


연인 사이에도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은 절대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겠다는 주의라고 할까요.


저 같은 경우는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불합리한 어리광도 부려 줬으면 좋겠고, 만약 부린다면 

얼마든지 뛰어나가줄 의향이 있고, 반대로 연인이니까 저 역시도 그런 걸 해 보기도 싶고.


뭐 말도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조금 더 서로가 서로에게 파고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사소한 문제로 자꾸 다투게 되더군요.




사실 예전 이십대 초반에 여자들한테 호되게 상처를 받았던 적이 몇 번 있어서,

그 반동인지, 여자를 대할 때 되게 강하고 쿨하고 시크하고 그런 성격으로 여자를 대합니다. 


내가 먼저 접근했지만, 우린 대등해. 난 널 알아보고 싶은데 넌 어때? 싫어? 관둬. 좋아? 그럼 좀 더 만나볼까?


초반을 이런 느낌으로 대하니 처음엔 여자들이 제 성격을 다들 잘못 알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여자친구는 이상하게 저와 여러가지로 잘 맞고, 제가 일부러 보이는 모습 외에

제 여린 부분도 이유 없이 좋아해 줘서, 마음이 열리더군요.

마음을 열고 나면 다 내려놓고 잘해주게 됩니다. 어느 정도 선이 있어서

여자가 나를 막대한다 그런 건 용납 못하지만 그런 선이 아니라면 많이 먼저 다가가고 잘해줍니다.


아니, 잘해준다는 것이 제 입장에서 잘해준다는 것일까요.

많이 보고 싶어하고 어떻게든 시간 내고 다가가고 표현한다는 의미니 안 좋아하는 사람한텐 잘해준다고 할 만한 일이 아니겠죠.



암튼 마음의 고삐가 풀리니 이 여자친구한테 그렇게 되더군요.

그런 저와 합리적인 상황이 아니면 곤란해하는 여자친구가 만나니 제가 서운해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서운한 감정이 반복되다가 보니 어느 날 다투게 되었는데, 계속 먼저 연락 안 하는 여자친구를 보니


'내가 능력이 안 돼서 너한테만 맨달리나! 나도 나 좋아할 여자 언제든지 만들 수 있어!'


라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홧김에 헌팅해서 두 번 정도 만남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뭐, 두 번째 만남에 여자가 저에게 마음을 많이 열고 다가오려는 게 느껴졌는데, 여자친구 생각이 나고

얘한테도 미안해서 얼른 자리를 파하고 집에 데려다주려고 나오는 길에 여자친구에게 그 모습을 보여

한번 헤어졌었네요.


처음엔 얼굴도 보기 싫어해서,

열흘 정도 잊으려고 버티다가 너무 생각이 나서 찾아가서 용서를 비는 남자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들여

어느 정도 마음을 돌린 후 삼주간 노력해서 다시 사귀게 되었습니다.


참 그때 친구들이나 동생들이 제가 여자친구를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고, 순정남인 줄 몰랐다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이 개월 정도 더 만났는데, 다시 만나게 되면서 예전에 비슷한 문제로 

몇 차례 다툼이 다시 생기더군요.

물론 계속 똑같은 건 아니고, 여자친구도 조금씩 제가 말한 걸 들어 주게 되어 좋아진 부분도 있고

전체적인 관계는 헤어지기 전보다 더 좋아진 기분이었습니다만,


그래서 전 싸움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더 나아지기 위한 것이고 그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친구는 싸우는 게 너무 싫다고, 싸우게 되는 것에 지친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오늘도 여자친구의 합리적인 행동 제안에 대해 제가 서운함을 느끼고 그거에 대해 말하다

말다툼이 있어서 이야기하다 막차 시간이 되니, 여자친구가 알겠으니 일단 헤어지고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더군요. 근데 이미 감정이 상한 상태의 전 이런 상황에서까지 내일 회사 출근이 더 

신경쓰이나 하는 마음에 붙들고 계속 이야기를 했네요.


사실 이미 둘 다 감정이 상한 상태니 더 이야기를 해 봤자 좋은 결론으로 흘러가기 쉽지 않았던 것인데,

지나고 나니 참 후회됩니다.


두시간이나 더 이야기를 했고 여자친구는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서

자기도 노력하고 있는데 언제나 제 기준에선 채워지지 않는다고, 이 문제로 싸우는 건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헤어짐을 고하더군요.


거기서 꼴사납게 붙잡고 붙잡다가 들어왔네요. 

다른 사람한텐 성격 차 바꾸려 해 봤자 소용 없고, 맘 돌아선 여자 붙잡아 봤자 소용 없고

어쩌구 저쩌구 설명해도, 막상 자신의 문제가 되니 눈앞이 깜깜해져서 다 모르겠더군요ㅎㅎ


내 그다지 평범하지 못한 상황과 성격을 그냥 좋다고 말해 주는 여자가 이 여자 말고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짧은 여자와의 만남(연애라고 하기도 뭐한 짧은 만남들)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쿨가이라고 최면을 걸고 잦은 헌팅을 하다 보면 확률적으로 절 괜찮게 봐 주는 여자도 많이 있죠.

그런 여자들은 뭐가 나랑 안 맞으면 금방 연락 안 했고 잡지도 않았고 아쉬움도 없습니다만.


그런데 그런 껍데기를 버리고 그냥 한 남자로 만나게 된 이번 여자친구는 참 마음이 아프네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안 듭니다.

매달리다 보니 여자친구가 집에 못 가니 짜증내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말에 그냥 던지듯 알겠다고

연락하겠다고 하고 택시를 타고 갔고, 저는 한시간 넘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걸어서 집에 온 후,

이 글을 쓰네요.



마음이 욱신욱신하고, 조용히 잘 지내는 척 기다려야 하는가, 매달려 봐야 옳은가, 뭐 많은 생각이 드는데

다 잘못된 방법 같기도 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질 않습니다. 참...


오늘 점심 때까지만 해도 서로 행복했던 카톡이 오갔었는데... 꿈 같습니다 전부.

이 헤어짐이 꿈 같기도 하고, 그동안 만났던.. 아까 전까지만 해도 행복했던 문자들이 꿈 같기도 하고..


자야 되는데 자려고 노력해 봐야겠군요.


참..... 별거 아닌 흔한 이별 이야기 괜히 길게 써서 읽으시는 분들 여기까지 다 읽으셨다면 고생하셨겠습니다.

남들이 보면 다 똑같은 이별 얘기일 텐데.

가슴이 아픈데, 원래 눈물을 잘 못 흘리는 체질이라 오히려 답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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