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헤어진지 1년 가까이 되었구나.
기타를 알려준다는 핑계로 너와 친해지려 집에서 혼자 니가 좋아하는 곡들을 매일 연습해가며 혼자 행복해 하고, 니가 만든 된장찜은 무슨맛일까 하고 상상하며 도서관에서 혼자 앉아 또라이처럼 실실댔지. 그토록 공부에 집착하던 나였는데, 너의 전화를 받고서 사람들의 술자리에 가기 위해 도서관을 나서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때 문득 깨달았었지. 아..내가 너를 진짜 좋아하긴하는가 보다하고. 그렇게 시작 된 짧지만 내 인생에서 제일 환했던 작년 이맘때쯤의 약 50일간의 연애.
14년 12월 31일.아직도 생생히 기억해.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다며 연말을 나와 보내지 못할것 같다던 너.. 그리고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나. 결국 12월 31일 저녁 우리는 만났고 최근에 너의 마음이 나에게서 돌아선걸 직감했던 나는 너와의 끈을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내 진심을 담아서 했던 수많은 얘기들. 하지만 핸드폰만 보면서 아무 감흥없어 하던 너. 그리고 우리집에서 잠을 자고 난 다음날 15년 새해첫날 아침. 넌 오빠와 있는게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다며 한두달 더 만나볼까 고민 해봤지만 결국 '내 마음이 맘대로 안되는걸 어떡해 오빠는 잘못한거 없어 미안해 난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없어 난 내 행복이 중요해'라는 말을 남기고 나를 떠나버렸지. 너도 많이 고민했겠지. 생각의 저울이란 곳에 나의 단점들과 너의 인내심을 올려놓고 무게바늘이 어느쪽으로 움직이는지 바라보며.. 난 애원하며 너를 붙잡았지만 항상 밝고 웃음기 가득하던 너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차갑고 싸늘한 표정과 나와 만나면서 전 남자친구 생각도났어..라는 잔인한 얘기에 난 그렇게 무너져 내렸고 너를 보냈지.
그리고 시작된 생지옥같던 15년의 겨울. 정말 하루하루 니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나를 괴롭혀 미칠것 같았어.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너의 소식들. 잠들기 전 혼자 방안에 누워 멍하니 너에 관한 망상들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괴롭고 무서웠다. 취하지 않으면 그 새벽을 혼자 버텨낼 자신이 없었어. 매일매일 술기운에 의지해서 울며 잠들면서 생각했어. 아 죽고 싶다.. 근데 죽을 용기는 없고 내일 지구가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 이대로 잠들고 영영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나와 너가 누군지도 모르고 나의 죽음을 슬퍼할 이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로 갔으면 좋겠다. 너의 카톡 프로필과 페이스북을 수시로 확인해가면서 너를 그리워하는 생각들에 얽매여서 한없이 나를 구속하고 갉아먹는 하루하루가 반복됐어. 니가 나오는 꿈울 참 많이도 꿨어. 어느날은 길을 지나가는데 니가 나를보며 웃으며 말을 걸어주더라. 그 순간 나는 입에서 바로 욕이 나오더라구. ' 아 씨x 이거 꿈이잖아..' 하며 잠에서 깨기도하고..연애게시판에서 받았던 수많은 조언들. 매일매일 이별후 대처해야 하는 자세..같은 부류의 학교에 있는 연애심리학 서적을 전부 찾아 읽고 힘들때마다 내 심정을 또박또박 글로 적어가며 마음의 있는 응어리를 조금씩 풀어나갔다. 헬스란걸 시작도해보고, 자격증 학원도 다니며 교회도 나가보기 시작했어.
그러다 3주만에 우연히 학교에서 마주쳤던 너.. 그 파란목도리에서 나던 니 향기는 너무나 익숙했고 내 마음은 또 다시 출렁거렸지. 사진을 찍듯이 그 향기를 간직하고 가끔 맡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넌 여전히 너무 이뻤고 여전히 밝았지. 나와는 다르게. 그리고 혼자 찾아갔던 겨울바다 그곳을 걸으면서 들었던 버벌진트의 시작이좋아. 살고싶어 찾아갔던 마포대교.. 밤에 혼자 걷는데 경찰아저씨가 확성기로 학생 왜 혼자왔냐고 물어보시더군. 그것도 벌써 추억이 되버렸구나. 어쩌면 너를 조금만 더 늦게 만났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내가 그만큼 사랑했던 너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른 보통여자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일거야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왔지만, 아직도 니가 너무 그립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직도 간절히 원하는건 너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작년 이맘때쯤의 널 만나던 내 모습일지도 몰라.
내가 불행해 보여서 내가 자기처럼 하루하루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던 너. 나 행복하게 만들기가 자기 미션이었다던 너. 너를 만나기 전의 비관적이던 나와는 다르게 그때의 나의 하루하루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거든. 너와 헤어지고 두명의 여자를 만날 기회도 있었지만 항상 이런 생각이 들더라. 왜 너를 만날때 만큼 좋지가 않을까?하며 나의 마음의 크기에 계속 의문을 가진채 계속 혼자 머릿속에서 너와 비교를 하게 됐어. 상대방에게 못할짓이더라.. 어쩌면 너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던걸까?..
그때 나는 정말 행복했어. 잠깐이지만 그때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환했어. 너란 사람을 만나기 전과 다르게 말야. 안녕 잘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언제쯤 내 마음속에서 시원하게 너를 보내줄 수 있을까? 너는 1월1일에 가버렸지만 나 혼자 너를 아직도 못 놓아주고 있어. 너와 내가 포함된 행동범위 안에서 애써 난 너를 피하려하지만 간혹 마주치고 서로 모른척하며 아무렇지 않은척 지나치지만 그럴때마다 여전히 난 이렇게 마음이 출렁거려. 너를 조금만 더 늦게 만났더라면..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일때 너를 만났더라면..어땠을까? 막상 마지막으로 너에 관한 얘기를 어딘가에 적는거라고 생각하니 쉽게 끝맺음을 못짓겠다. 넌 어딜가서도 사랑받겠지.. 그 사랑 내가 더 많이 주고 싶었는데.
진짜 누군가 너를 정말 사랑해주는 사람 또 생기면 너무 상처주진마. 어딜가서도 이쁨받고 사랑 받으면서 행복하게 지내. 니가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그 눈빛, 표정, 그 순간들은 아마 오래 기억될 것 같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내가 조금 더 성숙하고 괜찮은 사람이 되게 해줘서 고마워. 그 힘든 시간들 덕분에 나도 알지 못하던 나의 내면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난 성장했어. 예전처럼 비관적이지도 않고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껴가며 평생 갖지 못할 줄 알았던 자존감이란 녀석도 조금은 갖게됐어. 너와의 만남은 정말 행운이었어. 사랑을 해보고 그 사랑을 잃은것이 아주 사랑하지 않았던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1년전으로 돌아가 다시 너와 사랑을 해보고 싶다. 그만큼의 설레임, 행복, 이 정도로 내가 좋아할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까? 그런 의문들이 1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내 머리속을 가득 지배하고 있지만 간절하다고 해서 바람대로 된다는게 아니란걸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아 정말 안녕..그래도 난여전히 매일매일 생각해. 니가 원하는 내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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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긴 글 물론 다 읽지 않으셨겠지만 술에 취해 울적해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다들 연말 잘보내세요~ 전 죽은듯이공부나 하렵니다.