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 전 헤어진 여자친구 잡고 싶다는 글 근래 몇 번 썼었는데..
음....... 그동안의 이야길 짧게 쓰자면,
연락 안 하다가 한 달 만에 연락하니 첨엔 조심스러운 듯 했지만
몇 차례 서로 나쁘지 않게 카톡하다가 다음 날 만났습니다.
왜 연락했냐는 듯 차가우면 어쩌나 했는데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면서 다가온 그녀와
커피숍에서 한 시간 좀 넘게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준비했던 편지와 라디오사연 들어있는 USB가 들어있는 봉투를 줬죠.
그녀는 첨엔 안 받으려고 했지만 한 달간 많이 생각하고 준비한 거라고, 네가 봤으면 좋겠다고 하니
날 또 고민하게 만드려고 하는구나 하면서 가지고 갔습니다.
여기까진 나쁘지 않은 분위긴가 싶었는데 이삼일 지나서 다시 연락할 동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길래 은근슬쩍 먼저 물어버렸네요.
자신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좋다고 합니다.
뭐 이해한다 하고서, 이틀쯤 후 밤에 만나 제가 출연하는 공연 티켓을 주면서
술한잔을 했네요. 술 마실 땐 부담 안 주려고 가벼운 이야기를 주로 했고,
헤어지기 전 버스정류장에서 내일 공연 응원하는 의미로 포옹 한번 해 달라 웃으며 말하니
첨엔 거부하더군요. 몇 차례 거부하길래 잠시 후에 진지하게 그녀에게 응원을 받고 싶은 이유를
말하니 자기도 절 응원해주고 싶고 그래서 나온 거라고 하면서 그걸로 응원이 된다면
해주고 싶다고 그러길래, 천천히 손 잡고 잠시 안고 있다 살짝 뺨에 입맞추고 헤어졌어요.
다음 공연날 공연 시작하고 보니 그녀가 와서 봐주고 있더군요.
기쁜 마음에 공연 잘 마치고 나가니 그녀가 꽃을 한다발 내밀며 잘봤다고 해주더군요.
확실히 이런 식으로 제대로 무대 서는 모습 본 건 처음이라 그런지
그녀도 조금 상기되어 있더군요.
감동해서 가볍게 껴안고 뺨에 뽀뽀하고 출연진들한테 얘기해서 먼저 빠져나와
밥을 먹으려고 주변을 찾다가 그냥 술집에 들어가서 오늘은 기분이다 하면서
데킬라 세트를 시켜서 마셨습니다.
가는 동안 제가 오늘은 기쁜 날이니 손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 하면서 손을 잡고 갔는데
공연 본 날이라 그런지 그녀도 거부하진 않아 손 잡고 술집에 들어가 데킬라를
따르며 그녀 허리에 손을 올렸는데 그녀가 좀 웃으며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좀 과한 스킨십 아니냐'
고 하더군요. 그래서 단순히 헤어진 전 여자친구한테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너한테 전한 편지로 내 마음이 어떤지 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 하니
그녀 표정이 조금 진지하게 변하면서 '그래서 자신이 선을 그으면서 자제시키는 거다'
라고 하더군요.
그걸 시작으로 조금 이야기가 그쪽으로 가길래...
솔직히 말해서 진지한 쪽으로 가는 걸 막고 싶었지만 이미 흘러가 버린 거
다시 잡기가 어려워서, 차라리 그동안 했던 생각이 가볍지 않음을 표현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녀가 그러더군요. 만나는 동안 자기가 힘들었었던 것 같다고. 저와 헤어지니
편해지는 것들이 있었다고.
저는 그걸 이해한다고, 많이 생각해보고 정말 네가 힘들었을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그냥 잡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느끼고.. 어쩌구 저쩌구
참 기억이 나진 않지만 열심히 얘기했습니다.
그녀도 열심히 들어주긴 하더군요.
근데 들은 후, 제가 자신을 많이 좋아해준 건 고맙고, 제가 싫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헤어진 후 힘들었던 것들이 편해진 게 있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
만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고, 어쩌구~ 그래서 너를 다시 만날 생각은 없다.
술을 마시면서 들은 거라 약간 엉키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대략 저렇더군요.
개인적으로 조금 희망이 보이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말을 들으니 너무 슬펐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저희 공연이 1위가 아닌 2위를 했다는 소식이 핸폰에 왔고,
그녀에게 1위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2위라는 소식에 제가 눈물을 흘려 버렸습니다.
그녀는 자신은 정말 제가 참여한 공연이 제일 좋았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다독여 주는데, 그게 더 슬퍼서 다음엔 혼자서라도 1등 보여줄 테니 와 달라고
더 울어 버렸네요. 그녀는 그런 절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동정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저 참 눈물 없는 사람인데, 그녀 만나면서 이게 두 번째 울음이었네요.
그녀에겐 울보로 찍혔을지도 모릅겠습니다.
술집에서 좀 더 술을 마시다가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타고 그녀 집앞으로 가,
답답한 마음에 술취한 상태 그대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 잡으려고 했는데
술에 취한 상태로 힘들었는지 자기 그만 힘들게 하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집안으로 들여 보냈습니다.
아 정말.... 부담 안 주고 시은데 있다 보면 자꾸 진지한 이야기로 빠지게 되네요.
후회되지만 이미 늦었겠죠.
그리고 일요일에 그녀는 회사 출장 겸 휴가로 회사 사람들과 필리핀 휴양지로
가게 됐습니다. 저는 속도 없이 먹을거 조심하고 혼자 다니지 말라 뭐 이런 이야길
카톡으로 보냈고, 그녀는 그렇겠다, 고맙다, 태풍 조심해라.. 하고 답장이 왔습니다.
참 착잡하네요. 일주일쯤 전만 해도 왠지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안 됐다고 봐야겠죠.
데킬라 마시고 그녀 집앞에서 자기 그만 힘들게 해달라는 이야기 듣고
정말 잊고 싶은데.. 맘대로 안 되네요.
다른 여자라도 만나 잊고 싶은 마음에
길에서 알게 돼 며칠간 이야기한 여자 사람 어제 만나 썰을 풀고..
열심히 지껄지껄하는데..... 마치 제가 아닌 로봇이 지껄지껄하고 있는 기분이 들더군요.
결국 마음을 얻었는지 잠자리까지 갖게 됐는데, 원래 전 일반적이지 않게 잠자리를 갖게 되면
여자가 더 좋아지곤 했는데, 어젯밤엔 관계를 갖는 내내 헤어진 그녀가 머릿속에
떠올라 비교가 되더군요. 관계 후에 옆에 누워있는 여자분을 보면서도 헤어진
그녀가 누워있는 모습이랑 비교되고.....
아마 이 여자랑은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노력은 해 보겠지만, 그 여자분께는
참 미안합니다만 그냥 직감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어떻게 다른 여자를 안으면서도 잊을 수가 없는지..
그녀를 지울 수 있을 여자를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찾아야 할지,
아니면 누굴 만나도 안 될 테니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더 나을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차라리 헤어진 그녀가 나쁜 여자였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아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